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소개팅 50번.

소개팅 회차와 메타인지는 반비례 한다.

by 초록

2025년.

평균 주 1회 소개팅을 했다.


이직 시장도 소개팅 시장도 꽤나 진심이었던 터라.

어느 것 하나 이루지 못하고 나이만 먹은 올 해가 상당히 우울뽕짝하다.


25년 1분기는 조용히 흘러갔고, 여름부터 몰아닥치기 시작해 주 2-3회씩 소개팅을 돌리곤 했는데. 나름 스펙도 좋은 분들 이다보니 내 눈은 점점 더 올라갔고, 이사람이 끝나면 당일 오후에 혹은 그 다음 날 다른 사람 소개팅이 이미 잡혀있었으므로. 그닥 사람에 대한 소중함도 느끼지 못했다. 즉 어느 누구에게도 아쉬움이 없을 무.


그 중에서도 술 한 잔 하며 티키타카가 좀 되던 분들과는 애프터 삼프터 까지 가기도 했지만 결실은 맺지 못했다. 늘 애프터는 남성분들의 적극적인 표현에서 이어졌던 터라 약간은 기고만장 했을까. 아니면 특히나 올 해 지인 소개팅에서도 전문직을 많이 받다보니 콧대가 하늘을 찔렀을까. 소개팅 중 기억에 남는 건들만 회고하며 조금 더 자기 객관화 능력치를 올려보도록 하겠다.


# 95년생, 180cm, 현대차, 부잣집 연하남.


출근 길 종종 마주치던 학교 후배와 점심을 먹었다.

키는 작아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건전하게 운동으로 스트레스 풀며 남자로서 괜찮아 보였던 후배의 소개팅을 주선 하다보니. 후배가 답례 소개팅을 해줬다. 역시 기본이 된 놈이다.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다.


사진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키와 직장만 본다던 내 기준에 부합하는 매물이었기에 부담없이 나갔고. 감사하게도 내 쪽으로 와주셨다. 이자카야에서 한 잔 하려고 만났는데. 오? 검은 뿔테에 세련된 남자가 나왔다. 뭐야 분위기 좀 있으시네염.


우리는 어색하게 한잔씩 번갈아 기울였고.

술이 어느정도 들어갔을 때 그가 마음을 표현했다. 30대 중후반의 계산기 소개팅에 지쳐있던 나는. 1살 연하의 합격 통보에 신이 났다. 아놔...저 연하한테도 먹히나여? 심져 지금 살쪄있눈데 우헤헿. 구래 2차는 눈나가 쏜다~~오늘은 쏘주 파뤼다.


그렇게 서로의 호감을 확인한 후 신명나게 쏘주 파뤼를때리고 아마 다음날 또 만났나. 집이 근처여서 꽤 자주 만났다. 그리고 그는 파워 E 에 차에 진심인 남자였는데. 주말마다 우리 집 앞에 차를 끌고 와 나를 집 밖으로 꺼내다 주었다. 공주마냥 조수석에 앉아 편히 가는 나에게 늘 꼽주던 영감들만 만나다 운전이 제일 신난다는 연하를 만나니 아...준나 쌍쾌하다 기쁘다.


그는 차와 술을 좋아하다 보니. 늘 멀리 차를 끌고 가서점심을 먹고, 저녁은 술 한 잔 때리기 위해 그의 본가에주차를 한 뒤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아니 근데 그의 본가 뭐세요? 용산의 신축 대단지 아파트 인데 호갱노노를 켜보니 40억 이었나..ㅋ 사..사....좋아해요 ㅠ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도 기필코 허점을 찾아내는 이 할미는 두 가지가 불편했는데 첫째. 전담. 나는 담배피는 남자를 거의 만나본 적이 없다. 럭키하게도. 그리고 다들 내가 확신의 연초상이라는데ㅋ 난 비흡연자라 후각이 준내 예민하다. 흡연자들 다 뒤지세여~ㅋ


걸리는 것 두 번째는 연락이 개 느리셈.

아니 솔직히 직장인덜. 뭐가 그렇게 매일이 바쁘세여? 말이 되나..나만 꿀빠나...물론 바쁜 날도 있지만 어뜨케 5영업일 내내 바쁘세요! 게다가 그와 나의 라이프 사이클은 정반대라 내가 9시쯤 잘 준비를 마치면 그는 이제 개인 시간을 위해 놀러나갈 때였고. 그가 한참 놀기 시작할 때 이 할미는 코코낸내에 들어갔다 ㅎ


뭐 이 할미에게 이런 건 익숙.

근데 삼프터 땐 가. 서울 외곽의 맛집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다시 차에 올라타는데 조수석 문틈에 전담이 있는것. 음..? 이게 뭐지? 그러고 보니 조수석 바닥에 이상하리 만치 모래가 많았다. 차를 아껴 매주 대리 세차를 부르던 그에겐 있을 수 없는 일. 이 할미는 눈치 만렙. 전담을 보자마자 “너 바닷가 갔다왔어?” 라 물으니. “아..웅 저번에 바닷가 갔다하지 않았나?” 란다.


