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 결정사 가입 후기

결정사는 내 눈만 높아지게 해.

by 초록

가입비 500/ 성혼비 1,000


남자를 만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결정사에 가입했다. 이직하고 소개팅도 많이 받았고, 오히려 30대가 되고 물오르는 미모에 어렵지 않게 남친을 사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는 경기도 오산.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한듯 했다.

이제 진짜 남은 건 결정사 밖에 없었다.

그래. 나이 마흔 먹고 후회하느니 일단 가보자.


32살.

만 30살. 올해 안에 쇼부봐야 된다.

내년이면 빼박 서른 중반이다. 그렇게 결정사 상담을 하러 갔다. 대충 내 연봉과 모아놓은 자산, 가족들은 무슨 일을 하고 원하는 이상형은 뭔지 등등을 얘기했다. 사실 매니저님 이라기 보다는 내 대학 동창의 어머니셔서 그냥 친구 어머니랑 편히 대화한다는 느낌으로 다녀왔다. 가입은 다음날까지 연락드리겠다 했다. 사람 만나는 데 돈 500이 적은 돈은 아니니까 고민이 좀 더 필요했다. 물론 가입하려고 찾아 뵌 건 맞지만 그래도 결정은 신중히.


다음 날 어머니께 연락을 드렸고.

나는 준비돼있던 재학증명서, 재직증명서, 혼인증명서 등과 함께 내 프로필로 쓰일 사진 여러 장을 보냈다.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치과의사 한 분을 소개해주셨다. 부모님 명의의 강남 아파트에는 남동생이 살고 있다는 멘트와 함께.


# 1. 대전 치과 페이닥터.


대전에서 srt를 타고 올라온다던 분.

커피 한잔 하자더니 갑분 아는 곳 있냔다.

역시 결정사 쉽지 않다. 초장부터 짜친다.

나는 치과 페닥을 위해 신논현 가베도를 찾아드렸다. 사실 난 큰 기대는 없었다. 이미 소개팅 만렙에다 소개팅에서 맘에 드는 사람 찾긴 하늘의 별 따기 라는 것도 알고 있고. 결정사도 사실 소개팅의 연장선 이니. 대신 만나기도 전에 스트레스 받았다. 고스펙의 결정사 남들은 얼마나 나를 평가할 것이며 나는 거기에 어떻게 대응해주어야 하는가.


별 기대없이 나간 강남 카페.

훤칠한 훈남이 앉아 있었다. 미친. 개훈훈한데?

키도 크고 얼굴도 거의 소멸직전 급으로 작은 그는 엄청 어색해 했다. 우리는 바로 가치관 톡 으로 들어갔는데 서로의 연애나 인생 가치관에 대해 얘기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그렇게 카페에서 대화만 내리 4시간을 하고 헤어졌다. 그는 다음에 서울에 올 테니 꼭 같이 삼겹살에 소주를 한 잔 하자며 헤어졌다.


돌아온 매니저님의 카톡.


매니저:

ㄴ 00씨는 좋으신 분 같다고 한 번 더 보고 싶다 하시네요. 어떠셨어요?


나:

ㄴ 네 다음에 서울 오시면 한 번 더 뵙기로 했습니다.


매니저:

ㄴ 교제하시기 전에 여러 명 만나 보는 것도 괜찮아요. 이 분도 한 번 만나보세요.


그렇게 대학병원 정형외과 페이닥터 소개 진행.


# 2. 서울 대학병원 페이닥터.


말이 필요없다.

프사부터 쎄하다 했더니 또라이가 나왔다.

어머니가 가입한 거라 한 번도 결정사를 통해 소개팅을 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내 사진과 매니저님들의 추천을 받고 처음 나와 본 거라 했다. 본인 인생 처음 선 자리라며 호들갑을 떨던 그. 외모도 별로인데 본인이 인기가 많다며 본인만의 아름다운 세계에 갇혀 사는 분 같았다.


가끔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정신세계나 대화의 결이 10,000% 안 맞을 때가 있는데 그런 사람이 나왔다. 힘겹게 대화를 마무리 하고 받은 애프터는 대충 좋으신 분 같으나..로 시작하는 멘트로 거절했다. 지금와 생각해보니 매니저 어머님이 나를 그저 상대방 차감을 위한 용도?로 이용하신 것 같아 기분이 그저 그랬다.


# 3. 미국 유학파 구글 팀장.


사진부터 헬창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그는.

90년대 생으로 나이도 어렸고,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으나 어머니는 현직 의사이신 유학생 출신 자산가였다.


신논현역 호텔 카페에서 만났다.

내가 대충 중간지점인 고터에서 보자고 아무 카페나 찍어줬더니 시끄러운 데가 싫다며 지네 집 근처 카페로 불렀다 ㅎ


그는 딱 봐도 유학파 양아치 상이라 노잼은 아니었으나, 이런 애가 결정사를 할 정도면 눈이 겁나 높구나 싶었다. 본인은 결정사 여자들의 집안이 너무 부담스러워 나를 택했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서로 결정사 후기나 전 연애 얘기 등등 편하게 얘기를 하고 나왔다.


보통은 매니저 어머님이 먼저 상대방에 대한 피드백을 알려주시고 내 피드백을 물어보시는데 이번에는 내 피드백을 먼저 물어보셨다. 그저 그랬다고 할까..? 그럼 눈이 엄청 높네 뭐라 하시려나..그냥 대화 즐겁게 잘하고 왔다고 괜찮았다 말씀드렸다. 그러나 바로 날라온 탈락 멘트. 상대는 내가 좋은 분이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단다. 아놔..나도 걍 별로였다 할 걸 존심무룩 ㅎ


그렇게 압로가면 널려 있을 것 같은 유학파 구글 팀장과의 커타도 ㅂㅂ.


# 4. 에스트로겐 폭발 네이버 팀장.


그냥 평범해 보이는 대기업 남 이었다.

본인의 자산이 5-6억 정도 된다나.

대신 호감형 외모로 신사 파스타 집에서 만났다.

아놔 이 결정사의 문제는 모든 남자가 178cm 이다.

나가보니 170 중반 쯤 되어보이는 마른 남자가 앉아 있었다. 엄청 못생기거나 그런 건 아닌데 남자로서의 매력이 안 느껴졌다.


얼마 전 다녀온 휴가 후기도 들려드리고 뭐 다른 얘기 할 거 없나 하는데. 역시나 티키타카가 안 된다. 상대방도 어떻게든 쥐어짜내서 리액션 해주려는 게 보이는데 둘 다 뭔가 쉽지 않다. 맞지는 않는듯. 걍 빨리 집에 가고 싶다. 그래도 날 위해 열심히 매물을 찾아주셨을 어머니를 생각해서 커피도 마시러 갔다. 더 할 얘기가 없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니 매니저님 카톡이 와 있었다.

상대방이 내가 너무 말이 없었다고 해서 마음에 안들었나 보다 싶으셨단다. 나는 늘 그렇듯 AI 마냥 좋으신 분 같으나 저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말씀드렸다. 아직 네 명 밖에 안 만났는데 벌써 지쳤다. 형식상 하는 소개팅을 하고 집에 돌아갈 때면 늘 마음이 헛헛해 과자 하나씩 사들고 들어갔다.


그리고 첫번째로 본 애프터를 약속했던 치과의사에게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어머니도 별 말씀이 없으셨다. 뭐 각자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다음 선개팅을 위한 에너지 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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