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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유 Apr 25. 2016

내게 네이버지도가 불편한 이유

Google Maps vs Naver Map

얼마 전에 한 달간 미국 여행을 하면서 사용한 수많은 앱 중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앱은 단연 Google Maps이었다. 돌이켜보면 구글맵 없이 여행을 하기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다시 한국에 돌아와 네이버 지도를 쓰려니 구글맵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네이버지도가 불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구글맵이 대중교통(지하철, 버스)을 제외하고는 다른 경로(자동차, 내비게이션, 도보, 자전거, 택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네이버지도, 다음지도, 티맵 등을 쓸 수밖에 없는 다른 선택권이 없는 현실이다. (한국에서 구글맵을 사용할 수 없는 표면적인 이유는 군사적 문제가 가장 크다고 한다. 자세한 법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지도라는 서비스는 상당히 어려운 기술적인 문제과 법적인 문제가 얽혀있고, UI도 상당히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내가 감히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맵과 네이버 지도를 일정 기간 사용해본 User Experience를 통해 UI 측면에서 IOS 네이버지도 앱의 어떤 점이 적어도 나에게 불편한지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그럼 먼저, 내가 구글맵이 편하다고 느끼는 가장 큰 요소인 구글맵 UI를 살펴보자.





Google Maps

"도착지를 입력한 후 → 경로 선택, 보기"를 한 화면에서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 후, 자동차를 탭하면 같은 화면내에서 경로를 바로 볼 수 있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려면 아래 아이콘을 탭하면 바로 시작된다. 자전거와 도보도 동일한 UI이다




대중교통을 탭(1) 하면,


추천경로가 맨 위에 뜨고, 그것을 탭(2) 하면

도착지까지의 지도상의 경로와, 자세한 text 위주의 길안내를 한 화면 내에서 한 번에 볼 수 있다(상당히 자연스러운 UI animation 때문에 사용자는 depth가 한번 더 추가되었음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여기서 depth가 추가되었다는 것은 페이지의 깊이가 한 단계 들어갔다는 의미이다. depth가 추가될수록 메인화면으로 돌아오기까지 back button(되돌아가기)을 많이 눌러야 한다.




segmented control

위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구글맵 UI가 편리한 이유는

선택 가능한 경로소요시간을 segmented controls에서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 대중교통 - 도보 - 우버 - 자전거  교통수단을 택할 때 로딩 시간도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짧아 한 탭 안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가 그때 그때 상황마다 이용하고자 하는 교통수단이 바뀔 수 있는데 이러한 니즈를 효율적으로 한 화면 안에서 모두 충족시켜준다.


정리하자면, depth가 많지 않기 때문에, 길 찾기 서비스의 핵심인 '지도보기'라는 행위로 이어지기까지의 flow가 상당히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반면에 네이버 지도의 UI를 살펴보면,


Naver Map

대중교통 경로를 지도에서 보려면 총 3번의 탭을 해야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고 대중교통을 탭(1) 해보았다(a). 최단시간인   추천경로  가 맨 위에 뜬다(b). 그것을 다시 탭(2)하면



경로를 상세히 설명해주는 text 위주의 페이지로 바로 이동한다(c). 이 경로의 지도상의 루트를 보고 싶으면   지도  아이콘을 한 번 더 탭(3)해야 한다. 즉, 내가 선택한 루트를 지도상에서 시각적으로 확인하려면 총 3번의 탭을 해야 하는 것이다(d).


자전거 도보의 경로를 탭하면 바로 지도상의 경로를 보여주는 페이지로 depth가 한 단계 들어간다. 로딩 시간은 구글맵과 비교했을 때 좀 더 길다.


자동차를 탭하면 선택 가능한 경로가 나오고(구글맵의 경우 여러개의 경로가 한 지도 내에서 보인다), 그중에 하나를 탭하면 지도상의 경로로 이동한다.


* 공통적으로 위 경로를 검색했다가 다시 다른 루트를 찾으려면 back button을 탭해야 한다. 나는 이 점이 제일 불편하다고 느낀다.








여기서 네이버 지도 UI에 대한 의문점


1.  대중교통을 탭하면 선택 가능한 경로가 나오고, 그중에 하나를 탭하면 text 위주의 설명이 먼저 뜨고 한 번 더 탭해야 지도 경로를 볼 수 있다(구글맵은 text와 지도 경로를 동시에 보여준다). 여기서 해당 경로의 지도상의 루트를 보려면 depth가 한 번 더 추가되게끔 설계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중교통은 text 위주의 설명이 더 와닿기 때문일까? 지도 앱에서 text가 지도를 뒤덮는 것이 좋은 UI일까?


2. 지도라는 서비스가 경로를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각적으로 내가 가야 하는 길이 지도상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단번에 바로 알 수 있게 지도상의 경로를 먼저 보여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네이버 디자이너들이 이걸 고려하지 않았을 리 없다. 지금의 네이버 지도 UI는 아마 모든 걸 다 고려한 최선을 선택한 결과일 것이기 때문에 이처럼 UI를 설계한 이유가 필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분명 우리나라의 지형과 교통상황에 맞게 디자인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네이버지도는 지도, 길 찾기, 내비게이션, 버스, 지하철, 택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지하철, 택시, 버스 같은 대중교통의 경우는 기존 지하철, 버스 전용 앱을 따로 받아서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하나의 독립된 서비스처럼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즉, 구글맵처럼 한 화면에서 모든 교통수단(경로)을 비교해서 보기 어렵기 때문에 각 교통수단이 다른 서비스처럼 독립적으로 세분화되어 있는 느낌을 준다.
















