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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n Jul 14. 2017

#2. 근태관리

일본 스타트업에서는 어떻게 근태를 관리하는지 이야기 합니다.

퇴근길, 파란 하늘을 보다.


서울에서 회사생활을 할 때, 파란 하늘이란 출근길 지하철역으로 갈 때나 지하철역에서 회사로 들어갈 때, 그리고 점심시간에 무얼 먹을지 고민하며 식당가를 배회했을 때가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퇴근길은 언제나 파스텔색으로 바래진 저녁 하늘이나, 거무스름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갔던 적이 대부분이었지요.


언제부터인가 그런 생활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나뿐만이 아닌 대부분의 회사원들 또한 같은 상황이기에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다른 쪽으로 행복을 찾으려 하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씩 가는 해외여행 때 비행기는 항상 창가로 예약을 했으며, 비행시간 내내 창가에 얼굴을 비벼대며 사진만 찍어대는 게 하나의 낙이 되어버렸습니다.


구글 포토에 저장되어 있는 하늘 사진만 2만장..


제가 다니고 있는 이곳 회사는 스마트 워크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어디서든 자유롭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으며, 딱딱한 룰을 벗어나 유연한 룰을 적용하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사 사칙 문서에 적혀 있는 근태 관련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기본 근무 시간은 하루에 8시간으로 정한다.
2. 사내 코어 타임(업무 집중 시간)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정한다.
3. 업무 우선 시간은 15시부터 18시로 정한다.
4. 쉬프트 근무가 가능하며, 쉬프트 근무는 코어 타임을 벗어나지 않는 시간에서 자유롭게 조정한다.
5. 연차 신청은 당일 오전 9시 30분 이전까지 리더에게 신청한다.
6. 재택근무는 건강상의 이유나, 개인적인 사유로 한 달에 2일까지로 한정한다.
7. 잔업 시간 60시간 초과를 금지한다.
8. 주말 근무는 토요일 또는 일요일만 허가한다. (토/일 모두 근무 불가)
9. 주말/휴일 근무는 대체 휴가로 변경되며, 대체 휴가의 지정 기간은 1개월 이내로 정한다.


좀 더 상세한 내용으로 많은 사항들이 있지만 크게 정리해보면 위의 내용으로 정리가 될 듯합니다.


기본 근무는 하루에 8시간으로 정해져 있지만, 쉬프트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코어 타임을 벗어나지 않는 다면 하루에 5시간만 근무하고 개인 용무를 봐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루 5시간 근무한 경우는, 다른 날이나 주말 또는 휴일에 추가적으로 3시간을 더 채우면 됩니다.


물론, 이렇게 업무시간에 발코니로 나와 하늘을 바라볼 수도 있지만.
초등학생들과 같이 퇴근하는 기분은 살짝 신난다.
퇴근길, 자전거에서 내려 잠시 찍어본 사진이 더 파랗게 보이는건 기분탓일까?


코어 타임을 오후 3시까지로 정해 놓은 이유는 회사 건물 바로 옆, 미츠이 호텔 (三井ガーデンホテル柏の葉)에서 제공하는 온천과 피트니스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 회사의 복지중 하나인 온천과 피트니스를 오후 3시부터 저녁 7시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춰 개인이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하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소한 같은 회사 직원끼리 5시간 만은 같이 어우러져 일하자! 대신 나머지 3시간은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조절해서 사용하도록 해]라는 회사의 바람도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도 오후 3시가 되면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오거나, 회사 한쪽에 있는 다다미방에 누워 만화책을 보는 직원, 운동복을 챙겨서 운동을 하러 가는 직원, 온천을 가는 직원도 있으며, 근처 커피숍이나 자기 집으로 가서 업무를 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오후 3시 이후에는 각 팀의 슬랙 채널에 보고만 하면 끝.

저는 보통 혼자 코딩을 해야 하는 경우나, 공부가 필요할 때 3시 이후 집으로 돌아가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바로 돌아가 업무를 이어 가는 경우도 있지만, 쇼핑을 한다던가 음식 재료를 산다던가, 아는 지인을 잠깐 만난 뒤에 오후 7시나 8시부터 다시 업무를 이어서 하기도 합니다. 


대체할 날짜를 알려줘!


일본의 회사에 와서 가장 마음 편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던 큰 제도 중의 하나는, 대체 휴가입니다. 각 프로젝트의 마일스톤을 맞추기 위해서, 또는 고객사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의해 주말, 또는 휴일, 철야 등의 추가 업무가 진행될 경우에는 그 시간에 맞는 보상이 회사 사칙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물론... 참 당연한 제도지만, 국내에 회사생활을 하면서 오버 워킹을 했을 때 받은 보상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더 가슴에 와 닿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회사의 기본 사상은, 하루의 업무시간 8시간 외 나머지 시간은 각 멤버들의 자산이므로, 회사에서 절대로 컨트롤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휴일이나, 주말 근무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대체 휴가를 명시해서 보상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휴일이나 주말 근무를 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며 리더에게 허가를 받은 뒤에 진행이 됩니다.

