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멋과 패션으로 한 껏 꾸며봅니다
패션이과는 '겉치레만 하고 내실은 없는 장식'이라는 의미의 유행어 "○○는 패션이냐?"에서 따 온 '패션'과,
'무늬만 이과이고 사실은 이과가 아닌 학생'을 표현하는 말이다. 수학이나 과학에 대한 흥미가 없어도 취업을 위해 이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생긴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패션독서,
콘텐츠흡수를 활자보다 영상이 앞서면서 책을 읽는 자체가 요즘시대엔 약간 튀는,
독서가 패션인 시대가 되었다고도 한다.
지성과 정체성의 도구였던 책이
패션이 되기도 한 세상이 되었다
책을 진득하게 읽기보다는 인증숏용으로만 펼쳐두는 걸 패션독서라 부른다. 나도 가끔 그 범주에 속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여행 앞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가끔 스스로를 패션여행자라고 부른다.
겉보기에 멋져 보이기 위해 떠나는 여행자. 사실 사진 한 장 건지려고 비행기를 타는 건 아닐까, 그런 의심을 스스로에게 해보곤 한다.
이 모든 것이 나와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난 패션이과였고, 지적허영심이 많아 과시적 독서를 하는 패션독서가이다.
물론 이것이 꼭 나쁘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솔직히 인정하면 더 편하다. 여행지에서의 나를 멋지게 남기고 싶다는 욕망, 그게 내가 여행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는 걸.
여자혼자 당차게 떠나는 해외여행을 sns로 실시간 공유하며 가지 않았다면 난 너무 지루하고 목적의식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고 실시간 나의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다는 것이 나를 설레게 하기도 했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이야기와 사진에 감탄하거나 공감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런 과정을 거치며 내가 위로를 받기도 한다.
사진 속 나는 언제나 조금 더 당당하고, 조금 더 빛나 보인다. 화려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순간, 바닷가에서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모습, 혹은 오래된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뒷모습까지. 그 장면들은 단순한 여행의 기록을 넘어, 마치 하나의 연출처럼 남는다. 나는 그럴 때 스스로를 이렇게 부른다. 패션여행자라고.
패션여행자는 단순히 옷차림의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는 보여주기라 말하고, 누군가는 관종 끼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멋져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도 결국은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고 더 멋진 삶을 살기 위한 내 방식으로의 노력 일 수도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새로운 장소에 서 있는 내 모습이 거짓이 아닌 이상, 그것은 연출이 아니라 내 삶의 한 장면이다.
후쿠오카의 오래된 골목길을 걷던 날을 떠올린다. 굳이 사진을 찍지 않아도 좋았을 풍경이었지만, 나는 결국 카메라를 들었다. 찍어둔 사진을 다시 보면, 그 순간의 빛과 공기뿐 아니라 그때의 내 기분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멋져 보이고 싶었던 마음조차 결국은 그날을 기억하게 하는 도구가 된 것이다.
여행은 언제나 나를 앞으로 데려간다. 보여주기 위해 떠나든, 기록하기 위해 떠나든, 결국은 나를 더 풍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 나는 패션여행자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여행의 이유가 꼭 고상할 필요는 없다.
당신은 왜 여행을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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