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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유 Dec 30. 2015

A Single Man

'순간'이 영속할 수 없음을 깨닫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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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글은 영화를 본 분이 읽기를 추천합니다.

& 스크린 압박주의... 





'A Single Man' 영화는 주인공 조지가 16년간 함께 해온 오랜 연인인 죽은 짐에 대한 꿈을 꾸며 시작한다.

죽은 연인에게 키스를 하는 꿈을 꾸는 조지.

차사고로 연인을 잃은 조지 팰커너(George Faulkner)는 그 이후로 삶의 의욕을 잃는다.

A Single Man은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깊은 실의에 빠진 조지의 '하루'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루 동안에 일어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장면마다 시계가 등장한다. 

시간이 감에 따라 변하는 조지의 의식의 흐름을 매우 아름답게 담는다.)



7시 23분 조지는 기상한다. 

7시 25분경. 조지는 하루를 시작한다. 조지는 늘 그렇듯 피기상된다. 본래 기상을 좋아하지 않지만, 더 괴로운건 짐은 죽었고 '나'는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기상은 '현'와 '재'로 시작한다. 지난 8년간 기상은 참으로 힘들었다. 나는 아직 살아있음을 냉담히 깨닫는다. 본래 기상을 결코 좋아하진 않는다. 결코 짐이 그랬듯 벌떡 일어나 미소로 아침을 맞이하진 않았다.> 


<좋아하는 그를 보면 한 대 때려 주고 싶었다. 바보나 그렇게 웃는 거라고 항상 말하곤 했었다.

바보나 간단한 진실을 회피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냉담하지만  어제보다 하루 더, 작년 보다 한해. 이르든 늦든 간에 때는 올 것이다.>


천진난만했던 조지를 생각한다. 지금은 그런 조지를 볼 수 없다. 괴로운 짐은 '죽음'을 생각한다. 

이르든 늦든 간에 '때'는 올 것이다.


<그는 날 비웃으며 뺨에 키스하곤 했었다. 아침에 조지가 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조지처럼 보이는 행동을 준비하고 옷을 입고 마지막으로 광을 내면 좀 뻣뻣하지만 꽤 완벽한 조지가 된다.

내 역할이 뭔지 잘 알고 있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보니 곤경에 빠진 사람 같진 않다.

"망할 그날까지 견디는 거야." 조금 멜로드라마 같다.>


짐이 죽은 이후로 조지의 삶은 연극과 같다. 예전 자신의 모습을 연기하면서 사는 것이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매우 곪아있다. 

마음의 병이 너무 심해진 조지. 본래 앓고 있는 심장병의 증세를 보여준다.

<하지만, 내 마음은 부서졌다. 물에 빠져 가라앉는 느낌이다.>



<회상 장면>

<조지: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짐: 장난해요? 너무 근사해요.

조지: 뭐하는 거야. 그만, 아직 유리 집에 살 준비가 안됐군

짐: 커튼 있잖아요. 영감. 우린 투명인간이라 당신이 항상 그랬잖아요.

조지: 내 말 뜻은 그게 아냐>


조지가 짐에서 우리는 투명인간이라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인 비평가 David Ehrenstein는 말한다. A Single Man is "a scream of rage against our invisibility". 나는 'invisibility'가 타인에 의해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동성애자를 뜻한다고 생각한다. 


조지의 투명한 집이 zoom out 된다. 

<내 인생 처음으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매일이 희미하게 지나간다. 하지만 오늘 바꾸기로 결심했다.>



전화소리가 들리며 다시 회상 장면으로 이어진다. 짐의 사촌에게서 전화로 짐의 사고소식을 듣는다. 

둘의 관계를 허락하지 않았던 짐의 부모님 때문에 장례식조차 가지 못한다. 

이 장면에서 콜린퍼스의 눈물연기는 정말 몰입하게 만든다. 

짐의 사고 소식을 들은 후  곧장 비를 뚫고 오랜 친구 찰리에게 달려간다. 



