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도 떠나고, 아파트도 떠나고

노블 결정사엔 마마보이가 많다.

by 초록

매니저님과 처음하는 통화.


아 뭔가 마무리가 시원찮아 피드백이 들어갈 것 같다 했더니, 연락이 끊긴 1주일 뒤에 매니저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상대도 나도 누구를 만나도 한 번 보면 끝이었는데. 이번에는 4번이나 만난다는 소식을 듣고 뒤로는 남자쪽 어미니랑 매니저들 끼리 결혼시킬 일만 남았다고 호재를 불렀다 한다. 남자도 어머니한테 나랑은 대화가 잘 통해서 만나는게 즐겁고 좋다고 얘기했다며.


성수에서 내가 집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남자가 그 날 식당도 예약해두었다던데 왜 그냥 갔냐며 나를 다그쳤다.

나는 4번 만나는 동안 한 번도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아, 존중받는 느낌을 못 받았다고 말씀드렸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매니저님도 답답해 하셨다. 돌고돌아 그 분은 차가 없나? 하셨다. 내 말이. 그 사람과 동시에 소개팅 받았던 95년생 연하남도 매 주말마다 우리 집 앞까지 차를 끌고 나를 데리러 왔었는데. 내가 87년생 아저씨를 만나러 가서 매번 길바닥에서 기다려야 되냐는 말이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프로필 상으로는 178cm 로 받았는데, 사실 170 초반 같아요..라고.


나는 이번에 이 결정사 시스템을 알게 됐다.

매니저님이 나와 상대방 둘 다 아는 상태에서 연결해주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남자쪽 매니저는 또 따로 있었다. 둘 사이에 매니저가 둘이나 껴있는 셈. 그래서 우리 매니저님도 남자에 대해 직접적으로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노블제는 보통 남자쪽 어머니가 가입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성인 남녀 사이에 세명이 껴 있는 셈.


나 > 우리 매니저 > 상대 매니저 > 상대 어머니 > 상대방


그렇게 매니저님은 건너건너 들은 얘기를 전해주셨다.

그쪽 어머니는 좀처럼 애프터를 가지 않는 아들의 연이은 만남에 바로 결혼을 생각하셨고.

문래동의 아들 명의 아파트에 둘이 들어가 살면 되겠다고. 근데 지금 전세가 껴 있어 여자 쪽에서 4억 정도는 할 수 있냐고 물으셨단다. 우리 매니저님은 그 정도는 있다고 전했고 따로 나에게 그런 얘기를 하지는 않으셨다. 근데 이번에 말씀하시는 것 ㅎ. 문래에 18억 짜리 아파트란다. 이번에 일이 잘못되고 난 뒤 그쪽 어머니께서 그쪽 매니저를 엄청 다그쳤다 한다. 혹시 그 4억 얘기 때매 내가 연락을 두절한 게 아니냐며. 저는 처음 듣는데여;


그러고는 4억 없어도 되니 제발 우리 아들이랑 잘 만나달라 간청하셨다고..

나는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첫째, 나는 4억이 없다. 그건 우리 매니저님도 알고 계신다. 근데 4억은 있다고 얘기를 했다니..그리고 내 프로필을 알면서도 혼자 오버해서 정확히 '4억'을 요구 하셨다는 그쪽 어머니도 이해가 안갔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계산된 금액인걸까. 기분이 상했다. 아니 존심이 상했다. 둘째, 18억 문래 아파트가 아까웠다. 어머니가 저렇게 말씀하셨다 하니, 약속장소에 늦은 남자 한 명이 아니라 18억 아파트를 잃은 기분이었다.


우리 매니저는 일단 상대방쪽에서 연락을 먼저 할테니 기다렸다 만나서 얘기해보라 하셨다.

다시 만나든 끝내든 일단 만나서 한번 더 얘기해보라고. 본인이 중매를 서 파혼했던 커플까지 이어붙인 썰을 들려주시며, 남녀 관게가 원래 별 것도 아닌 일로 어긋나곤 한다고 한 번씩 이러다 더 돈독해지곤 한다며. 하..그저 소개팅의 연장선으로 생각했던 선개팅이 처음으로 버거웠던 순간 이었다. 우리가 별 것 아닌 이유로 사이가 틀어진 모든 스토리가 매니저님 귀에 들어가고. 나는 그쪽 어머니 피드백 까지 전달받아야 했다.


그래도 매니저님을 통해서 오해가 풀릴 수 있다면.

18억을 듣고 나니 만날 때마다 아끼지 않고 돈을 펑펑 쓰던 그의 모습이 아름답게 떠올랐다.

그가 사과를 하고 다시 만나보자 한다면,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잘 시작해보고 싶었다. 앞으로는 시간 약속을 잘 준수해달라는 말과 함께. 그래 기다려 보자. 관계도 회복하고 18억 아파트도 되찾자!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아무 생각없이 살다 매니저님 통화 이후로 그의 연락을 눈에 빠지게 기다리게 됐다. 몇 일 뒤 나는 기분이 상해 매니저님께 그의 연락이 오지 않았으니 다른 분을 소개해달라 연락드렸다. 매니저님은 지금 그가 바빠 주말 쯤 연락할거라 하셨고. 나는 그 주말 지인소개팅에서 폭탄을 만나고는 결국 내가 먼저 연락을 해버렸다.


한참 뒤 돌아온 그의 대답은 바빠서 못 만날 것 같다.

이불킥 하고 싶었지만 뭐. 크게 후회는 없었다. 다신 안 볼 사이니까.

떠나간 문래 아파트에 눈물이 약간 고일 뿐. 몇일 뒤 매니저님께 장황한 카톡 하나가 왔다. 알고보니 내 말대로 당사자는 나와 잘해볼 생각이 없었고, 그 쪽 어머니가 오해해서 설레발 친 거였다. 본인이 잘못 알고 전달해서 미안하다며. 나는 뭐 으레 어르신들 낀 일이 그렇지 하며 별 의미부여는 하지 않았다. 매니저님은 미안했는지 갑자기 키큰 대존잘 매물들을 나에게 던져주셨다. 이 분 만나보라고. 그러나 그 분과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왜냐면 내 프로필을 보고 까셨기 때문에..ㅎㅎ ㅠ.


한동안 심란했다. 상대방이 좀 늦는 거 못 기다리는 지랄맞은 내 성격이 문제일걸까. 그 나이에도 장가 못가고 엄마한테 소개팅 피드백 하나하나 읊조리는 그 놈이 문제인걸까. 그냥 둘다 뵹슨 인걸로.

작가의 이전글노블 결정사로 연애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