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다보니 꼬마대장이 되었습니다

꼬마대장, 직장 속 놀이터를 지배하다

by 정선미

18년간 육아에 전념하고 긴 휴식기를 가진 후, 마흔 중반에 다시 일을 시작했다. 막상 출근을 해 보니 대부분 나 보다 스무 살 안팎의 어린 동료들이 대부분이었다.

사회생활 경험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나는 스무 살 이상 어린 사회초년생들과 같이 새내기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함께 생활하면서 처음부터 만나자마자 마음이 맞아서 신나게 함께 연대를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내 나이의 사고지점이 어디인지 가늠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들과 나 사이에 있는 나이의 숫자만큼 서로 다른 영역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해석하며 각자의 시선대로 거리를 두는 것 같았다.

해, 두 해 시간을 흘려보내고 함께 한 시간과 공간의 넓이가 넓어지자 함께 이야기하며 공감할 수 있는 교집합이 늘어갔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즐겁게 놀며 일하며 연대할 수 있는 동료가 되어갔다.

서로 다른 세대가 한 공간에 모였다는 사실이 신선했고, 매일이 즐거운 실험 같았다. 나는 X세대, 그들은 MZ세대. 나의 경험과 그들의 패기, 서로 다른 시선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유쾌한 화학작용은 가끔 직장생활을 놀이터처럼 만들었다.

회식과 파티를 좋아하는 우리는 연말 파티, 깜짝 생일파티, 때로는 아무 이유 없는 이벤트까지. 나는 늘 그 중심에 있었다.

여행을 좋아하고, 맛집을 찾아다닌 경험이 풍부한 나는 모임 장소를 예약하고, 메뉴를 추천하며 ‘꼬마대장’ 역할을 맡았다.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재미있게 만들고 싶은 마음과 나의 오지라퍼 근성 때문이었다.


동료들은 나를 ‘엄마’ 혹은 ‘큰 언니’처럼 대하기도 했고, 나 또한 그들을 나의 조카처럼 또는 딸처럼, 귀엽게 보기도 했다.

우리는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하며 이야기했다. 나의 인생 경험을 들려주면, 그들은 딸 혹은 조카의 시선으로 질문했고, 그들의 고민과 즐거움을 나의 이야기로 풀어보기도 했다. 이런 소소한 대화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웃음을 나누었다.

서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딪치며 생각을 교류하기도 하고 다듬는 것이 관계의 영역을 폭넓고 풍성하게 해 줄 것이다.

X세대의 입장에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우리 세대는 민주화를 막 이룬 시기, 아직 현실에서는 수직구조와 획일적인 교육, 주입식 교육이 깊게 자리 잡은 환경에서 아날로그의 교육을 받은 세대이다. 6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학급에 꽉 차 있었고 각 학년마다 열개 이상의 학급이 있었다. 개인의 개성과 특성을 고려하고 자유를 누리게 하기보다는 한꺼번에 많은 아이들을 무탈하고 안전하게 교육해야 했기 때문에 군대식으로 엄격하게 통제해야 했다.

그래서 건축가 유현준교수는 예전의 학교가 교도소와 너무 닮았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교육까지 통제하고 지배당해야 했던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 시기를 거쳐 우리의 학교는 그렇게 더디게 성장했다. 우리 세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오가며 가치관을 형성하며 살아야 했다.

우리가 세상의 중심에 섰을 땐 디지털혁명으로 급변하는 세상에 준비 없이 살기 위해 버텨야 하는 처지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아직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 중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X세대에겐 적응하며 살아내는게 우선이었으므로 세대간의 차이를 바로 이해하며 받아들이기까지 다른세대보다 숙제도 많고 해야할 것들이 많았다.

그만큼 70년대생의 고뇌와 애환 또한 깊다.

아날로그 교육을 받았으나 디지털세상에 내 던져서 고군분투하는 나의 X세대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래도 우리가 세대 간의 갈등에 솔루션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세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교육과 환경은 달랐지만 민주주의를 갈망하며 남녀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해 애쓰며 불평등한 결혼제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리고 밀레니엄세대의 자녀를 키우면서 더욱 유연한 사고를 가지게 된 세대가 X세대이기에 나는 희망을 갖는다.

회식 자리에서 찍은 수십 장의 넷 컷 사진은 지금도 볼 때마다 웃음을 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장난을 치고, 포즈를 맞추며 ‘오늘 하루도 즐겁게 살았다’는 기록을 남겼다.

어느새 나는 그들 사이에서 ‘꼬마대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이가 가장 많지만, 회식과 놀이의 중심에 서서 행동대장의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세대 차이는 결코 장벽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오히려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만들 때, 즐거움과 창의력이 배가된다. 나의 경험과 동료들의 신선함이 합쳐져, 일하는 이 공간이 단순한 일터가 아닌 즐거운 놀이터가 된 것이다.


이 직장 생활을 통해 배운 게 있다.

나이의 많음이 절대로 권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나이가 많다고 소극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 경험을 나누고 웃음을 중심으로 관계를 만들면 세대 차이도 즐거움이 된다는 것. 나는 여전히 꼬마대장이지만, 그건 나이를 내세운 힘이 아니라, 웃음과 놀이로 동료들과 연결된 힘이다.


X세대와 MZ세대가 어울려 웃고 떠드는 이 직장 속에서 나는 매일 어린 동료들과 놀면서, 동시에 나 자신의 삶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이 즐거움이야말로, 나이와 세대가 아무리 달라도 직장에서 진짜 ‘즐거움’을 만드는 비밀임을, 나는 매일 깨닫는다.


유시민작가의 책 속의 문장

' 열심히 일하고 놀며 연대하며 사랑하라'는 문장을 좋아한다.

열심히 일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함께 즐겁게 놀면서 연대하면서 서로를 지지하며 격려하며 위로할 수 있는 일상이 감사하다.

이 작은 사회 안에서도 크고 작은 미묘한 갈등과 감정소모도 있다. 그것은 우리가 건강하게 연대한다는 의미를 가진다고도 생각한다. 그러한 성장통을 함께 겪으면서 내일 더 나아지기 위해 애쓰는 것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을 경험하며 체득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엄마의 마음으로 또는 이모이거나 큰언니의 마음으로 나의 젊고 어린 동료들의 빛이날 미래를 응원하며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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