다시 현실의 전화소리로 이어진다. 찰리에게서 온 전화다. 둘은 저녁 약속을 잡는다. 


전화를 끊고 가방 안에 총을 챙긴다. 나가기 전에 모든 준비를 완료한 듯 보인다. 

집을 나서기 전 반갑게 아침인사를 하는 알바와 하인 조지. 유난히 그날따라 안색이 안 좋아 보이면서도 이상하게 친절한 조지를 갸우뚱하게 보는 알바(Alba).


8시 5분 조지는 집을 나선다.

8시 35분 조지는 학교에 도착한다.

정말이지 이 영화에서 시계는 매우 자주 등장하다. 집에서 학교까지 걸리는 시간은 30분이었음 보여준다. 그러나 시계장면은 매우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장면을 보면 분단위로 변화하는 조지의 의식을 흐름이 얼마나 자세히 표현되는지  알 수 있다. 음악 와 미쟝셴이 교묘하게 잘 어우러져 그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면서 감상하게 된다. 

영문과 교수인 조지는 학교에 도착한다.  혼자서만 반대방향으로 사람들을 뚫고 지나가는 장면에서  그의 외로움을 극대화해주는 것 같다. 
지나가다 보니 학생 케니가 반갑게 인사한다. 


영문과 사무실에 들어간 조지. 조교를 만난다. 카메라는 조지의 시선을 잘 보여준다.

오늘 하루를 마감할 결정을 내리고 나니 평소에 여자(혹은 주변 사물이나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던 그의 시선은 달라진다. 모든 것이 아름답고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조교를 뻔히 쳐다보며 넌 정말 아름답다고 말하자, 하인 알바와 같이 이상한 눈빛으로 조지를 쳐다본다.  

영화 속에서 클로즈업되면서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는 장면들이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이러한 장면들은 조지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누군가와 소통을 하는 과정 속에서도 끝없이 자신만의 상념을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 보인다.  [출처] 우리는 결국 모두 싱글맨이다. -엄블리



9시 10분 조지는 동료 교수와 커피를 마신다.    

<조지: 주위를  둘러봐, 대부분의 학생들을 회사에 취직하는 정도만 바라. 콜라나 마시고 텔레비전 보는 애들을 키우길 원하지. 말 물 트이자마자 광고나 따라 부르고 망치로 물건을 부수는 애들 말야.

그렌: 오늘 절 무섭게 하시는데요.

조지: 자네도 학생들과의 수업이 편하다곤 못할 걸. 날 멍하게 쳐다보는 게 보여 외국어로 수업하는 것 마냥. 우리가 왜 아직 멸망하지 않는가?

그렌: 이게 다 장난 같으세요?>

<조지: 자네 심각하지?

그렌: 네 심각합니다. 제가 드린 방공호에 관한 논문 읽어 보긴 했어요?>

1962년의 미국의 상황. 핵전쟁의 위험속에서 살고 있다. 동료교수 그렌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만 조지는 관심이 없다.  시선은 테니스를 치는 남자의 몸에 가있다.

<그렌: 외관상으로 조경이 있어서 아무도 그게 있는 걸 몰라요.>

방공호 안에 숨어있는 동료를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다. 음향효과와 함께 다소 풍자적인 느낌을 준다. 

<더 좋은 피난처를 알게 되면 일이 터졌을 때 다들 피할 수 있겠죠. 러시아 미사일이 발사되면 감상적인 생각할 시간은 없어요.>

그렌은 핵전쟁이 날 수 있는 마당에 전혀 동요하지 않는 조지를 이해할 수 없다. 조지의 관심은 그런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 벗어나 있다. 당장 오늘 죽기로 결심한 조지에게는 핵전쟁, 방공호 같은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삶과 죽음, 그리고 짐과 '나'에 대한 생각이다. 



시간은 흘러 가고 있다. 째각째각 시계소리가 음향효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장면을 자세히 보면 벌써 10시 30분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무언가 고심하다가 결심한듯 나선다.


10시 35분 조지는 수업을 시작한다. 

