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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유 Feb 14. 2016

한국판 스냅챗(Snapchat), 스노우.

서비스 오마주의 좋은 예가 될까?  




나는 Snapchat 헤비유저다. 주로 매우 가까운 친구들하고만 쓰는데, 하루에도  몇 번이나 실시간 상황을 스냅챗을 통해 공유하곤 한다. 처음 이 앱을 접했을 때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만 실시간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공유하고 그것은 10초 안으로 사라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는 심사숙고해 사진을 올려야 하지만 스냅챗은 그런 부담에서 자유롭다. 내 사진을 상대방이 스크린샷을 찍었을 때 나에게 알람이 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스샷을 찍지 않는다. 이 때문에 스냅챗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순간을 포착하는 ‘즉흥성’이 핵심이다.


미국에서 특히 10~2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스냅챗은 2015년 포브스(Fobes)가 뽑은 ‘직원 1인당 기업가치’가 가장 큰 회사로 뽑혔다. 스냅챗의 가치는 190억 달러로 평가되는데 이는 경쟁자인 페이스북의 220달러와 가까운 수치다. 그러니 IT 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면 다 알만한 앱이다.


영미권, 유럽에서는 이렇게 핫한데 왜 한국유저의 유입은 안 되는 것일까? 내 생각에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인들에게 스냅챗 UI가 익숙치 않고, 언어가 영어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이제 앱에서 한국어도 지원하지만, Discover 페이지의 광고는 전부 영어다). 어떤 앱인지 잘 알아도 주변에 유저가 별로 없으니 쓰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친히 앱 사용법을 설명해주고 친한 친구들을 유입시켰다.) 스냅챗 헤비유저로서 주변 친구들이 많이 이 앱을 써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한국판 snapchat 스노우를 알게 되었다.


스노우는 밴드와 후스콜을 만든 네이버 자회사인 캠프 모바일에서 2015년 9월에 출시한 앱이다. 스노우 미국에서 핫한 메신저를 많이 본딴 스노우는 한국판 snapchat이다. 이 글에서는 스냅챗 UX, UI 그리고 그것을 스노우는 어떻게 한국스럽게, 아시아스럽게 바꾸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핵심기능은 그대로 취하고 얼굴인식 스티커나, 다양한 필터효과와 같은 기능추가를 통해 아시아권에 맞게 바꿨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 아시아 시장에선 스노우가 잘 먹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시아의 스냅챗으로 뜰지 안 뜰지는 더 지켜볼 일이지만...)




스냅챗과 스노우를 비교하기에 앞서 스냅챗 사용법을 먼저 알아보자.


Snapchat  

앱을 켜자마자 나타나는 화면은 카메라이다.

1-2. 지금 공유하고자 하는 순간을 찍는다. (버튼을 꾹 누르면 영상으로 전환된다)

3. 노출되는 초를 정한다 (10초이내밖에 안된다!)

4. 사진만 보내도 좋고, 위처럼 텍스트(혹은 글씨나 이모티콘)를 같이 보내도 된다.



5. 다음엔 이 사진을 받는 사람을 선택하면 된다.

6. 한 명 혹은 여러 명에게 동시에 보낼 수도 있다.

7. 나의 스토리에 올리면 24시간 동안 해당 사진이 친구들에게 노출된다.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진다.


여기까지가 스냅챗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다.





# 1 Snapchat User Experience


Action: 1 -> 2 -> 3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스와이프

사진을 보내고 나면 1번 화면이 바로 나타난다. 친구들이 내가 보낸 사진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방금 사진을 보낸 친구를 한번 더 탭 하거나 or 왼쪽으로 스와이프(2번 화면)하면 해당 친구와의 대화창으로 이어진다. Menu Drawer를 탭하면 해당 친구의 프로필 페이지로 들어간다(3번 화면). 스냅챗을 처음 써보는 유저들은 왼쪽으로 스와이프하면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 혼란스러울 것이다. 3번, 스냅챗 로고에 여러 개의 dot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스냅코드이다.



스냅코드란 무엇인가?