'왜 이렇게 UI를 설계하였을까?'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자면,


1. 한국사람들은 도착지까지 가는 교통수단을 이미 결정하고 길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예를 들면, 왕십리에서 경복궁까지 가는데 지하철을 이용할 것이냐, 버스를 이용할 것이냐 고민하기보다는, 이미 무엇을 타고 갈지 결정을 하고 지하철 노선도 혹은 버스 정류장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만큼 대중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2. 우리나라는 도시에 집약되어 있다 보니 지도상 거리보다 text 위주의 설명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3. 서울 사람들은 특히 지하철을 기준으로 지리를 파악하는 것 같다. 미국처럼 몇 번 avenue, street와 같이 도로를 기준으로 지리를 파악하지 않는다.


4. 최근에 내비게이션 기능이 추가되었지만, 전까지만 해도 네이버지도에서 내비 기능을 쓸 수 없었다. 내비게이션 어플은 맵피, 올레 아이나비, 티맵, 카카오내비 등이 주요 어플이었다. 네이버지도는 주력 서비스가 대중교통 그리고 도보 루트였기 때문에 이 기능에 집중을 한 것 같다. 아무래도 구글맵처럼 자동차 내비게이션+도보+대중교통 만능 길찾기 어플이 아니었기 때문에, 각기 다른 교통수단을 독립된 서비스처럼 UI를 구성한 게 아닐까. 그러나 이번에 내비게이션 기능이 추가되면서 어떻게 한층 업그레이드될지 두고 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지도가 불편한 이유


사실 다른 경로를 보고 싶거나, 지도상의 경로를 보기 위해 탭을 한번 더 하는 것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불편한 요소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구글맵을 통해 경로간의 비교, 지도상의 루트를 한 화면내에서 볼 수 있는 User Experience를 일정기간 하게 되면, 네이버지도의 depth가 추가된 것이 꽤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


또 지도상의 루트 디자인이나, text경로 UI를 하나하나씩 따져보면 구글맵 디자이너가 usability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지도 경로와 text 설명 사이의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하나의 통일된 User Experience를 준다. 이렇게 대중교통 경로도 지도상에서 시각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네이버 지도는 구글맵과 달리 지도-길찾기-내비게이션이 분리되어 있는데 이는 어색한 체계인 것 같다. 지도를 이용할 때는 낯선 곳을 찾아가는 길을 알아보려는 시나리오가 제일 많다면, 서치한 목적지로 갈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UX flow가 이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지도'탭에서 확대해서 내가 가고싶은 곳을 찾은 다음에 우리집에서 얼마나 걸리지?하고 '도착'을 눌렀더니 '길찾기' 탭으로 이동해 있는 것이다(구글맵은 입력한 루트를 바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다시 '지도'탭으로 왔더니 지도는 이미 초기화되어있어 서울 한복판에 있게 된다.


반대로 '지도'탭을 누르지 않으면 아이폰은 back키도 없어서 '길찾기' 탭을 계속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내가 구글맵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각 루트 간의 비교가 쉽다.

2. text 설명과 함께 지도상의 경로를 동시에 & 빨리 확인이 가능하다.

3. '지도- 길찾기- 내비게이션'가 하나의 flow 처럼 매우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3. 실시간으로 내가 움직이는 위치를 꽤 정확하게 알려준다.


반면에 네이버 지도는 목적지까지의 루트를 지도상에서 빨리 확인하고 싶은데 depth가 하나 더 추가되고, 지도와 길찾기, 네비게이션이 하나의 UX로 통일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불편하게 느껴진다.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불편함을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구글맵이 한국과 쿠바에서만 서비스가 안 되고 있어 한류를 좇아 여행을 온 외국인들의 항의를 가장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영어를 지원하지 않는 네이버 지도나 다음지도로 어떻게 외국인들이 길을 찾는단 말인가. 반가운 소식은 2016년 9월부터는 한국에서도 구글맵 길찾기 기능(도보, 자전거, 자동차 길찾기)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 이상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길을 찾을 때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구글맵을 쓸 수 있다 해도 네이버 지도를 여전히 쓸만한 이유는 있다.

지하철, 버스 위젯 기능


오랜기간 이용해본 결과 상당히 정확한 네이버지도의 실시간 대중교통 현황. 15초마다 자동으로 업데이트 된다. 

타 지하철 전용 앱과 비교해보았을 때 지하철 노선도도 매우 깔끔하다. 굳이 앱을 켜지 않아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네이버지도의 위젯은 매우 편리하다. 



구글맵의 위젯은 이동시간주변 대중교통이 있다. 지하철역, 버스번호를 설정해서 볼 수 없다(위젯에서는 걸리는 시간만 볼 수 있고 경로를 보려면 앱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네이버지도가 localization이 잘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네이버지도 앱을 쓰면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구글맵을 쓰다가 네이버지도를 쓰려다보니 text 위주의 경로안내와 depth가 추가된 것, 길찾기와 지도를 구분한 것이 나에게 가장 불편한 점이었다. 네이버 지도가 localization이 잘 되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구글맵만큼 직관적이고 편리한 User Experience를 주지는 않는 것 같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구글맵의 어떤 점이 usability를 높이는가'는 고민 해볼만한 주제였다. 오늘의 UX, UI 리뷰 끝!








*글의 오류나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편히 지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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