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은이가 겪은 학교의 작은 폭풍

by 정선미

초등학교 6학년, 세은이가 학교에서 겪은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너무 황급하게 사과부터 했다.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아이가 갑작스럽게 그런 행동을 했다는 건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 마음을 가다듬고, 다음 날 CCTV를 확인했고 다른 아이들의 증언이 나왔다.
화면 속 장면은 우리가 처음 들은 이야기와는 전혀 달랐다.
세은이는 다른 아이들을 대신해 행동한 것이었고, 실제로는 친구들이 세은이를 이용해 장난을 친 것이었다.

그제야 상황의 진실이 보였다.
세은이가 당한 억울함, 그 순간 느꼈을 당황스러움과 두려움이 떠올랐다.
나는 즉시 학폭 신고 절차를 진행했다.
아이들은 반성문을 썼지만, 나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부모 면담을 요구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명확히 했다.
“장애가 있는 친구를 이용한 학교폭력은 가볍게 넘길 수 없습니다.”
그 당시에는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는 일이 거의 없을 때라 아파트단지 속으로 빠르게 소문이 퍼져갔다. 반배치를 다시 한다는 등 강제 전학을 간다는 등 점점 소문은 번져갔다.
나는 그렇게 소문이 번지는 걸 다행이라 생각하며 말을 아꼈다. 그때 나는 장애아이를 이용해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것이 단순 장난으로 하는 잘못이 아니란 걸 시간을 벌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가해자들 부모들이 학폭이 소문이 나자 집으로 찾아오겠다며 연락을 해 왔다.
사과로 빨리 소문을 잠재우고 사태를 끝내고 싶었으리라.
나는 학폭위에서 만나서 얘기하자며 집으로 찾아오겠다는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드디어 학폭이 열렸다.
몇몇 선생님들과 교감선생님은 소란스럽게 사건을 끌고 온 나를 못마땅해하는 모습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일을 크게 키운 전형젹인 부담스러운 학부모를 대하는 불편한 태도였다.
학폭위원회의가 시작되었다.
나는 덤덤하게 세은이가 1학년 입학할 당시의 심정을 이야기해 나갔다. 행복한 아이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전쟁터에 온 기분으로 세은이랑 두 손을 꼭 잡고 버틴 시간을..... 그렇게 이야기를 꺼내놓고 시작하며 나의 의견을 간단명료하게 전했다.
난 아이들에게 어떠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싱거운 결론을 일찍 말해버린 것이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세심하고 바른 지도 와 교육을 부탁드린다는 간절한 말만 되풀이했다.
참석했던 부모님들은 울면서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렇다. 내가 바라던 것은 이거 하나였다
나와 세은이의 심정과 처지를 조금만 이해하고 받는 사과이기를 바랐다. 그래야 이러한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컸다. 진심이 빠진 성의 없는 반성문과 학교청소로 반성하고 뉘우칠 것 같지 않아서였다.
진심 어린 진정한 사과이면 그만이었다.
당시에 내가 홀로 학교와 학부모를 상대로 어떻게 그런 상황을 정면 돌파하며 지나왔을까 생각하면 아직도 의문이다. 간단하고 성급하고 빨리 일을 매듭짓는 평소의 나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부모로서, 그리고 보호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세은이가 피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켜주는 것, 아이의 안전과 존엄을 지키는 것이었다.
학교폭력은 단순한 장난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겨진 관계와 힘의 불균형은 아이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그날 이후, 나는 아이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학교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세은이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조금씩 키워주고 있다.
이 경험은 나에게도 부모로서,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내가 더 나의 자존감을 지키면서 떳떳하게 세상과 마주하며 세은이를 키워나가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때로는 세상을 이해시키는 것보다, 아이의 세상을 지켜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때의 경험이 가르쳐 준 것 같다.

#학교폭력

#장애아동교육#특수교육#포용교육#학부모이야기#엄마의기록 #아이의존엄 #정면으로살아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