죽음에 대한 인용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제목과 내용의 상관관계가 무엇이냐고 묻자, 한 학생이 대답한다. 그러나 학생의 대답에는  조지는 관심이 없다.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며 강의 도중 깊은 고뇌에 빠진다. 

물에 빠져 죽어가는 자신을 상상하는 조지. 이 영화에서 '물'의 이미지는 죽음과 관련이 있다.
 눈을 감으며 상상한다. '죽음'은 어떠할지..
그런 조지를 이상하게 보는 케니. 담배를 피며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케니의 여자친구 루이스.
다른 학생이 또 질문을 한다. 

<학생: 성경에서 가장 멍청한 글귀는 '그들은 나를 이유 없이 미워하였다'라는데,

그럼 나치가 유대인을 미워할 만 했다는 건가요?

헉슬리는 반유대주의자인가요?

조지: 아니, 헉슬리는 반유대주의자가 아니다. 물론 나치가 유대인을 증오한 건 잘못이지만, 이유가 없었던 건 아니지. 그 이유가 실재하지 않았을 뿐. 상상에서 비롯된 이유. 이유는 공포심이지. 유대인 문제는 잠시 놔두기로 하자. 다른 소수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필요하다면 무시될 수 있는 소수. 다양한 소수가 있지. 금발 머리, 주근깨가 있다던지. 하지만 소수란 다수로부터 어떤 위협이 가해짐으로 생기는 개념이지. 진짜 위협 혹은 상상의. 그리고 거기에 두려움이 존재한다. 소수가 어떻게든 보이지 않게 되면 그 공포심은 더 커지지. 두려움이 소수를 괴롭히게 하는 거다.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 이유는 공포심이고 소수도 그저 사람이야. 우리와 같은.>


그 또한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소수에 속한다. 이 장면에서 동성애자를 소수로 얘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당시 시대적 상황은 1960년대 미국이다. 이때는 동성애를 지금처럼 담론화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소수자들에 대한 핍박이 '두려움'이라는 통찰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헉슬리에 대해 그만 얘기하고 공포심에 대해 얘기해보자. 공포심은 진짜 우리의 적이다. 공포심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조종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지. 정치가들이 펼치는 정책이 바로 그거고 매디슨 거리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파는 방식이 그런 것이다. 공격당하는 두려움. 모퉁이마다 공산당원이 잠복해있다는 두려움. 생활양식이 다른 카리브 인들에 대한 두려움. 흑인 문화의 확산에 대한 두려움. 앨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에 대한 두려움 까지. 그건 진짜 두려움이었지만. 구취로 친구를 잃을까 하는 두려움. 늙어가고 혼자라는 두려움.>


수업에서 조지는 '두려움'에 대한 얘기를 자세히 하고 있다. 나치와 같은 인종차별주의가 생겨난 이유는 

'두려움'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두려움, 공포심'이 진짜이든 상상이든 간에, 세상의 모든 차별과 위협은 거기서부터 비롯된다.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 대한 공포심에서부터 시작해 개인적 차원의 공포심에 대해서도 말한다. 위의 마지막 대화에서 '늙어가고 혼자라는 두려움'은 지금, 현재 조지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일 것이다. 인간은 각기 다른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두려움은 '늙어가고 혼자라는 두려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12시 5분 조지는 수업을 마친다. 

시계바늘은 12시 5분을 가르키고 있고, 조지는 수업을 마친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케니는 조지를 쫓아온다. 왜 수업을 항상 이런 식으로 하냐 묻는다. 

케니는 자신의 공포에 대해서도 말한다.

케니 조지에게 약에 취해봤냐고 묻자 조지가 그렇다고 말한다. 어떤 종류의 약을 해봤냐고 물으니 교내에서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여기서 케니는 진짜 조지의 생각을 알기 위해 한 발짝 더 나아간다. 


<루이스가 그러는데, 교수님은 비밀스러운 분이래요. 

