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없다는데“
남편의 대답과 동시에 내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도대체 어디서 아구찜을 먹을 수 있단말인가!
임테기로 임신을 확인하고 병원을 다녀온 그 다음날로 기억한다. 나의 입덧은 짧게 끝난 대신 강렬하게 시작했었다. 역한 냄새가 온 집을 휘감고 있던 아침이었다. 좋아하던 커피가 똥냄새같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 더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것 같다. 이런 지옥같던 입덧이 끝나자마자 생각난 음식이 있었는데 바로 아구찜이었다
커다란 접시에 수북히 쌓인 콩나물과 야들야들하게 익은 아구가 빨간 양념에 잘 버무려진 아구찜을 생각만 해도 입속에서 침이 고였다
매콤한 아구살과 콩나물을 같이 한입에 넣으면 여기가 천국일 것 같은 기분을 알까?
그 날부터 백방으로 아구찜을 수소문 했지만 헛수고였다. 아무래도 제일 가까운 바닷가까지 15시간이 걸리는 거리에 있다보니 생선을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 정도는 머리로 알수 있었지만 내 마음은 어느 한국 식당에서도 아구찜을 팔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캘거리가 캐나다에서 세번째로 크다는 도시지만 그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려운 아구찜이었다
동내에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한번씩 냉동제품으로 한인마트에 판다는 정보를 알려준 날 캘거리에 있는 한인마트를 쥐잡듯 뒤졌지만 하필 그날 따라 제고가 없었다
요리사로 일하던 친구 남편이 이런 내 소식을 듣더니 아구찜파는 한식당은 아직 못들어봤다며 알게 되면 알려주겠다는 소식과 함께 아쉬운대로 해물탕을 만들어 초대해줬었다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 열심히 먹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아구찜을 못먹었다며 못내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아구찜이 뭐라고
나는 아구찜이 먹고싶을 뿐인데 캐나다에서 산다는건 이런 것이었다.
마음대로 왔지만 마음대로 살 수 없는 곳.
아구찜은 나에게 전화 한통이면 집 앞까지 배달해줬을 한국이 아니라 찾아다녀도 찾지못하는 캐나다에 살고 있음을 뼛속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아쉬운 대로 해물찜이나 해물탕을 주구장창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하루는 친하게 지내는 동내 언니가 코다리 찜을 구해서 줬는데 꼬뜰하게 씹히는 코다리 살이 꽤나 맛있었지만 몇 점 먹다 손이 멈췄었다
그 때 왜그렇게 아구찜이 먹고 싶었을까?
어린시절 동내에 꽤나 유명한 해물찜가게가 있었다. 부모님은 좋은일이 있거나 축하할일이 있으면 거기서 외식을 했었는데 다른 메뉴들 중에 우리가족은 아구찜을 주문했었다. 푸짐하게 나오는 아구찜을 가운데 두고 둘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 하며 먹던 아구찜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입덧이 끝난 나를 축하하고 싶어서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