스냅챗은 타 SNS와 다르게 페이스북과 연동이 되지 않고 1) 사용자의 연락처에 있는 스냅챗터 2) 아이디로 추가 3) 스냅코드 4) 내 주변으로 친구를 추가한다. 스냅코드는 일종의 QR코드와 비슷한 것인데 친구추가를 하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 이처럼 스냅챗은 다른 SNS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폐쇄적인 메신저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친구를 추가하려면 연락처를 알아야 하거나, 아이디를 직접 물어보거나, 스냅코드를 직접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첫 번째 카메라 화면에서 스냅챗 아이콘을 탭하면 자신의 스냅코드가 나타난다. 스냅챗로고 안에 자신의 셀카자신을 올릴 수도 있다.


스냅코드를 누르면 사진앨범으로 들어가는데 스냅코드가 있는 사진을 눌러 친구를 추가하는 식이다. 내 스냅코드 사진을 눌렀더니 위와 같은 팝업이 떴다. 자기 자신을 친구추가를 하다니! 하고 씩 웃는 표정인가... 귀엽다. 역시 신선하다. 스냅챗은 이런 자잘한 부분에서도 재밌는 사용자 경험을 주는 것 같다.



최근 존레전드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스냅코드. 친구추가하면 그의 실시간 영상과 사진을 볼 수 있다.

존레전드와 같은 유명인이 스냅챗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대선주자들도 스냅챗의 라이브기능을 활용함으로써 유세현장이나 토론회의 실시간 현황을 공유한다. 차기대선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71%가 사용하는 스냅챗은 차기 대선후보들에게 그들과 소통하는 한 방법이 된 것이다. 미국에선 실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임을 알 수 있다.





# 2 한눈에 보는 스냅챗 UI

탭바가 없으니 처음에는 상당히 어렵게 느낄 수 있다.

페이지간 이동 Action을 살펴보자.

3 -> 2 으로 이동할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스와이프.

2 -> 3 으로 이동할 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와이프 혹은 back button을 탭.

3 -> 4 으로 이동할 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와이프 혹은카메라 아이콘을 탭.

4 -> 5 으로 이동할 때 마찬가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와이프 혹은 지구본 아이콘을 탭.

3에서 친구추가 페이지로 이동할 때 위에서 아래로 스와이프 혹은 스냅챗 아이콘 탭.


위처럼 과감한 UI때문에 불친절해 보이지만, 제스쳐 말고도 아이콘을 탭해서 이동가능하다. 처음 스냅챗을 쓰는 유저들은 상하좌우로 움직이다 보면 예기치 않게 발견하는 것들이 많아서 우왕좌왕할 수 있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쓰다 보면 이 인터페이스에 금세 익숙해진다.


4번은 '스토리' 페이지이다.각 테마별로 전세계 실시간 영상들을 큐레이션해주는 서비스인  '라이브 스토리'가 있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큰 행사였던 Rio Carnival, Super Bowl 50, Super Bowl Worldwide, Lunar New Year 이 라이브에 올라왔었다. 몇 달 전, 도시 관련 라이브 스토리도 있었다. Seoul city에 동영상을 올렸는데 내 동영상이 올라갔었다. 전 세계 스냅챗 유저들이 모두 내 영상을 볼 수 있다니! 무지 신났었던 기억이... 또한 내 친구들의 사진이 24시간 동안 노출되는 모든 스토리가 있다.


5번은 Discover 페이지다. 스냅챗의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페이지매일 발행되는 신문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냅챗에서 사진이나 메시지가 사라지기 전에 하듯이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길게 터치해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물론 언어는 영어다.





# 3 Snapchat User Experience


스냅챗 UX의 꽃, 오늘의 렌즈!

'오늘의 렌즈'를 쓰려면 셀카모드를 한 후 자기 얼굴을 지그시 탭한다. 그러면 얼굴인식이 된다. 매일마다 14개의 렌즈 중 몇 개는 사라지고 새로운 렌즈가 나온다. 무지개 토 필터가 인기가 아주 많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쓸 수 없다. 필터마저도 휘발성을 강조하는 스냅챗답다. 아래 필터는 2016년 2월 13일 자 오늘의 렌즈를 스크린샷 해 보았다.

필터와 함께 음악효과도 있다. 매일마다 렌즈가 바껴서 오늘은 또 무슨 필터가 올라왔나? 하고 찾아보게 된다.


음악효과가 맞아떨어지는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효과가 많다!






스노우는 스냅챗을 어떻게 따라했나?


우선 제스쳐를 활용한 UI는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사진이 10초 내에 자동 삭제되는 것 또한 동일하다.

