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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을 찾을 때 비로소 보이는 감정들과 성숙함

불안 속 존버한 우리를 투영, 소녀의 성장통에 은유한 '인사이드 아웃2'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리뷰


사춘기 아이들의 변화무쌍한 감정을 포착해 낸 픽사의 장기가 팬데믹 시기에 불안에 잠식당했던 영화팬들의 발길을 영화관으로 이끌고 있다.


개봉 47일 차 전국 관객 830만 여 명을 모아 롱런 중인 켈시 맨 감독의 픽사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이다. 이 작품은 전작 <인사이드 아웃>에 이어 마음속 다양한 감정을 의인화해 시각화한 것이 특징인데, 인기 웹툰을 바탕으로 OTT 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 속 감정 세포들을 떠올린다.


이 영화는 자신 속에 있는 다양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비로소 어떤 외부 상황에도 휘둘리지 않는 '자존감'을 찾을 수 있고 이를 통해 한층 성숙해진 마음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거의 개봉한 지 50여 일 가까이 되는데도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폭염과 장마를 오가는 날씨를 잊기에 충분한 탓인지 가족단위 관객과 청소년기의 관객들이 군데군데 혼영을 즐기는 모양새다. 영화가 끝난 후에 촉촉한 눈가를 비비는 청소년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줄 뿐 아니라, 그런 자녀들을 둔 부모들의 감정마저 건드리는 픽사, 너란 녀석...


필자는 개봉 시기에 한 차례 관람했지만 피곤한 탓인지 중간에 졸음을 이기지 못해 휴가 시기에 좀 더 여유롭게 재관람하면서 놓쳤던 부분을 다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본다면 질풍노도의 시기 자녀의 감정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 4학년까지만 해도 손잡고 영화관도 놀러 다니고 장난도 많이 치고, 살갑게 굴던 딸아이가 2년 새 사춘기를 맞으며 친구들 중심으로 세계관이 형성된 것도 영화 속 라일리의 에피소드와 많이 닮았다.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9년 전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 이후 사춘기를 맞이한 소녀 라일리의 성장통을 그려내고 있다. 전편에서 소녀의 마음을 다스리는 다섯 가지 감정들의 안락한 거주지, 감정본부가 리모델링되면서 제어판이 주홍빛으로 물들고 불안, 부럽, 당황, 따분이라는 새로운 감정들의 등장 속에 기존 감정들이 감금되면서 위기를 맞이한다.



이들 감정 간의 갈등, 라일리의 아이스하키 캠프라는 이벤트를 통해 소녀가 새로운 관계에 대해 욕망하고 자신이 선망해 온 선배로부터의 인정 욕구로 인해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이야기는 절정을 치닫는다. 이른바 잘파 세대가 아이돌 걸그룹 등 연예인에 입덕하는 모습을 떠올린달까. 하지만, 사춘기를 버텨낸 어른들 모두가 이 영화의 희망적인 메시지에 깊은 공감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라일리의 부모가 그러하듯 아이들이 원래의 정체성을 되찾고 성숙의 단계에 이를 것을 말이다.


또한 극 중 사춘기라는 방아쇠가 당겨져 라일리의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불안이라는 감정의 폭주는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불안을 마주했던 우리 자신을 투영한다. 더욱이 불안의 지배 속에 의인화된 다섯 가지 초기 감정이 감금되지만,  <인사이드 아웃>의 애착인형 '빙봉'과 같은 감초 캐릭터들이 나타나 위기 속에 빛이 나는 것은 질풍노도의 시기에 어릴 적 향수가 자아 정체성을 되찾는 데 치트키가 된다는 것을 감독은 전하고 싶었을까?


전편이 사고뭉치가 된 '슬픔'이의 슬럼프와 극복 과정을 다뤘다면, 이번 2편에서는 동경심이 욕망으로 바뀌는 사춘기 소녀가 한 차례 겪는 성인식으로 인해 새롭게 형성된 자아의 불안 심리와 성숙해지는 과정으로 연출해 낸다. 1편의 주인공이었던 다섯 감정들의 일상 회복을 위한 험난한 여정과 새롭게 자각하는 감정들로 인해 혼란을 겪는 소녀의 심리가 심리학 전문가의 참여 속에 디테일하게 완성 됐다.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라일리의 신념 저장소나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엎드리는 '당황'이, 2D로 도드라진 소녀의 애착 캐릭터들 역시 애니메이션 명가인 픽사의 힘을 느끼기에 충분해 보인다. 다만, 제어할 힘을 잃어버린 '불안'의 모습이나 자아를 떼어내려고 기존 감정들을 감금하고 이를 탈출하는 시퀀스는 감정이 과잉돼 보여 로우틴(10세 초반) 관객에게 어떻게 비칠지 의문이다.   

  

Written by 소셜큐레이터 시크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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