아침에 모두들 헉슬리에 대해 시답잖은 얘기를 하는걸 들으시면서 전 교수님을 보고 있었어요. 우릴 계속 얘기하게 놔두시고는, 정리해주셨지만 알고 계신걸 전부 알려주시진 않았죠.>

조지는 자신이 그랬다는 것을 인정한다. 누군가 오해할 수 있으니 학교에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없다고 한다. 

조지의 진짜 두려움을 무엇일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힐 수 없는 두려움? 늙어가고 혼자라는 두려움? 

케니는 조지의 속은 곪아있고 그것을 숨기려 한다는 것을 눈치챈다. 



자신과 얘기하려고 같이 걸어와준 조지에게 케니는 연필깎이를 선물로 사준다. 

케니는 조지가 파란색을 고를 줄 알았지만 노란색을 고른다. 



조지는 사무실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찰리에게 전화한다. 

그들은 7시에 저녁약속을 잡는다. 영화를 보면 눈을 클로즈업한 장면이 상당히 자주 나타남을 알 수 있다. 



2시 20분 조지는 마지막으로 사무실에서 나온다.  

사무실에서 나와 차를 타고 가려는데, 케니가 차 창문을 두드린다. 사무실 정리하는 걸 봤다고 어딜 가느냐 묻는다. 조지는 짜증 나는 어조로 원하는 게 무엇이냐고 되묻는다. 그러자 케니는 모르겠다고, 그냥 당신이 친구가 필요해 보인다 말한다. 매우 외롭고 쓸쓸한 조지의 마음을 케니는 보았던 것이다. 


조지는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고 대답한다. 처음에는 짜증냈지만 따듯한 케니의 말에 마음이 풀린다. 술 한번 같이 먹자는 제안도 고맙고, 아까 나눈 대화도 고맙다고 말한다. 마치 작별인사처럼.. 



2시 45분 조지는 보험사에 가서 자신의 소중한 물건들을 가져온다.

짐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보며 그를 기억한다.


<회상 장면>

짐: 찰리에 대해 설명해봐요. 몰라요. 되게 친밀해 보여요. 마치 한때 사귀었던 것처럼.. 같이 잔 건 아니죠?

조지: 응 잤어.

조지가 이렇게 말하자, 짐은 그런적이 없다고 말한다. 

<조지: 농담이겠지. 

짐: 아니에요 원래부터 관심이 없었어. 

조지: 심하게 현대적이군. 너한테 처음 알아차린 것은 자신에게 굉장히 확신이 있었다는 것이야.>


찰리와 조지가 잤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짐은 질투한다. 짐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았고, 여자와 잔 조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같은 동성애자인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회상 장면이 끝나고 조지는 짐을 챙기고 있다. 조지의 시선은 가방 안에 가 있는데, 치마를 입은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이웃집에 사는 제니퍼는 조지에게 관심이 많다.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조지에게 슬퍼 보인다고 말한다.  제니퍼의 부모는 그가 동성애자임을 안다. 에메랄드 색의 드레스와 구두가 인상적이다. 장면마다 포인트 컬러가 확실히 드러난다.



죽기 위해 필요한 총알을 사러 간다. 지금 권총을 사면 하나 더 준다며, 숙녀분께 하나 사드리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다. (이때 동성애자인 조지에게 쓸모없는 말임을 점원은 모르고 있는 아이러니.)



총알을 사고 다시 눈을 클로즈업한 장면으로 바뀌며, 조지는 상점에 간다. 

그곳에서 어떤 남자를 만나게 된다. 


상점으로 들어가는 조지를 보며 그 남자는 고의적으로 조지와 부딪히며 만날 구실을 만든다. 같이 담배나 한대 피우자고 한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조지는 이내 곧 마음을 바꾼다. "뭐 그러죠. 안될 거 있나요."


같이 담배를 피우며 그의 입술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눈과 입을 클로즈업한 장면이 계속된다. 


담배를 피우고 남자는 조지를 따라간다. 남자는 조지와 함께 어딜 간다고 착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조지는 거절한다. 거절하고 미안했는지 담배 한대를 더 피우자고 한다.  

