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수다쟁이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내 꿈은 경험의 보따리로 가득한 수다쟁이 할머니이다

by 정선미

내 꿈은 풍부한 이야깃거리로 가득한 수다스러운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시시콜콜하게 농담을 던지며 잠깐이라도 유쾌하게 웃을 일이 많은, 그런 하루를 보내는 에너지 넘치는 할머니가 된 나를 상상한다

멋진 할머니가 되어야 하니 책도 많이 읽어야겠고 유창하게 외국어도 하고 싶고 여행도 많이 가고 싶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싶다.

그래서 과시적인 독서를 하고 영어공부를 했다 말다를 반복하며 1년 100권 일기 미션과 1년 일기 쓰기 미션을 했다.

아직도 완성된 내가 아님을 느끼면서 계속해서 나를 새로 고침 하고 싶다.

반 백 살 이상 살아보니 어떤, 위대하고 거대한 야망과 꿈을 이루기 위한 전력투구가 생각보다 그리 멋지고 위대한 것만은 아니란 걸 알아채게 된다

그리고 시간을 흘려버린 만큼 비우는 지혜도 생기니 나이 드는 게 억울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힘없고 연약한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며 잘 키워내야 할 숭고한 의무와 벅찬 책임감도 30,40대에 비해 많이 가벼워진다.

물론 엄마로서 아쉬움과 후회도 있지만 젊은 날 내게 있었던 온 힘을 다해 정성을 쏟아 키우려고 힘을 썼으니 지금의 모습에 욕심을 버리고 미련을 갖지 말자고 매일 다짐한다.

그리고 지금의 소중한 아이들에게 그저 감사하다. 소중한 아이를 함께 고생하며 키워낸 남편에게는 찐한 동지애가 쌓여가 밉고 좋은 걸 떠나 세상 누구와는 나누지 못하는 수많은 비밀을 공유하는 단단한 믿음이 생긴다

어떤 걸 , 얼마큼 이루고 성취하며 살아가느냐의 압박감도 시간과 함께 흐릿해져 간다

왜냐면 산다는 것이 체념의 미학'인지라 저절로 많이 체념하고 포기하게 되니까.

도달하거나 이루지 못할 것에 진즉에 포기하고 편안하게 미련 없이 잊을 수 있는 시기가 50대 인 것 같다. 피로가 잦아드는 육체 빼고는 나쁠 게 하나도 없다 (아, 내 사진 속 내 모습이 너무 맘에 안 든다)

얼마 전 새 책을 낸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에서 작가는 인생을 1회용 용품'이라는 비유를 했다.

읽다 보니 그 표현이 너무 맞는 말이어서 두려워졌다. 1회 용품처럼 잘 쓰건 못 쓰건 한번 쓰면 그만 아닌가. 갑자기 잠이 확 깬다.

남아있는 근무년수를 따지면서 계산기로 연금을 따져보며 두드리기엔 너무 짧은 인생이 지나쳐버렸다. 그러기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나는 지금 집중력 없이 산만하고 뭐 하나 제대로 잘하는 것이 없지만 '해 봤으면....' 할 걸 그랬어....'라고 하기에는 그래도 아직 난 다행히 중년인지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인생2막 , 새로운 중년의 출발을 하고 있다.

한 번 밖에 못 쓰는 일회용품 같은 삶을 잘 살아내면서 나를 만나는 누군가가 이것저것 듣고 싶은 게 많은, 묻고 싶은 것이 많아지는, 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와서야 확신했다. 나는 수다로 세상을 잇고 싶은 사람이다. 앞으로도 50대, 60대, 그리고 70대가 되어도, 이 마음을 잃지 않고 계속 말하고 쓰고, 웃고 떠들 것이다. 그게 바로 나의 인생 2막이다.”


#중년엄마응원 #인생2막 #인생이란#중년의꿈

#엄마의꿈#유쾌한할머니되기

#중년엄마에세이 #브런치작가로새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