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4일 차에 119를 부르다.
7:30 출근, 17시 퇴근.
퇴근 길. 수고한 나를 위로할 방법을 찾았다.
배달의 민족
쳇바퀴 돌듯 지겨운 나의 일상과 달리.
치킨. 피자. 햄버거. 삼겹살은 늘 짜릿하고 새로웠다.
그렇게 하루의 위안을 배민으로 삼았고.
약속없는 주말에는 더 먹었다.
그렇게 후딱 10kg가 쪘다.
56-7kg 만 되어도 화들짝 놀라던 나는,
어느 새 60kg 가 되어 있었다.
얇고 매끈한 내 몸엔 지방이 가득 껴있었다.
나의 친오빠는 나를 볼 때마다 살찐 소유 같다 놀렸다.
매일 다이어트를 결심했지만, 매일 배민을 새로 깔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인스타 스토리에 고향 오빠의 다이어트 인증 짤이 올라왔다. 대충 9kg 감량에 성공했다는 내용.
나는 바로 DM을 보냈다. “어케 뺐어?”
돌아온 대답은 위고비 였다. 2달 맞고 10kg 빠졌단다.
그 전엔 나의 옆팀 차장님이 한달 맞고 10kg를 뺐다 하셨다. 릴스나 연예인들의 후기가 아닌 내 주변 지인들의 후기를 하나 둘 접하다 보니, 이거 다 하네? 위험하지 않은가 보다 싶었다. 나의 고향 오빠는 닥터나우를설치하고 그냥 놓기만 하면 살은 알아서 빠진다 했다.
닥터나우
배민을 지우고 닥터나우를 설치했다.
의외로 집 근처 병원에선 위고비를 처방해주지 않았다.
퇴근 후 위고비 처방 가능한 병원을 찾아 홍대까지 날아갔다.
“인바디부터 잴게요.”
키 166.5 몸무게 61.5kg
인바디는 3kg를 감량하라 알렸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은 “보통 3kg 감량 뜨면 권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뭐 보고 오셨어요? 위고비? 마운자로?“
네...?
둘의 차이가 뭐냐 물으니.
차이는 거의 없고 부작용이 적은 게 마운자로 인데 나의 경우 위고비를 맞아도 된다 했다. 제대로 된 설명없이 원하는 상품명을 어서 대라는 투였다.
아..제가 뚱뚱한 편은 아닌데.
배달 습관을 못 고쳐서요. 라고 하니.
“네네 다이어트는 여자들 평생 숙제죠. 60대도 위고비 타러 와요. 이쁘게 살 빼서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하셔야죠~!”
더 대화를 이어갈 이유가 없었다. 진단서를 끊었다.
닥터나우를 통해 진단서를 바로 넘겨주었고.
주사는 유튜브 보고 찌르면 된댔다. ㅋ. 약국을 찾아갔더니 약사도 같은 말을 했다. 유튜브 보고 찌르라고. 참 돈벌기 쉽다 너네..이래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되는 구나ㅠ
그러나 주사를 극혐하는 나는
(피 뽑을 때도, 수액 맞을 때도 주사 찌르는 거 무서워서 못 보고 긴장하는 편)
받아온 위고비를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곤 야식을 먹지 않았다. 그래..내가 내 배를 찌를 바에 그냥 쳐먹지를 말자. 이상하게 위고비가 우리집 냉장고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떨어졌다.
그러나 그 효과는 하루.
나는 그 다음 날 퇴근 후 삼겹살, 피자, 파스타를 한 번에 먹으며 폭식을 했고. 결국 그 날 바로 주사바늘을 찔렀다. 의사, 약사가 말한대로 유튜브를 보고. 생각보다 아프진 않았다. 이후로 식욕이 급격히 떨어졌다.
주사 다음 날.
점심을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맨날 찾던 사무실 탕비실 과자도 찾지 않았다.
그러나 퇴근 후 약간 출출해져 피자를 시켜먹었다. ㅎ
약간의 죄책감에 토요일엔 거의 먹지 않았다.
배도 고프지 않았다. 쳐먹을 시간에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어 되려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일요일 조조영화도 예매했다.
일요일 오전 F1을 보러가서 커피 한 잔을 했다.
기분좋게 영화관을 나와 목욕탕으로 향했다. 탕과 사우나를 오가며 20분 정도 보냈을까. 세신사 아주머니가 불러 90분 간 세신도 받았다. 2시간이 후딱 지나있었다.
