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미러' 시즌 1 : [공주와 돼지] 에피소드를 마주하며
만약 기술이 마약이나 마찬가지이고
사용되기도 마약 같이 사용되고 있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은 무엇인가?
불안함과 즐거움 사이의 모호한 존재가 바로 블랙 미러다.
타이틀에 나오는 '검은 거울'은 모든 벽과 책상에 있고 모든 사람의 손바닥에 있다.
차갑고 번쩍거리는 텔레비전 화면, 모니터, 스마트폰이 바로 '검은 거울'이다.
미디어와 기술의 발전은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기도 하였지만
이것 또한 악영향과 어두운 면 역시 존재한다.
드라마 '블랙 미러' 시즌 1 : [공주와 돼지] 에피소드를 마주하며
'챗GPT', '1인 미디어' 등 다양한 기술의 활용이 화제인 2023년에
미디어가 주는 영향을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먼저 '블랙 미러' 시즌 1 : [공주와 돼지] 에피소드의 줄거리는 이렇다. 영국의 수잔나 공주가 납치되었다. 납치범의 요구 조건은 단 하나로 '오후 4시 정각 수상은 돼지와 관계를 맺는 모습을 어떠한 연출도 없이 생중계로 영국 전역에 방송을 할 것.' 이를 들은 수상은 요구조건에 거부감을 가지며 이내 공주를 구하고 납치범을 잡기 위해 공권력을 총동원한다.
영국 여론 또한 '수상이 납치범의 요구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흐름을 유지하며 수상의 입장에 있었다. 그러나 수상에게 알리지 않은 채 진행된 '얼굴 CG처리 계획'을 납치범이 알게 되면서 공주의 손가락을 자르는 영상이 공개됨에 따라 영국 여론은 '수상이 납치범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로 정반대 흐름을 잇게 된다.
설상가상 납치범의 거주지 또한 함정이었으며, 시간 또한 오후 4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에 보좌관은 수상에게 납치범의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아 공주가 죽게 된다면 명예는 물론, 영국의 모든 이들이 수상을 경멸할 것이고, 신변 또한 보장할 수 없다고 전한다.
이에 수상은 준비되어 있는 방송 현장에 들어서며 결국 돼지와의 관계를 맺게 되고 이는 생중계로 영국 전역에 방송된다. 맥주와 안주를 두고 펍에 모여 시청하는 사람들, 병원에서 시청하는 사람들.. 처음엔 수상을 안주거리 삼아 비웃고 조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1시간에 가깝게 행해진 공주를 살리고자 한 수상의 모습은 이들 모두를 조용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생중계를 보고자 모든 국민이 TV 앞으로 향하자 거리엔 사람도 차도 다니지 않았다. 그 텅 빈 거리에 수잔나 공주가 비틀거리며 쓰러진 채 한동안 방치되었다가 경찰에 의해 구출되었다. CCTV를 분석한 결과 3시 30분에 공주는 풀려났으며, 잘린 손가락 역시 납치범의 손가락으로 밝혀졌다.
