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비장애의 나의 두 딸들이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합니다
10년도 더 지난 사진이 구글 포토에서 선물처럼 떴다.
발달장애 자녀인 세은이와 비장애 자매 세영이, 함께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날은 초등학교 운동회. 장애물 달리기를 시작한 세은이가 출발하자마자 머뭇거렸다.
나는 당시 학부모 임원이었고 행사부스에 있었지만, 운동장 중앙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장애 딸 세은이의 손을 꼭 잡고 함께 달렸다.
모든 학부모들의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마음속은 복잡하고 울컥했다. 장애 자녀를 키우는 엄마의 용기는 늘 그런 순간에 시험받는다.
하지만 난 항상 '개의치 않는다'라는 결론을 낸다.
손을 잡고 함께 달리기를 해서 세은이에게 1등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그리고 잠시 뒤에
세영이가 달리기를 시작했다.
엄마의 의기소침함을 던져 주려는 듯 주먹을 불끈 쥐고 활짝 웃으며 1등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계주 달리기에서 악착같이 달려서 역전을 시켜버렸다 달리기가 끝나고 세영이는 친구들에게 영웅이 되었었다.
언니와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팔짝팔짝 뛰고 있었다 초등학교의 운동장은 나에게 항상 각각 딸들의 두 세계가 열렸었다. 그 사이를 오가던 나의 감정의 온도차는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차이가 아니었다 운동장 뒤쪽에서 학부모들이 속닥거렸다
"제가 최세은인가 봐' 체구가 작다 딱 봐도 약해 보이네 엄마가 이쁘장하던데 너무 안 됐다... 힘들겠어
예쁘다는 칭찬인 줄 듣고 있다가 번쩍 정신을 차렸다 톡톡톡 내가 그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저기요, 저 생각보다 그리 안 되진 않았고요 별로 힘들지 않아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런 장면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봤는데 내가 그 대사를 하게 될 줄이야.
막연하게 불행하거나 슬프거나 힘들다는 프레임을 씌워서 여과 없이 듣는 이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쏟아 내는 말들을 수없이 들으며 살았다.
당연히 난 기가 죽거나 위축되지 않고 그렇게 나를 보는 그들의 시선을 머쓱해지게 무감각하게 통과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익숙함이 단단함으로 자리 잡았을 거라 믿으면서.
딸들로 인해 열렸던 두 세계를 오고 가며 지냈던 지난날이 구글의 사진 한 장에 다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비장애와장애의딸을 함께키우는삶
#통합학급으로학교다니기#특수반엄마의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