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고민하다 깨달은 소개팅의 진리

by seon young

집주인 할아버지가 다음 계약 갱신에 월세를 10만원 인상한다고 했다. 10만원을 올리고 더 사느냐, 아니면 이참에 다른 집을 구하느냐. 선택의 기로에 섰다. 참고로 나는 심플하면서도 걱정이 참 많은 편이다. 4년이나 살았으니 환경을 바꿔보자고 바로 결심했고 이사간다고 말을 던져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게 맞는 결정일까?'


그리고는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4년 전 시세만 기억하는 나는 최근 집값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당역에서 깨끗한 집에 살려면 역에서 10분 이상 훨씬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침대도 놓지 못하는 4평 짜리의 공간에 도달한다. 그런 집들의 연속이었다.


'그냥 10만원을 더 내고 살았어야 했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집을 10여 채도 넘게 보고 평소 살고 싶었던 동네에 매물이 나왔다길래 바로 전화를 걸었다. 이미 집을 보러 오기로 한 사람이 있었고 무조건 그 사람보다 일찍 가고 싶다고 했다. 집을 구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계약은 타이밍이다! 그 집은 가장 먼저 본 사람이 계약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고집을 부렸다. 그리고 그 집을 보고 조금의 고민에 빠졌지만 빠르게 결정하고 가계약금을 냈다. 고민에 빠진 이유는, 내가 가진 재화로 구할 수 있을 이보다 더 좋은 집이 있을까봐 였다. 세상에 집은 많고 난 아직 10여 채 밖에 보지 못했는데 ..... 내 결정이 맞을까? 하는.


KakaoTalk_20250930_001214768.jpg 고민은 주로 스벅에서.... 좋은 집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주문이 적힌 스벅 홀더



이 지난의 과정들을 보니 연애도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진 재화는 일단 한정적이고, 그 재화 안에서 처음 사람을 만나고 애프터를 신청하고 그 애프터에 응답하고, 이 과정들에 100% 확신을 가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이 정도면 나와 맞겠지, 이 정도면 내가 만났던 사람들과 비슷하거나 혹은 더 괜찮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대부분일거다.


내가 진행 중인 로테이션 소개팅에서도 이 사람이 마음에 든다는 쪽지를 주는 선택, 그리고 그 쪽지를 통해 연락이 왔을 때에 한 번 더 만나보는 선택, 그리고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그 중 한 명에 집중해야 하는 선택, 그리고 사귀기로 결정하는 최종 선택까지. 그리고 더 나은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물론 집이나 상대방에 확신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을 거다. 기준점이 정말 명확할수도 있고, 내가 생각치 못한 여러가지 상황이 있을테니. 그런데 어쨌든 사람들이란 내가 가진 재화보다 더 나은, 좋은 선택을 바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젠가 지인들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갑자기 200억 복권에 당첨된거야. 그래도 지금 상대방을 만날 거야?"


내 질문의 의도는, 지금 만나는 상대방에 얼마나 만족하는가 였다. 만약 정말 이 상대방이 다른 걸 다 제외해도 좋은 사람이라면 그대로 만날 것이고, 내가 가진 재화에 대해서 최선인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면 바로 갈아탈테니. 뭐라고 대답해줄지 너무 궁금했다. 두근두근. 답은 반반이었다.


"그럼 안 만나지 ~ 더 괜찮은 사람 만나지"

"응 만나지. 지금 사람이랑 더 좋은집, 좋은 음식 먹고 살 수 있겠다"



어떤 사람은 내가 얻은 결과를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누구는 최고라고 생각하고, 누구는 더 나은 선택이 있는 걸 알면서도 선택을 한다. 파고들수록 답은 멀어져만 간다. 아니 애초에 답이 없을지도. 결국 집이든 인연이든 완벽한 답은 없는 것 같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느끼는 감각을 믿고, 그 선택을 즐기는 거 아닐까.


내가 진행을 보는 날에 참여하는 모든 솔로들은 부디 나처럼 생각의 굴레에 갇히지 말길. 내 눈앞의 사람에게, 10분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바로 캐치해서 나와 맞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길. 그래서 하나보다 둘일때 더 행복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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