납치범은 현대미술가로 방송을 틀어 놓은 채 극단적 선택을 하였으며, 수잔나 공주는 구출 뒤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였다. 생중계의 이슈가 있고 1년 뒤 수잔나 공주는 자신의 삶을 찾아 살아가고 있으며 수상의 지지율은 이전보다 더 높아졌지만 쇼윈도 부부로 살아가고 있다. 1년 전 돼지와의 외설적인 행위는 현대미술상을 받은 납치범의 계획으로 밝혀져 1주년 만에 예술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평가가 뒤를 이으며 끝을 맺는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주목해 볼 점은 자극적인 소비이다. 결과적으로 납치범인 현대미술가는 영국 전역으로 거대한 실험을 하였다. 잔인하고도 자극적인 실험을 말이다. 약속 시간인 4시 정각에 30분 전인 3시 30분. 납치범은 공주를 풀어줌으로 하나의 질문을 던진 것이다. 영국 국민들은 과연 공주가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를 바란 것일까? 오로지 수상의 외설적 행위가 궁금했던 것일까? 영국 국민들은 사실 처음 수잔나 공주의 납치 영상을 시청했을 때부터 수상이 돼지와 관계 맺기를 원했던 것일지 모른다.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명분이 없었을 뿐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자극적인 소비와 쾌락적인 콘텐츠 소비이었기에 그 명분이 오기를 기다렸으며 공주의 손가락이 잘렸다는 기회가 오자 그들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자극적이고 쾌락적인 소비는 오후 4시 정각이 되자 절정에 달했다. 외설적 행위를 맥주와 안주가 있는 펍에서 하나의 콘텐츠로 즐겼으며, 수상을 조롱하는 모습을 가득 담아내었다. 정말 공주의 안정을 원했다면 거리에 공주를 찾는 무리가 보였어야 하며, 시위 혹은 운동, 경찰들의 순찰이 보였어야 한다. 그러나 오로지 수상의 외설적 행위에 관심이 있었기에 30분 전에 공주가 풀려났음에도 한동안 반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은 2023년 현재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방송 플랫폼에서 시청자들은 날이 갈수록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고 그 자극적인 콘텐츠를 즐겁게 소비한다. 욕과 비판이 난무하는 콘텐츠 영상이 인기 동영상 목록에 수두룩하게 존재하며, 연예인과 BJ들의 술방 콘텐츠는 나날이 인기가 높아져간다. 액기스만 담은 숏츠 영상이 대중화가 되며, 우리는 그 숏츠 영상을 계속 스크롤해 가며 끝이 없는 굴레에 빠진다.
또한, 드라마에선 이 수상의 외설적 행위를 예술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비친다. 그러나 이 납치범이 현대미술상을 수상한 유명예술가가 아니라 누구도 알지 못했던 뜨지 못했던 예술가였더라도 똑같은 주장이었을까? 드라마에선 사회적 위치가 주는 영향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럼 똥을 싸도 박수를 받을 것이다" 유명한 예술가는 똥을 싸더라도 찬사를 받는다는 말이 있듯 우리 사회에서는 작가의 명성 혹은 장소의 명성을 등에 업고 예술로 빛나는 현상을 종종 볼 수 있다. 유명 미술관에 일반 안경을 전시했을 때 관람객들의 호전적인 반응처럼 작가나 장소의 명성을 등에 업고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빛나고 있는 현상을 드라마에선 수상의 외설적 행위에 빗대어 나타낸 것을 찾아볼 수 있었다.
드라마의 제목 [블랙 미러] 검은 거울은 컴퓨터와 TV, 스마트폰 등 각종 전자기기가 꺼진 화면을 나타내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화면이 켜져 밝은 화면을 순기능으로 꺼져있는 검은 화면을 역기능으로 미디어와 기술의 어두운 면을 다루고자 하였을 것이다. 필자는 이 블랙 미러란 단어를 보고 현대인들의 모습을 연상하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 "이것만 보고 자야지. 이것만 보고 자야지." 하다가 실수로 휴대폰 전원 버튼을 눌렀을 때 검은 화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오로지 마주할 수 있다. 그때 밀려오는 허무함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 허둥지둥 핸드폰을 켜 검은 화면을 외면하고자 한다. 합리화와 불안함 그 사이에서 오고 가는 현대인들의 감정은 꽤 치명적이다. 내일의 하루가 힘들 것 알면서도 자발적 불면증을 만들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미디어란 삶의 질을 높여주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갉아먹고 비교의 대상이 되며, 부정적 감정을 만드는 도구이기도 한다.
잔인하고도 자극적인 거대한 실험
미디어. 기술. 분명 인간에게 모든 면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지만, 반대로 우리는 잔인하고도 자극적인 거대한 실험의 대상자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블랙 미러]
시즌 1. 공주와 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