나는 저녁에 있는 소개팅에 늦지 않기 위해 따릉이를 밟았다. 여느 때처럼 10분 정도 달리니 집 앞에 도착했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심장이 빨리 뛰면서 숨이 턱 끝까지 차는 것. 온 몸이 땀에 흥건히 젖었다. 빨리 집 가서 쉬다 나와야겠다 생각했다.
어라..? 집이 코 앞인데 점점 몸에 힘이 풀렸다.
몸이 무거워지고 눈 앞이 흐러졌다.
ㅈ 됐다. 나 곧 쓰러지네 싶었다.
생각해보니 오늘 오전 커피 한 잔 빼고 먹은 게 없었다. 물도 한잔 안 마시고 온종일 목욕탕에만 있었다. 미친.
당장 물이라도 마시면 괜찮을 것 같은데 고작 100m 앞의 편의점까지 갈 힘이 안 났다. 결국 길바닥에 주저앉아 옆에 담배피는 아저씨 두 분 께 도움을 요청했다.
“제가 몸이 안 좋아서 그런데..물 좀 사주세요.”
아저씨들이 미친 X 보듯 나를 쳐다보며 꼼짝도 안했다. 아..제가 몸이 안 좋아서요. 하고 있다보니 안색이 안 좋아 보였는지 아저씨 한 분이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내 몸이 제 3세계로 약간 뜬 것 마냥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100%가 아니었다. 나는 곧 바로 112에 전화했다. 지난 주에 위고비를 맞고 목욕탕을 다녀왔는데 쓰러질 것 같다고. 경찰관 아저씨는 그걸 왜 119에 전화안하고 여기다 했냐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곧 쓰러질 것 같기도. 괜찮아질 것 같기도.
애매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한 거라 나도 헛걸음 하실까 반신반의 하며 전화했는데 퉁명스러운 반응에 머쓱해졌다. 약간 고민을 하다 119에 전화를 걸었다.
점점 몸이 안 좋아져 그냥 길바닥에 누워버렸다. 그제야 옆에 담배피던 아저씨가 심각성을 느꼈는지 눕지 말라며. 이 색끼는 물 사는데 왜케 오래 걸리는거야 하며 친구 분을 서둘러 부르셨다.
길바닥에 누워서 119에 전화하니 의료 상담사에게 연결 해줬다. 나는 몸이 괜찮아질 것 같으니 안 좋으면 다시 연락하겠다 했다. 그 사이 물을 받았고 잠시 누워있다 물 한 병 원샷하니 몸이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길바닥에 앉아 호흡을 고르고 있는데 경찰이 왔다. 신고가 접수가 돼서 무조건 출동해야 된다며 119도 오고 있다 하셨다. 여경이 내 얼굴을 보더니 얼굴에 땀이 흥건하고 안색이 안좋다며 119에 확인 전화를 했다.
나는 이제 괜찮은 것 같다 했지만
어차피 이미 119가 출동 했으니 상태라도 봐보자 했다.
혈압을 재고, 심장박동 확인을 위해 집개를 손가락에 끼웠을 땐 무게에 못이겨 손이 덜덜 떨렸다.
나는 점점 상태가 괜찮아졌고 안 좋아지면 다시 연락하겠다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집이 이렇게 코앞인데도 못 들어와서 주저 앉았다니. 무서웠다. 남들 다 맞는 위고비가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아무렴 한 끼도 안 먹고 목욕탕 두시간 조지는 사람은 없었겠지.
매일 타던 따릉이인데 고작 10분 타고 현기증이라니.
무서웠다. 3주치 주사약이 남아있지만 이게 뭐하는 짓인지 현타가 왔다. 그냥 운동하고 식단 하면 될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든 내가 너무 못나 보였다. 저녁 약속을 가서는 온종일 먹은게 없지만 배가 금방 불러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효과는 죽이네 싶었다.
간혹 아무 효과 없다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0.25ml 하나에 식욕이 뚝 떨어졌다. 현기증도 같이 온 게 문제. 주말에 그 난리를 치고 약간 시간이 지나니 이왕 시작한 거 한 달 치는 그래도 꾸준히 받아볼까 싶은 생각이 든다.
주사 후 몸무게는 아직 재지 않았지만,
매일 배달만 찾고 먹어도 먹어도 끝없는 감정의 허기와 늘어난 뱃살로 괴로워 하던 내 모습을 위고비로 고칠 수 있을 것만 같다. 흠..아직 고민 중인데 이틀이 더 남아있으니 경과를 지켜봐야 겠다.
아무튼 요새 위고비 맞는 사람이 많고
나도 그걸 지각한 후 꽤나 늦게 입문했지만
부작용이 아예 없는 건 아닌 것 같으니 조심은 하시길 바란다. 물 많이 마시고 사우나 과한운동 금지..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