그리고 신청을 하게 되면 리더들은 항상 대체휴가를 어느 날짜에 쓸 건지 물어봅니다.


실제 몇일전 휴일근무신청을 했을때 대화 스레드

위의 대화도 본래는 토, 일, 월 3일 휴일 근무 신청을 하려 했습니다만, 토/일 연속 근무 금지 사칙으로 인해 거절당했습니다. (추가 근무 신청은 리더의 요청도 간간히 있어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자신이 직접 판단해서 결정 후 보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기하게도, 이런 사소한 배려들이 휴일근무, 주말근무, 또는 철야, 야근 등에 대한 거부감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됩니다. 저 역시 IT 업무를 계속 해오면서, 갑작스러운 이슈나 요청 등에 대한 빈도가 적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가급적 억지로 해야 한다던가 적절한 보상을 받지 않게 된다면, 언젠가는 지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JOBCAN
출처 :http://plum.io/blog/why-punching-the-clock-is-bad/#.WWe1Gk6LQkl

모든 멤버들의 관리는 기본적으로 운영팀에서 관리를 하지만, 하루 8시간의 관리는 각자 멤버들이 관리를 합니다. 8시간의 업무를 증명하기 위해서 이 회사에서는 근태 관리 프로그램을 전사적으로 사용하는데 그게 'Jobcan'이라는 사이트입니다.


옛날 시계가 달려 있는 펀칭 기기에 카드를 집어넣으면 그 시간에 구멍이 뚫는 것처럼 여기서도 그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펀칭기기는 아니지만 아이패드로!

사무실로 들어오는 정문과 후문에 각각 설치된 카드리더기에 입사 시 발급받은 IC카드를 찍으면 자동으로 출근 처리가 됩니다. 

사이트에는 요런 식으로 보여집니다.

신기하게도 이 서비스는 일본어,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도 지원이 돼서 개인적으로는 편리하게 관리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규정근무 시간 및 실제로 얼마나 일했는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각 멤버들의 업무 시간을 편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도 스스로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참 마음에 드는 시스템 중에 하나입니다. 


신뢰와 책임
아프면 쉬자고~


임원-리더-멤버 모두 서로를 신뢰하는 게 기본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물론, 각자의 속마음이나 심정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아파서 재택근무를 신청하거나, 결근처리가 될 때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친구들이 참 많습니다. 감기 같은 경우는 자신이 아파서 회사에 못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방에게 옮겨서 민폐를 끼치게 될까 봐 재택근무나 유급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한국에 있을 때의 경험처럼, 도저히 못 나올 정도로 아프지 않은 한 회사에 출근하는 모습을 이 곳에서는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체적으로 각 멤버들에게 자유와 책임을 맡기고 스스로 판단하도록 회사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만, 모두가 다 3시에 퇴근해서 개인 용무를 보고, 재택근무만 하고 칼퇴근하는 모습은 그리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회사 사무실을 거의 집처럼 사용하는 멤버들도 있고, 아예 회사에서 자고 출근시간에 일어나서 업무를 보는 멤버들도 있습니다. 항상 9시가 다 될 때까지 업무를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급한 프로젝트나, 협업을 하면서 진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늦게까지 함께 업무를 보거나, 연속 야근/철야 등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결근이나 지각을 자주 하는 멤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한다거나, 그 제도를 이용해서 편법을 쓰는 멤버는 아직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결국은 서로를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있고, 스스로의 책임을 스스로 관리하고 있으며, 객관적인 업무 시간을 통해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기에 자연스럽게 운영되고 있는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각 리더들은 오후 3시 이후에 보고만 받으면, 전혀 그 보고에 대해서 상관하지 않으며, 연차를 낼 때 사유는 아예 묻지도 않습니다. 또한 팀 동료들도 그들의 시간은 그들의 몫이며, 업무에 대한 책임은 각 담당자에게 있기 때문에 굳이 오지랖을 떨며 관여할 필요가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들은 각자의 삶을 더 풍요롭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노력을 위해 또 다른 노력을 하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마음껏 활용하며 살고 있습니다. 


같은 팀 멤버가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멤버 : 나 내일 연차야. 찾지 말아줘.
나 : 어디 놀러 가?
멤버 : 아니 내일 파이널 판타지 14 메이저 업데이트 예정이라 그거 해야 돼.

츤데레처럼 대답하더니 콧노래를 부르며 퇴근합니다.



(나도 옛날에 이런 회사를 만났더라면, 아이온 풀템 맞추고 놀았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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