하루 해가 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면 전체에 붉은 끼가 돈다.

조지는 짐이 아니면 어느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다. 평소와 같았으면 그냥 남자를 두고 가버렸을 테지만, 그래도 친절하게 군다. 남자는 그런 조지에게 관심을 보인다. 

<저 좋은 사람이에요. 제 생각에 당신이 필요한 건 당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이에요.> 


남자를 떠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조지. 그리고 짐과 같이 책을 읽었던 때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조지가 사고로 죽기 한 주전의 일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양복을 정리하고 책상 정리도 깔끔하게 한다. 모든 것이 정돈된 느낌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계획한 일을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 

요리조리 자세를 바꿔가며 자살 준비를 한다.  이 장면에서 음악이 고조됨에 따라 조지가 죽음에 가까워질 것 같다. 그러나 결국 찰리의 전화를 받는다. 나는 이 장면에서 조지가 결코 죽음을 진짜로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죽음을 준비하면서도 정작 죽음을 원하지 않는 인간의 아이러니.. 

이불 안에 들어가 죽으려 시도하지만 전화소리가 들린다.   

찰리에게서 온 전화다. 조지는 찰리에게 10분 뒤에 보자고 한다. 

집에서 나서기 전에 하인 알바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긴다. 


찰리의 집 앞에 도착하고, 집 앞에 있는 붉은 장미를 발견한다. 

예쁘게 화장을 하고 조지를 맞이하는 찰리. 
안색이 안좋다며 조지를 걱정하는 찰리. 그의 건강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술에 취해 찰리와 조지는 신나게 춤을 춘다. 음악과 함께
찰리가 조지에게 담배를 피지 않지 않냐며 묻자 그건 조지가 살아있을때의 일이라고 말한다. 



<찰리: 같이 이렇게 누워 있으니 좋다. 이게 그리운 적 업었어? 

우리 잘 될 수도 있었잖아. 진짜 관계와 아이도 갖고. 

조지: 난 짐이 있었어.

찰리: 아니.. 내 말은 진짜 관계 말야. 

솔직히 말해서 둘이 잘 어울리긴 했지만, 정말은 다른 무언가의 대신 아니었어? 

조지: 이제껏 그렇게 생각해 왔던 거야? 짐이 진짜 사랑을 위한 대용품 같은 거라고? 짐은 그 무엇의 대용품이 아냐. 알아 들어? 짐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당신과 리처드는 뭐가 그렇게 진실한데? 9년을 살고도 당신을 버렸어. 짐과 나는 16년을 살았어! 죽지 않았다면 지금도 함께일 거야. 무슨 망할 진짜가 아니라는 거야. 

찰리: 정말 미안해.. 둘이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아. 당신과 나는 그런 사랑을 못해봐서 질투했나 봐. 사실 누구와도 그런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 리처드도 날 사랑하진 않은 거 같아. 내 겉모습 말고는 말야.>

 


조지에게 찰리는 그저 친구일 뿐이다. 그러나 찰리는 조지가 동성애자가 아니었다면.. 자신과 '진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이 말에 조지가 매우 화를 내자, 찰리는 자신이 질투해서 그런 거라고 말한다. 조지와 짐의 사랑은 동성애이지만 이성 간의 사랑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찰리의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찰리만큼 오랜 친구가 자신과 죽은 애인의 관계를 '진짜' 관계가 아니라고 말했을 때, 조지의 마음은 어땠을까? '여태껏 그렇게 생각해왔던 거야?'라고 묻는 짐의 대사에서 그가 얼마나 실망하였는지 알 수 있다. 


It is not Isherwood’s purpose to write a novel “about” homosexuality; rather, he appears to want to present, without “scholarship,” or explanation, a homosexual who is, so to speak, just like everyone else, who claims his rights to be allowed to go about his homosexual life—a life curiously, in its little cottage, its domesticity, its social compromises, remote from angularity and singularity. -Elizabeth Hardwick


이 영화는 Isherwood의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셔우드의 원작은 동성애에 대해 쓰고자 한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영화도 소재가 동성애이지만, 진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동성애의 사랑'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사랑'과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싸우다가 다시 화해 모드로 가는 둘.

