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라는 것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작년 경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경주에 한우가 유명한 것 알고 계셨나요? 여행 첫날 정육식당에서 경주 한우를 저녁으로 먹었음에도 아쉬워서 마지막 날도 고기를 먹기로 결정했습니다. 정육식당에서 생고기를 먹었으니 마지막 날은 양념 고기를 먹기로 하고 맛집을 검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양념 갈빗살 맛집을 찾아내었습니다. 아주 좁은 도로에 있는 크지 않은 식당이었어요. 제가 깜짝 놀랐던 것은 고기 맛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 때문이었는데요. 사장님 외 모든 근로자들이 외국인이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지만 경주라는 도시 외곽에 아주 작은 식당에서도 외국인이 일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자연스러운 한국어도 놀라웠지만, 아이의 된장찌개를 맵지 않게 해 주신다는 센스에 감탄하기도 했네요.
이제는 필수 인력이 되어버린 외국인 근로자
예전 법인의 자문사 중 하나는 냉동식품을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물량은 늘어가는데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하도급을 많이 활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죠. 비정규직 고용 구조 개선 컨설팅을 진행하여 하도급 문제를 예방해 보기로 했습니다. 하도급 직원들의 명부를 받아보았더니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 고령자였습니다. 회사가 인천에 있었는데, 많은 급여를 지급하지 않으니 우리나라의 젊은 사람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주 52시간을 일하며(실제는 주 52시간을 넘을 수도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지급받고 있었습니다. 생산 현장의 일은 고되고 어렵습니다. 사실 산업 재해도 많이 일어나는 편이죠. 상대적으로 낮은 근로조건을 감수하고 위험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외국인 노동자뿐이라니 감사하면서도 씁쓸하기도 합니다. 코로나19에 따라 강화된 방역 조치로 외국인 입국이 제한되면서 본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도 많았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 중이던 제조업체 792개사 중 92.1%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제조 기반 중소기업의 10개 중 9개가 외국인 노동자가 없다면 사업 운영에 지장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외국인 근로자의 현실
인구감소, 산업구조의 재편 등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는 산업 현장의 필수인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필수인력에 대한 대우는 나아지고 있을까요? 외국인 노동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추행을 당하거나,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기도 합니다. 2022년 아산시 비정규직 지원센터에서 한국인 노동자 258명, 외국인 노동자 127명을 대상으로 소규모 사업장의 일터 괴롭힘을 조사한 결과, 언어폭력을 경험한 외국인 노동자는 39%에 달했고(한국인 노동자는 16.4%), 부서 이동이나 퇴사 강요 등의 괴롭힘 경험도 29.7%(한국인 노동자는 6.4%)나 되었습니다. 또한 한국어가 미숙한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법을 위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근로계약서를 미작성하고 근로시간을 준수하지 않으며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한국어 능력을 갖춘 비전문 인력(E-9 비자)은 국내 체류 기간이 4년 10개월이므로, 그 기간이 지나면 출국하고 재입국해야 합니다. 재입국 시 추가로 4년 10개월을 근무할 수 있으나 산업 현장에서는 이 기간도 짧다고 주장하여 법 개정을 요구합니다. 법을 개정하면 외국인 근로자와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좋은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