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로테이션 미팅

한 번에 20명 소개팅 하기.

by 초록

이직하고 나는 기름집 사람을 소개받았다.

직장도 인물도 좋은 분이셨지만 티키타카가 0에 수렴.

본인도 자기랑 똑같은 ISTJ 여자는 처음이라며 어쩔 줄 몰라했다. 애프터를 하시면 한 번 정도 더 만나보고 싶었지만 역시나 콧대높은 기름집 남자들. 두 번의 기회는 없다.


다시 어플을 깔았다.

일단 블릿이 물이 구린 건 작년에 이미 몸소 확인했으니 골드스푼으로 ㄱㄱ. 골드스푼과 블릿의 프리미엄 버전인가? 아무튼 대기업 이상의 남성만 가입할 수 있는 어플 두 개를 설치했다. 대충 자기소개를 하고 매일같이 하트를 눌러대는 남자들을 구경했다. 아..나도 이제 30대 꺾인 걸까. 나에게 하트를 누르는 남자들은 키작 40대 전문직 남성들. 미친건가 싶었다. 무슨 자신감으로..? 내가 하트를 누르는 180이상의 테토남들한테선 회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30대 초 여성의 포지션을 처참하게 확인하던 중. 아무래도 온라인은 안될 것 같아 당시 핫하다는 와인 로테이션 모임을 신청했다.


근데 나는 이미 수년 전 와인 로테이션 모임을 한 적이 있다. 광고인지 뭔지를 통해 알게 된 곳이었는데 삼성역 와인 레스토랑 사장님이 매주 주말 호스트 하는 곳이었다. 그 곳에 가면 카드를 주는데 거기에 내 나이, 직업, 거주지, 신장, MBTI, 취미 등을 적고 내 앞에 상대방이 오면 서로 바꾸어 읽어보고 대화를 나누는 컨셉이었다. 서로에겐 번호가 주어지고 한 사람 당 10-15분 정도의 1:1 대화가 마무리 되면 호스트에게 마음에 드는 분의 번호를 세명까지 전달할 수 있다. 나는 그 곳에 두번 가봤는데 두 번째 갔을 때 가장 인기있는 여자 00번으로 뽑히기 까지 했다. 촤암. 나의 매력이란. 물론 거기도 물이 구렸다. 여기까지 찾아온 남자들이면 뻔하다 이런 생각? 숨막히는 초식남들과의 10-15분 1:1 미팅은 마치 100-150분을 기다리는 듯 했다. 그런데도 다시 찾아간 이유는 효율적이니까! 못해도 하루에 10명의 남성을 한 방에 소개팅 할 수 있으니 굉장이 효율적인 시스템이라 생각했다. 그리도 대화를 나누던 분들 중 몇 분은 본인의 지인이 이곳에서 만나 결혼을 해 추천을 받고 왔다고 했다. 그러나 대체로 키가 작거나 나이가 많은 분들이 많아 다시 찾진 않았다. 여성분들은 괜찮은 분들도 좀 있었던듯!


근데 이게 다시 유행이란다.

나는 프립을 깔고 마포에서 진행하는 와인 로테이션 모임을 신청했다. 오 3성급 호텔 1층에서 진행하는 데다 규모도 커 꽤 퀄리티가 있었다. 여기는 1:1 대화가 아닌 3:3 씩 테이블을 도는 시스템인데, 1:1 보다 덜 어색하면서 한 번에 20명을 볼 수 있으니 더 효율적이라 생각했다. 내 옆에는 귀여운 외모의 파워 E 언니가 앉았는데 너무 매력적이라 저런 사람이 왜 여기까지 나왔나 싶을 정도 였다. 자리가 다 차길 기다리는데 마침 내 앞에 대존잘 아이돌st 가 앉았다. 할렐루야~~! 근데 키가 작으셨음ㅎ. 성남 공무원 이시란다. 관심도 떡락. 그렇게 3명의 남자 세트들이 15-20분 간격으로 우리 테이블에 오는데 점점 기거 빨렸다. 다행인 건 같은 테이블 여성분들 텐션이 높아 내가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됐다는 점? 슬슬 졸리고 집에 가고 싶어졌다. 한 테이블에 20분 정도니 6테이블 정도 다 만나뵈려면 2시간은 그냥 지난다. 호스트는 맘에 드는 사람 이름을 보내고 남아서 와인이랑 스낵을 더 즐겨도 된다고 했다. 나는 동갑내기 똥꼬발랄 했던 키큰 남성분과 마지막 테이블의 선이 굵게 생긴 남성 두명을 적고 집에 가야될 것 같다며 1빠로 나왔다.


역시..와인 로테이션도 별 거 없네.

누가 내 번호를 물으러 따라 나오지는 않을까 느릿느릿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내가 찍었던 막 테이블 존잘남이 내 뒤에 서 있었다. “저기요, 번호 좀 주시겠어요” 아놔..나 아직 살아있네. 마침 내가 찍은 사람이 나를 찍다니 역시 사람은 노오력을 하고 밖을 좀 싸돌아 다녀야 이런 인연이 생긴다. 번호를 주고 우리는 몇일이 지나 여의도에서 같이 삼쏘를 마셨다. 잘 생긴 외모에 생각보다 순수한 분 같았고 코레일 정비 일을 한다고 했다. 고로 쉬프트 근무. 코로나 때 미국에서 비행을 배우고 왔으나 업황이 안좋아 파일럿으로 취직을 못해 공기업 준비하고 지금 직장에 다니고 있단다. 근성은 훌륭하나 박봉에 쉬프트 근무는 못 참지. 짜게 식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 번 정도 더 만났으나 대화가 더 깊게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집안이 어느 정도 인지 모르겠으나 늘 하나씩 장착하고 오는 명품템도 싫었고 대화가 깊이 안되는 것 같아 출신학교를 물으니 어딘지 모르는 학교였다. 그럼 그렇지. 경기도에 집도 있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별로 안 끌렸다. 내 눈은 어디 달린걸까.


웃긴 건 그 뒤로 혼자 두 어 번 더 로테이션 모임을 나갔고, 강남 모임에서 한 분과 또 매칭이 되어 따로 보았으나 그 분도 직장이 좋지 않아 다시 보진 않았다. 한 번은 전 직장 동료가 제안하여 을지로 모임에 같이 다녀왔었는데. 강남 모임 때 봤던 계리사인가 회계사 한 분이 계셨다. 와인 로테이션 죽돌이 시군. 저 분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겠지? ㅎ 을지로 모임은 다들 키가 작고 재미가 없어 2차를 안가고 친구와 둘이서 한 잔 더했다. 그나마 강남 모임이 좀 재밌긴 했는데 키도 크시고.이 모임들을 통해 내가 남자 키와 직장을 많이 본다는 걸 깨닫고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두 시간 넘게 열 명이 넘는 이성들과 대화하는 게 I로서 상당히 기 빨리고 힘들었다.


지인 소개팅, 어플, 와인 로테이션.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

나에게는 더 이상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결정사까지는 가지 않으려 갖은 발악을 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내가 원하는 조건은 명확했다. 키랑 직장. 근데 나는 별 소득없이 나이만 먹어갔다. 하. 올해가 지나면 나 진짜 서른 중반인데. 누굴 만날 수 있을까? ㅠㅠ 올해 2분기가 시작되자마자 친구의 어머니가 매칭 매니저로 일하시는 결정사를 방문했다. 소개팅 썰 만큼 흥미진진한 결정사 썰 투 비 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