LA에서 타지 생활을 하는 조지와 찰리는 런던을 그리워한다. 남편과 헤어지고 자식 또한 떠난 찰리는 LA에서 삶이 행복하지 않다. 조지는 그런 찰리에게 런던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조지: 과거에 살고 있으니 이제 미래애 대해 생각해 봐.

찰리: 과거에 사는 게 바로 내 미래야. 당신은 그럴 필요 없어. 남자잖아.>


찰리는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는 것에 익숙하다. 그녀의 삶은 두려움과 공포,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한 잔 더하자는 찰리의 제안을 거절하며 조지는 찰리의 집을 나온다. 

식사를 마치고 조지는 집에 가려한다. 찰리는 조지에게 키스를 하려하지만 조지는 정중히 거절한다.


2시 25분 보험회사 장면 이후로 시계는 등장하지 않다가 늦은 저녁임을 알려주는 밝은 달이 나타난다. 보험회사를 들린 이후부터는 그만큼 시간이 빨리.. 정신없이 흘렀을 것이다. 

집에 오자 다시 자살시도를 하려는 조지.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는다. 시계가 째깍째깍 흐르는 소리가 선명히 들린다. 



다시 회상 장면으로.. 짐과의 첫 만남을 기억한다. 집 근처 바에서 짐을 처음 만났다.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비가 와 바 안으로 들어간다. 


11시 20분 조지는 짐과 처음 만났던 그 바를 다시 간다

벌써 하루가 끝나가고 있다. 죽음을 계속 지연시키는 아이러니한 모습.
그런데 자신을 따라온 케니를 발견하자 2병을 시킨다. 


조지와 케니는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죽음'에 대해 얘기한다. 

<조지: 안녕 포터군.

케니: 안녕하세요. 뭐 마시는 거예요?

조지: 스카치. 항상 여기 온단다. 부근에 살거든. 너도 알겠지만. 날 찾고 있었니?

케니: 그럴지도요. 모르겠어요. 머리가 생각들로 꽉 막힌 것 같아요.

조지: 어떤 생각들?

케니: 오늘 수업에서 하신 말씀 같은 거요.

조지: 그것들을 전혀 중요한 게 아니야.

케니: 아뇨, 중요해요. 교수님 수업을 굉장해요. 

하지만 우린 항상 과거만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과거는 제겐 중요하지 않아요.

조지: 현재는?

케니: 끝나길 기다리기 지치죠. 정말 따분해요. 물론 오늘 밤은 예외고요. 왜요?

조지: 오늘 밤은 예스, 현재는 노라니. 오늘 밤을 위해! 과거는 상관없고, 현재는 따분하고, 미래는 어떤데?

케니: 무슨 미래요? 쿠바에서 우리를 날려버릴지도 모르는데.

조지: 죽음이 미래지.

케니: 죄송해요. 우울하게 만들려는 건 아니었어요.

조지: 우울하지 않아. 우울한 게 아니라 그게 진실이야. 바로 일어날 미래는 아니겠지만 모두 똑같이 겪을 일이지. 죽음이 미래야.

케니: 교수님이 옳아요. 

조지:  그러니 만약 현재를 즐기지 못한다면 미래엔 더 나아질 거라 할 수 있을까.

케니: 저도 전에 생각해봤어요. 하지만 문제는 결코 알 수 없을 거예요. 오늘 밤 처럼요. 사실, 전 거의 항상 외로워요. 계속 그렇게 느껴왔어요. 사람을 홀로 태어나고 홀로 죽잖아요. 여기 있는 동안엔 절대적으로 완전히 몸 안에 갇혀 있죠. 정말 이상해요. 생각해보면 소름 끼쳐요. 우린 오직 인식을 통해서만  바깥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데 교수님이 정말은 어떤 사람인지 누가 알겠어요? 제가 알고 있는 교수님을  볼뿐이죠.

