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에게 작은 여행을 선물하다
십여 년 전, 친구가 건강상의 이유로 1년간 휴직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해 가을, 우리는 유난히 자주 만났다. 몸과 마음 모두 지쳐 있던 친구에게 가을 햇살 아래의 서울이 잠시라도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시절은 딸과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전력을 다해 살아내던 시기였다.
허루의 힐링으로 학창시절의 친구와 하루하루 거닐었던 그 시간은 친구도 나도 소중하고 고마운 시간이었다.
전력을 다해 달리다가 어쩔수 없이 쉬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쉬어가면서 삶을 다시 재정비하면서 방향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믿는다.
9월의 어느 날, 종로에서 만나 북촌을 지나 가회동을 거쳐 이화벽화마을까지 천천히 걸었다. 오고 가는 관광객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친구에게 말했다.
“우리도 오늘 하루, 서울에 여행 온 관광객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걸어볼까?”
그날 우리는 진짜 여행자처럼 거리를 누볐다. 익숙한 거리의 카페도 낯선 공간처럼 느껴졌고, 작은 로드숍에서 산 사소한 물건들조차 여행의 기념품 같았다. 집에서 멀리 떠난 것도 아닌데, 그 하루는 분명 ‘여행’이었다.
얼마 후 나는 우연히 『작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라는 에세이를 읽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동선으로 걷는 것, 매일 다니는 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될 수 있다는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때부터였다.
하루의 짧은 외출도, 낯선 골목으로 방향만 바꿔도 나는 그것을 “나에게 주는 작은 여행”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박웅현 작가의 『여덟 단어』를 읽다 보면 ‘현재’라는 단어 속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랜드마크만 보려고 하지 말고, 그 동네 사람처럼 여행해봐.
벼룩시장도 들르고, 카페에서 동네 이야기도 듣고.
그리고 생활할 때도 여행하듯 살아봐.
이 도시를 네가 3일만 머물다 떠날 곳이라고 생각해.” 작가가 딸에게 건네주는 말이다.
그리고
여행이 왜 힐링이 되는지 김영하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여행자는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다.”
잠시 한 발짝 물러서서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
그것이 여행이 주는 자유라고.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 나는 다시 이 문장들을 떠올린다.
오늘의 생활을 여행하듯 바라본다면 어떨까.
마치 오늘의 내가 잠시 머물다 떠날 여행자라고 생각한다면,
이 하루의 빛과 공기, 스치는 사람들까지 더 귀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카르페 디엠.
지금이라는 순간을 깊이 바라보고,
작은 여행을 스스로에게 건네는 마음.
아마 그것이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현재’의 힘일 것이다.
오늘, 당신의 작은 여행도 알차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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