뭐라노.

우리는 매 주말 만나 때려 마셨는데 심지어 어느 한 주는 토 일 연달아 쎄렸고 일요일이 레전드급. 나는 일찍 출근해 화장실에 앓아누웠고.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요양을 갔다. 근데 그에게 온 연락은 “친구가 이별해서 힘들다는데 오늘도 마시는건 무리겠지“ 알빠노고 나는 그대로 지쳐 잠들었다. 근데 그 날 이별한 친구가 바다가 보고싶대서 바다를 갔고 떨어진 전담은 그 친구의 것이라는 것.


그 때 소름 끼쳤던 이유는 여자랑 갔나 라는 의심보다그렇게 나랑 준내 쎄리고 그 다음날 바다보러 갔다는 것. 그리고 그 날은 월요일 이었었세여. 물론 나랑 갔다면 월요일 즉흥 바다여행도 랑만 그 자체였겠지만. 그날은 숙취로 뒤진 날이었기도 하고. 평상시에 9시면 눕기 시작해 다음날 5시 반에 새벽 운동가는 나에겐 절대불가. 그 때 처음으로 느꼈다 그가 연하라는 걸 ㅎ.


할미가 되고 나니 마라맛 남자 보다는 내 맘 편히 해주는 남자가 최고인데. 내 맘이 편해지는 조건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된다. 술은 적당히 처먹고 ㅎ. 근데 본인이 술을 적당히 못쳐마시는데 남자보는 조건이 아이러니하긴 함 ㅎ. 그 이후에도 그 친구는 금요일만 되면 최소 새벽 두 세시까지 쎄려마셨고. 중간 보고 따위는 1도 없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정리 됐는데 나중에 이썰을 들은 지인들은 주량은 결혼하고 나이먹으면 자연스레 주니 너무 엄격한 기준을 두지 말랬다. 근데 나도 알콜러버로서 주위 오빠들을 보면 일부는 맞지만 결혼하고도 때려마실 아재들은 맨날 쳐마심 ㅎ. 하지만 나중엔 나도 그가 조금 아쉽긴 했다ㅠ 꼭 썸탈때만 남자보는 눈 초 미세현미경 됐다 나중에 후회하는 찐따 새뤼..



# 7의 남자. 93년생. 또 알콜러버.


올 해 처음으로 프로필 없는 소개팅을 받았다.

아는 언니가 해줬는데 회사 존잘 동기란다. 미안한데 그 언니를 졸업하고 본 적이 없어 회사를 몰랐다. 이제와서 어디 다니냐 묻기도 뭣해 그냥 아리가또하고 나갔는게 웬걸....ㅠㅠ


이전 소개팅들이 죄다 영수와 나는 솔로 찍는 느낌이었다면 처음으로 하트시그널 찍는 느낌이 들었다. 하..역시 젊음이 좋구나. 노블 결정사 87 아재들한테 치이다 간만에 영계를 보니 눈호강이 됐다. 쏘 뷰티풀. 이 사람이랑 잘 해봐야겠다. 우리는 첫날 달리다 내가 소주가 더 안들어가 약간 아쉽게 헤어졌고. 또 금방 보자는 그의 제안에 순식간에 삼프터까지 받았다.


그러나 메타인지 박살난 할미에게 거슬렸던 것 하나..그는 바로 공기업남이었다. 줄곧 대기업 혹은 전문직만받다 공기업남을 만나니 결혼 후 재정 시뮬레이션이 안돌아갔다. 이러나 저러나 내가 더 벌텐데...내가 육아휴직이라도 쓰게되면 아파트 대출은 어떻게 되는거지...?및친놈. MBTI에 S가 90% 면서 이럴때만 상상력 개오짐.


이미 직전에 집안 좋은 노블남 소개에서 혼자 약대가고애 영유보내는 시뮬까지 한 번 돌려보고 돌아온 지인 소개팅이라 그런가. 자기 객관화가 개박살 나있었다. 주변 지인들은 그냥 공기업남을 만나라. 너는 와꾸를 보는 것 같으니 공기업도 나쁘지 않다 라고 했지만. 나는 내가 경제적 가장이 될 걸 생각하니 벌써 우울하다며 개헛소리를 했다.


더 뷰우웅신 같은 건 이미 애프터에서부터 나의 미래 재정계획을 훑었고. 게다가 그와 마실 때마다 3차까지 개때려 마셔서 내가 뭔 얘기했는지 기억도 잘 못함. 그리고 그도 애지간히 매일 술만 때려마셨는데. 월급도 적으면서. 매일 술만 먹는 그의 모습에 점점 짜게 식었다. 그도 나의 경제력 압박에 지친걸까 삼프터 이후 카톡 답에 힘을 잃어갔다. 그렇게 자연스레 바이됐고 시간이 지나니 그도 아쉬웠다. 근데 내가 남자라도 경제력 얘기부터 하면 바로 짤이었을듯 ㅋ ㅜ 7의 남자ㅂㅂ


결론. 그만 재고 술은 적당히 마시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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