조지: 난 원래의 의도한 그대로야.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말야. 오직 삶을 정말 값지게 만드는 것은 드물지만 정말로 정말로 다른 사람과 교감했던 거야.


케니: 교수님이 그러실 거라 생각했어요. 진정한 로맨티시스트라 생각했어요. 모두들 나이가 들면 경험도 풍부해 질거라 믿어요. 뭔가 대단한 것처럼 말에요.

조지: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나는 나이가 들수록 더 멍청해지는 것 같아.

케니: 교수님의 모든 경험이 다 부질없다는 건가요?

조지: 아니 그런 말은 아니고. 헉슬리가 말하길 '경험은 우리에게 발생한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대처하는 우리의 행동을 의미한다'고.

케니: 수영하러 가요.

조지: 그래

케니: 방금 그건 테스트예요. 바보가 된다고 하신 건 뻥이라고 생각해서 생각했죠. 제가 정말 엉뚱한 제안을 해서, 교수님이 거절하거나 머뭇거리면 개소리 인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조지: 거절 안 했는데, 넌?

케니: 당연히 아니죠.>


수영을 하자는 케니의 제안에 조지가 좋다고 하자 둘은 바다로 뛰어간다. 
한오라기로 걸치지 않은데 둘은 바다로 뛰어들고 자유를 만끽한다. 조지는 머리를 살짝 다친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수영하는 장면이다. 조지의 무미건조한 삶에서 생명력이 넘치는 삶으로 바뀌는 시점인 것 같다. 



이마를 다친 조지를 치료해주기 위해 서랍을 열자 짐의 벌거벗은 사진을 발견한다.  케니는 그가 게이임을 알게 된다. 
씻기 위해 옷을 벗는 케니와 그를 쳐다보는 조지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샤워를 마친 케니. 둘은 맥주 한잔을 하며 얘기를 나눈다.

<케니: 여기 혼자 사세요?

조지: 지금은 그렇지. 건축 가니 친구와 같이 살았었어.

케니: 제 나이 때 애들에겐 완전 꿈이에요.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혼자 살면서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고. 

조지: 그게 네가 원하는 완벽한 삶이야? 그렇게 혼자 사는 게 좋으면 루이스는 어쩌고?

케니: 루이스요? 걔가 무슨 상관이에요?

조지: 둘이 사귀는 줄 알았는데

케니: 아뇨, 걘 멋지도 좋은 친구지만.. 교수님이 묻고 싶은 게 우리가 잤냐는 거라면.. 

조지: 그랬니?

케니: 네 한때요.

조지: 왜  한번뿐인데?

케니: 한 번이라 한적 없어요. 한 때라고 했지. 지금 루이스 얘긴 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 몇 시죠?

조지: 시계가 멈췄구나.

케니; 제가 가길 바라세요?

조지: 말도  안 되는 소리. 가서 맥주나 더 가져와.

케니: 그거 명령인가요?

조지: 당연하지. 


비참하군!>


조지는 루이스와 케니의 관계가 궁금하다. 그의 성적 취향을 알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케니와의 대화에서 그는 시계가 멈췄다고 한다. 정말 시계가 멈춘 것일까? 이 영화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한다. 시계가 멈췄다는 것은 어떤 메타포를 가질까. 나는 그가 더 이상 죽음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마지막 하루가 가고 있음을 절실히 느꼈던 그에게 더 이상 시간은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잠시나마 케니의 성관계에 대해 궁금해한 자신을 비참하게 여기는 조지.

케니에게 왜 여기에 왔냐고 묻는다. 

조지는 케니의 관심과 배려에 잠시 끌린 것은 사실이나, 그 이상은 아니다. 케니는 자신만큼이나 외로운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서 잠시나마 삶의 생동감을 느끼기도 한다. 



케니가 걱정되었다고 말하자 자신은 괜찮다고 한다. 그 말과 동시에 술에 취해 잠들어 버리는 조지.
눈이 감기며  꿈에서 물속에서 가라앉는 자신을 본다. 다시 하강의 이미지.
꿈에서 깨어나게 되고 동시에 시계를 본다. 또 다시 째깍째깍 거리는 시계.


