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요미 현커로 이어진 또 다른 미코 박희선의 선택과 대조돼
넷플릭스 연애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 <솔로지옥 5>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스코리아 더비였다.
65회 미스코리아 ‘선’이자 미스 어스 우승자 최미나수, 66회 미스코리아 ‘미’ 김고은, 그리고 68회 미스코리아 ‘선’ 박희선까지, 세 명의 미코가 한 섬 위에서 서로 다른 연애 방식을 펼쳤다.
미코라는 타이틀로 시작했지만, 시즌이 끝날 때쯤 시청자가 기억하는 얼굴과 서사의 온도는 꽤 극명하게 갈렸다.
초반 화제성의 중심에는 단연 최미나수가 있었다. 등장하자마자 “메기 그 자체”라는 말을 들을 만큼, 그의 미국 출신의 개방적 사고는 이야기 초반부터 여러 남자 출연자의 마음을 동시에 흔드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편집, 회차마다 바뀌는 눈빛과 멘트 덕에 ‘어장관리 빌런’이라는 프레임이 자연스럽게 덧씌워졌다.
하지만 내용을 차분히 뜯어보면, 최미나수의 플레이는 포맷 안에서 허용된 고민과 탐색의 연장선에 가까웠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 출신의 이성훈과 최종 커플이 성사된 최미나수는 누구 하나를 대놓고 속이거나, 몰래 이중 플레이를 하는 장면보다는, 여러 가능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전형적인 러브 예능의 움직임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특히 천국도 매칭이 끝난 초반부에 지옥도에 등장한 '메기' 역할을 시즌의 화제성에 맞게 잘 소화해 낸 참가자였지, 종반부에 깨달음(?)을 얻으며 시즌 전체를 통틀어 가장 센 ‘어장관리녀’라고 부를 만큼의 악의는 찾기 어려웠다.
반면 시즌이 중후반으로 갈수록, 진짜 어장관리 서사의 중심에는 김고은이 서 있었다. 66회 미스코리아 ‘미’ 타이틀에, 과거 유명 연예인과의 열애설로 대중에게 먼저 이름을 알린 이력까지 더해지면서 등장 자체가 하나의 서사였다.
“끊임없이 연애를 해왔다”는 그의 자기 고백은 이 게임에서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이미 상당히 숙련된 플레이어일 것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김고은의 진짜 흥미로운 지점은 감정선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여러 남자 출연자에게 호감의 시그널을 보내면서도, 정작 본인의 최종 선택은 끝까지 숨겨 둔 채 안전거리를 유지했다.
최종 선택 전날 밤에도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들에게 모두 한 번씩의 설렘을 느꼈다는 그의 고백은 진정한 어장관리녀로서 면목을 재확인시켰다.
상대가 기대할 만큼의 온도를 유지하되, 완전히 기울지는 않는 태도, 관계를 확실히 정리하지도 않으면서 가능성을 열어 두는 방식이 시즌이 진행될수록 더욱 도드라졌다.
겉으로 가장 요란한 파문을 일으켰던 최미나수가 메기 역할을 완벽히 해내는 중반부까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바닥부터 잔잔하게 방향을 바꿔 놓은 건 김고은 쪽에 가까웠다.
그래서 시청자들 사이에서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묵직하게 떠오른 문장은 이것이 아닐까. “진짜 어장관리녀는 최미나수가 아니라 김고은 아니냐.”
메기 역할에 충실했던 최미나수의 움직임이 ‘보이는 어장관리’였다면, 김고은의 플레이는 감정선의 그레이존을 길게 끌고 가는 ‘보이지 않는 어장관리’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MC들도 그가 최종 선택을 하지 않거나 이건을 선택할 거라고 예측했다.
어장이라는 말이 붙을 수밖에 없는 모호한 관계들이 그의 주변에 늘어날수록, 이 대비는 더 선명해졌다. 남자의 애정 표현을 중시했던 최종 선택에서도 그는 "이건과의 데이트 후의 대화에서 표현을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김고은의 연애 성향은 천국도에 두 번이나 함께 하며 느꼈던 순간의 설렘보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주면서 꽁냥꽁냥한 연애 태도를 나타내는 연인이라는 것도 우성민을 고른 그의 선택을 통해 확인됐다.
이번 <솔로지옥 5> 시즌에서 미스코리아 더비가 흥미로운 이유는, 여기서 한 발 떨어진 지점에 또 다른 미코 박희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68회 미스코리아 ‘선’ 출신인 박희선은, 조건만 놓고 보면 언제든지 어장 판에 뛰어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카드였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연애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고, 한 사람에게 집중된 직진형에 가까웠다.
박희선의 러브라인은 임수빈을 향한 일관된 선택으로 정리된다. 초반부터 호감을 드러내고, 천국도에서의 시간을 발판 삼아 감정을 천천히, 그러나 또렷하게 키워 나갔다.
다른 선택지가 생길 법한 순간에도 판을 넓히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고 한 사람을 향해 다시 돌아가는 쪽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시즌의 결말까지 이어졌다. 최종 선택에서 임수빈과 박희선은 서로를 지목하며 커플로 섬을 떠났고, 방송 이후에도 ‘현커(현실 커플)’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즌의 몇 안 되는 해피엔딩 서사가 됐다.
소위 말하는 ‘귀요미 현커’로 자리 잡은 두 사람의 그림은, 어장 논쟁으로 시끄러웠던 다른 러브라인들과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
그래서 <솔로지옥 5>의 미스코리아 더비는 “어장을 넓힌 미스코리아가 판을 흔들었고, 어장을 좁힌 미스코리아가 결말을 가져갔다.” 어장관리녀라는 타이틀은 최미나수보다 김고은 쪽에 더 가까이 놓였고, 그 맞은편에서 박희선은 귀엽고 현실적인 커플 서사로 시즌의 균형을 맞췄다.
결국 이 시즌을 오래 떠올리게 만드는 건 미스코리아들의 미모가 아니라, 같은 타이틀을 단 세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전혀 다른 사랑을 선택했다는 그 온도차다.
이들이 있었기에 <솔로지옥 5>의 화제성은 역대급 솔직함에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셜큐레이터 시크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