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하이!"
우리 집 강아지 하이의 이야기다. 하이를 처음 본 건 쌀쌀한 바람이 불던 어느 가을날이다. 남편은 갑자기 나와 함께 갈 곳이 있다며 차에 태웠다. 그 날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가는 길 풍경이 참 인상깊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녁 어스름이 내리고 있어서 노을이 참 예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1시간쯤 달렸을까, 해는 지고 어둠이 깔린 도로에는 남편이 운전하고 있는 차뿐이었고 간간히 반대편에서 지나가는 차량이 있었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넓은 들판에 희미했지만 멀리 건물이 보였다. 너무 어두워져서 집이 확실한 건가 싶었지만 지도에서는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알림이 떴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곳에 덩그러니 철문이 하나 열려있었다. 남편은 입구가 맞는 건지 차를 멈춰 선 채 잠시 고민하더니 맞겠지 하며 철문을 통과했다. 꼭 시골 할머니 집 근처 비포장 길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그때 눈 앞 넓은 마당에 뭔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지나가면서 보니 조랑말과 말이 묶여있었다. 조랑말을 실제로 본건 처음이었는데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 꽤나 멋있었다. 묶여있는 몇 마리 말들을 지나니 어두워 멀리서 제대로 보이지 않던 집이 보였고 그 집 앞에 주차를 하니 주인 할아버지가 나오셨다. 할아버지는 인자한 인상이었는데 흰머리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우릴 뒷마당으로 안내했는데 그곳은 작은 동물원 같았다. 토끼, 오리 멀리 보이는 알 수 없는 작은 동물들까지. 때 마침 손님이 온걸 안 모양인지, 집 안에서는 강아지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문득 집을 바라보니 꽤 오래된 집 같았다. 요즘 캘거리에서 유행하는 집과는 달리 넓은 마당에 층이 없는 방갈로 스타일의 집이었다. 나중에 할아버지가 이야기해준 거지만 철문을 시작으로 뒤로 넓게 펼쳐진 땅이 모두 자기 땅이라고 했다. 확실히 이쪽의 농부들은 스케일부터가 다르다.
우린 강아지 소리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하셔서 앉아서 우릴 맞이했고 마침 강아지들이 할머니 곁에서 놀고 있었다. 손바닥을 겨우 넘길 정도로 작은 아이들이 옹기종이 모여 있었다. 엄마 개는 출산 한 지 100일 정도밖에 안돼서 그런지 힘없이 누워 우릴 빤히 쳐다보다가 주변의 아기들을 핥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낯선 우리가 들어가니 엄청 짖어댔다. 여러 마리가 동시에 짖어 대 정신이 없는데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갈색 털을 가지고 있던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짖지 않고 우릴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엄마 품에 누워 멀뚱히 나와 남편을 바라보는 그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 인연이었나?
그 집을 나설 땐 내 품엔 짖지 않던 그 작은 아이가 함께 했다. 출발할 때만 해도 분명 그냥 보고만 오는 거라고 남편이 이야기했는데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내 무릎 위에서 조용히 헐떡이는 작은 아이를 품에 안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이상하게 더 멀게 느껴졌었다.
돌아오는 길, 우리는 강아지가 태어난 하이리버라는 지명의 앞글자를 따서 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하이야" 하고 부르니 우리를 빤히 쳐다보길래 이름이 마음에 드는 건가 싶다가도 짖지 않는 모습에 싫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우리는 하이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