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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프리퀄, 그대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지브리 스튜디오 통해 나만의 영화 세계 구축해 왔다" 상징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2013년 문제작 <바람이 분다>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후 이를 번복하고 10년 만에 내놓은 영화다. 이 작품은 1937년 발표된 요시노 겐자부로의 소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제목을 차용하고 아일랜드 작가 존 코널리의 <잃어버린 것들의 책>을 모티브로 하여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 제국주의의 몰락을 목도하던 감독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냈다.


11세 소년 마히토가 전쟁에서 엄마를 잃고 난 후 재혼한 아버지를 따라 새엄마를 찾아 나서면서 왜가리와 함께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로 빠져드는 미스터리한 여정을 따라간다. 노장의 감독은 군수 물자를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는 사업가 부친 덕에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가슴 한 켠으론 엄마를 비롯한 수많은 소중한 사람들과 이별하게 된 전쟁과 일본 제국주의에 반감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그러한 감독 자신의 성장통을 주인공 마히토를 통해 투영하고 있고, '반전'과 '환경보호'라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세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그의 인생에 대한 '프리퀄'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전작 <바람이 분다>에 대한 혹평에 대한 근원적 문제를 찾아 감독 자신이 놓친 것들을 찾아 도시를 떠나 자연 속으로, 과거의 선조들의 이야기로 여정을 떠나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과 달리, 극 중 캐릭터가 호소다 마모루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신카이 마코토의 <스즈메의 문단속> 등의 주인공처럼 전작들보다 한층 성장한 청소년기, 사춘기를 배경으로 해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캐릭터를 그려낸다.


이 때문에 <이웃집 토토로><마녀 배달부 키키> 등 어린이 동화 같은 감성적인 서사보다 극 중 캐릭터가 현실의 세계에서 주변과 자주 충돌하고 갈등하는 가운데, 존재의 근원을 찾아 떠나는 스토리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새엄마가 된 이모도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개연성 있는 사건의 전개나 감정의 교감 없이 어느 순간 없어진 새엄마, 마츠코를 엄마라고 부르는 마히토로 인해 관객들을 당황케 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 부분에 대해 세상에는 우리의 상식과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사연들이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의 탄생이 어떤 개연성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인가. 우리의 죽음이 또 어떤 개연성을 가지고 그렇게 되는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독특한 그림체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지브리' 팬덤을 낳으며 관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초대해 왔다. 4개의 발로 걸어 다니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하늘 속에 떠다니는 <천공의 성 라퓨타>,  인간과 곤충을 동등하게 대하는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가능성을 조명한 <모노노케 히메> 등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넘어 꿈꾸는 듯한 환상의 세계에 푹 빠져 우리나라의 7080 세대는 물론 MZ세대까지도 그 독특한 영화 철학에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작품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전후 당시 일본 내 독특한 풍습으로 인해 이모이자 새엄마와 가족을 이루게 된 마히토가 엄마를 잃은 상실감에 힘들어하고 있을 때 대저택 주변의 기묘한 탑과 선조들의 이야기가 담긴 폐허가 된 저택을 탐험하고, 인간과 말을 섞는 왜가리와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나는 기묘한 성장 스토리에 기반한다.



그동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영화 속 장소와 시대를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를 뒤섞는 기이한 방식으로 판타지를 그려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일본판 <나니아 연대기>를 연상케 하듯이 옷장이 아닌 기묘한 저택의 지하 동굴과 같은 통로를 통해 관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서는 현실 세계와 다른 마츠코의 모습을 보게 되고, 위험한 여정 속에서 자신을 돕는 불의 요정 히미와 왜가리 등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미래를 선택하기에 이른다.


특히, 전쟁으로 인해 갈등하고 깨져버리는 현실 세계와 달리 이상 세게에서 극 중 선조 때부터 내려져오던 큰 할아버지와의 만남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인생철학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듯 보였다. 권력의 균형과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돌탑을 신줏단지(?) 모시듯이 해온 큰 할아버지의 후계가 될 것인지, 새엄마 나츠코와 함께 이상 세계를 탈출해 현실 세계로 돌아갈지를 말이다.



하지만, 마히토에 자아를 투영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일본 제국주의로 상징화시킨 큰 할아버지가 자신 만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탑 쌓는 데 공들이는 선택을 한 것과 달리, 극 중 위기 때마다 나타나 도움을 줬던 이상 세계의 캐릭터들의 선택처럼 자연과 공존, 반전의 메시지, 휴머니티 등 주제의식을 지브리 스튜디오를 통해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왔다고 다소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에피소드 완성해 낸 것처럼 보였다.


영화에서 서사와 개연성이 차지하는 부분들은 대중에게 매우 크다. 이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를 논하기도 하고 이 작품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은퇴를 번복해서라도 한 편의 작품에 자전적인  성장 스토리를 통해 자신의 영화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노장의 감독이 던지는 자기반성에 대해 "그대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 소셜큐레이터 시크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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