그러나 스노우는 스토리-카메라-메시지 순서로 페이지가 3개밖에 없다. 탭바가 없는 UI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유저들을 고려한 것 같다. 스냅챗의 Discover 페이지와 친구와 대화 페이지가 없는 것이다. 일단 사진 보내기 기능에 집중했다.

친구가 58명이나 있다. 페북과 연락처로 연동되었는데  대부분 유령계정이다. 깔아놓고 UI가 익숙치 않아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듯... 그래도 이만큼이나 많이 깔았다는게 놀랍다.


스냅챗과 친구추가하는 방식이 확연히 다른걸 알 수 있다. 스냅챗은 친구를 추가하려면 꽤 능동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반면 스노우는 페이스북 연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친구추가가 매우 쉽다. 그래서 오히려 사적인 메신저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연동이 자동으로 되기 때문에 보고 싶지 않은 친구들도 자동추가되니... 그러나 초기에 유저들을 많이 유입시키기 위해서 택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라이브 스토리는 스냅챗과 다르게 친숙한 한국어가 보인다!  각 스토리의 로딩시간이 2~3초 정도 된다. 매우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성가시긴 하다.





얼굴인식 스티커는 스냅챗보다 훨씬 많다.


왼쪽 하단에 아이콘을 탭하면 각양각색의 스티커가 있다. 카톡처럼 이모티콘 세트를 다운받는 것도 아니고 하나씩 일일이 다운받아야 한다.

스노우만의 강점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페이지 단순화뿐만 아니라 아시아유저들을 고려한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스티커와 필터효과가 스냅챗과는 또 다른 즐거운 사용자 경험을 준다. 스티커 종류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다운받을 수 없을 정도이다. 주로 10대 여성들을 타겟팅한 스티커가 많다. 박서준, B1A4 스티커도 있다. 스냅챗이 10~20대 중심으로 퍼졌음을 참고한 전략인 듯 싶다. 


1. 귀여운 고양이가 얼굴을 기어오른다...

2. 애인에게 질투하라고 보내기 좋은 짤인듯하다.

3. B1A4!


새해에 어울리는 스티커도 많다. 스냅챗엔 없는 스티커들이라 꽤 신선했다.

10대~2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귀엽고 아기자기한 스티커도 많고 아이돌 스티커도 있지만, 오히려 스티커가 너무 많아 메신저의 기능보다는 카메라앱의 기능이 부각되는 것 같다. 스냅챗처럼 자동폭파 메신저로 성공시킨다는 목표보단 초기에는 사진결과물이 기존 sns에 최대한 바이럴되는 것에 초점을 둔 것 같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스노우의 왼쪽 하단 아이콘을 탭하는 것보다는 스냅챗의 얼굴인식 제스처(얼굴 길게 터치하기)가 더 직관적인 것 같다(물론 처음에는 알기 어려운 기능이지만). 그러나 스티커가 워낙 많으니 아이콘을 따로 배치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스냅챗의 '오늘의 렌즈'는 매일매일 바뀌기 때문에 유저들은 어제와 다른 오늘의 렌즈는 무엇일까? 하고 궁금할 것이다. 반면에 스노우는 스냅챗과 같은 휘발성이 짙은 스티커보다는 그것을 저장하는 식이기 때문에 몇 번 쓰다 보면 쉽게 질릴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스냅챗의 휘발성 짙은 필터효과가 유저들이 더 집중하고 관심 가지게 하는 것 같아 스냅챗 방식을 선호한다. 각기 나름의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스냅챗에 없는 다양한 필터효과도 있다.

스노우의 셀카모드의 초기값은 자동으로 필터효과가 적용되어 있다. 자동으로 보정된 얼굴을 찍는 것이다. 스냅챗은 있는 그대로의 현재 상황을 공유한다면 스노우는 다양한 필터효과로 꾸민 내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스노우는 아시아권 이용자들의 정서에 맞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다듬어가고 있다. 출시된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2월 14일 현재 iOS 마켓에서는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 3위를, 구글 플레이에서는 전체 무료 앱 순위 16위, 사진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스냅챗을 쓰던 유저들이 스노우로 갈아타기 보다는, 대부분 스냅챗을 모르던 사람들이 스노우가 제공하는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스티커와 자동폭발 기능을 신선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스냅챗이 그랬던 것처럼 아직 수익모델은 없지만 일단 유저 확보를 하는 단계로 보인다. 스냅챗의 오마주 스노우가 아시아의 스냅챗으로 자리매김하게 될지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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