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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무사 Oct 27. 2024

장애인 인식 개선이
교육만으로 가능하나요?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부터 고민해 봅시다


장애인 고용 의무

 회사에서 인사팀장이 되어 처음 맡게 된 일은 <장애인 고용 의무> 준수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었습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28조에서는 장애인 고용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데요. 상시 5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여야 합니다. 2019년 이후 의무 고용률은 3.1%입니다. 직원이 100명인 기업이라면 최소 3명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며, 이 기준에 미달하면 부담금을 내야 합니다. 장애인 의무 고용 준수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했지만, 부담금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빠르게 마련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장애인을 의무 고용하고 싶어도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도 많습니다. 어떤 직무에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을지 머리를 써보았지만 잘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사무보조직은 주어진 사무만 처리하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실제 회의실을 세팅하거나 회계 전표를 담당 부서에 전달해 주는 등 육체적 활동이 포함되어 있어 몸이 불편하신 분이 수행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같은 이유로 제조나 영업도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기획이나 행정 직무는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우선 채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혼자만의 고민은 계속되었으나 결국 답은 찾지 못하였고, 일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장애인이라고 늘 힘들고 슬픈 것은 아니다

 저는 숏츠보다는 개그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좋아하는 개그맨은 이경규입니다. 호통 속에 담긴 철학을 좋아하거든요. 이경규 님의 명언 “무식한 자가 신념을 가지면 무섭습니다.”를 캡처해서 사진으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도전하는 모습이 멋지기도 하고요. 한결같이 호통치면서 큰 기복 없이 직업을 유지하는 것도 대단해 보입니다. 심심하여 유튜브에서 이경규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시각장애인 채널에 이경규가 출연한 것을 보았습니다. 이경규보다는 같이 방송을 한 시각장애인이 궁금해졌습니다. 채널명은 #원샷한솔이며, 채널의 주인 김한솔 님은 시각장애인 유튜버입니다. 김한솔 님이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기 위함이었습니다. TV 속 장애인들은 굉장히 불쌍하거나 무엇인가를 극복해서 굉장히 대단한 사람처럼 비추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장애인이라고 늘 힘들고 슬픈 것은 아니므로 자신의 일상을 과장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네요. 이 유튜버를 보다가 회사에서 혼자 고민했던 지난날이 기억났습니다. 이런 일은 이래서 못하겠지, 저런 일은 저래서 불편하겠지. 저 스스로 세운 기준에 따라 장애인들이 일을 수행하지 못할 이유를 만들고 있었던 겁니다. 사실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다 할 수 있는 일일 수 있습니다. 당시의 저는 그런 장애인의 모습을 보는 다른 사람들의 불편함을 더 신경 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제한다고 인식이 달라질까?     

 아이한테 학습지를 하지 않으면 TV를 보여주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는 학습지를 하는 내내 몸을 배배 꼬아대며 하품을 하고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겨움을 표현해 주었습니다. 심지어 하기 싫어서 울어버린 적도 있네요. 학습지가 끝나자마자 TV로 달려가서 바로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학습지가 왜 중요한지 알려주지 않은 채 강압적으로 아이를 통제해 봤자 아이에게 그 시간은 버틸 수밖에 없는 괴로운 시간일 뿐입니다. 장애인 의무 고용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요. 장애인 고용을 강제하고,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의무적으로 수강하도록 해도 장애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일반 기업과 직장인들에게는 의무적으로 해야만 하는 괴로운 것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문사 담당자께서 장애 체육인을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장애인 관련 단체를 통해 장애인 운동선수를 사업장에 고용하면서 훈련시간 및 급여를 보장하면 회사는 장애인 고용을 통해 장애인 고용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마케팅을 보셨다고 합니다. 일부 장애인 관련 단체가 기업에 장애 체육인을 고용하면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여 여러 기업에서 활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단체는 장애 체육인을 소개·위탁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하여 불법파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관리비 명복의 수수료를 지급하게 된다면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중간착취 금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장애 체육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정확한 판례나 행정해석은 없습니다. 근로계약 본연의 취지에 따라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고, 근로계약서에 해당 직원이 수행하게 되는 업무를 명시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임금을 지급한다면 체육선수라는 이유만으로 근로계약이 부정되지는 않겠죠. 하지만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려는 법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는 것보다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줄이려는 노력이 우선된다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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