새벽 2시 53분 조지는 잠에서 깬다. 11시 20분에 케니를 만난 이후 거의 4시간이 흘렀다.

술에 취해 잠해서 깨어보니 벌써 새벽 3시에 다 되어간다. 

자고 있는 케니를 본다. 이불 속에 숨겨놓은 총을 발견한다. 조지를 걱정하는 케니는 총을 자신 옆에 두고 잔 것이다. 그를 보고 미소 있는 조지. 그 총을 다시 제자리에 넣어둔다. 

문을 열자, 부엉이가 놀라 활짝 날아간다. 자연의 매우 생생하게 들린다. 개구리 소리도.. 

깊은 밤이라는 걸 보여준다. 
찰리에게 주려던 마지막 편지를 태우면서 삶의 의지를 가지기 시작한다.

<살면서 이렇게 완벽히 명확한 적은 드물었다. 짧은 순간들이 지나가고.. 침묵이 소음을 뒤덮는다. 

생각보다 느낄 수가 있다. 사물은 매우 선명하고 세상은 너무 새롭다. 실재하라 한 것처럼..

순간을 지속할 수 없다. 내가 붙잡으려 하지만 다른  것들처럼 희미해질 뿐. 

순간을 즐기며 삶을 사니 그게 날 현재로 되돌려 놓았다.

이제야 모든 것은 정확히 의도했던 대로 되는 것임을 안다.>


아이러니하게도 죽기로 작정했던 하루의 끝에서 삶의 의지를 갖게 되는 조지.. 

그러나 삶의 의지를 갖게 되는 순간 그는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죽은 짐이 조지에게 와 키스한다. 
바로 그렇게 때가 왔다.  

조지의 죽음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내가 생각하는 'A Single  Man'의 주제는 순간은 영속할 수 없음이다. 행복했던 순간도, 괴로웠던 순간, 지루했던 순간도 영원히 지속되리란 법이 없다. 우리는 행복한 순간은 계속되기를 바란다. 조지에게 행복한 순간은 "오직 삶을 정말 값지게 만드는 것은 드물지만 정말로 정말로 다른 사람과 교감했던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러한 교감의 순간들이 지나면 언젠가는 그것이 사별이든, 보통의 이별 때문이 든 사람은 혼자가 된다.

케니는 말한다. "사실, 전 거의 항상 외로워요. 계속 그렇게 느껴왔어요. 사람을 홀로 태어나고 홀로 죽잖아요. 여기 있는 동안엔 절대적으로 완전히 몸 안에 갇혀 있죠. 정말 이상해요. 생각해보면 소름 끼쳐요." 이 대사는 우리는 모두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철저히 혼자일  수밖에 없는 'A Single  Man'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Yet what really makes this a more profoundly gay film than, say, Milk or Brokeback Mountain is something else. It's the meticulous celebration of the beauty of the human world that permeates every frame. This has been widely criticised as a distraction from the film's purpose. After all, it's about bereavement, isn't it? -David Cox


길거리의 청년부터 어릴 적 연인이었던 여인, 그리고 자신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학생까지, 조지는 하루가 끝나는 순간에서야 외로움은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아무리 외로워도, 그 어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지라도, 인생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간다는 것. 죽음이라는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는 인생 속에서 결국 우리는 아무리 외로워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임을 <싱글맨>은 이야기한다.
 [출처] (영화 싱글맨 리뷰) 우리는 결국 모두 싱글맨이다.  작성자 엄혜림


내가 느꼈던 'A Single Man'은 동성애자 간의 사랑보다는 사별을 겪은 한 남자의 고독, 외로움이다. 감독 톰포드는 말한다. "이 영화는 삶에 관한 이야기에요. (중략) 이 영화는 정말로 순간의 삶과 작은 것에 대해 감사하며 사는 것을 이야기하죠. 다른 사람과의 관계의 이해가 실제로 중요하게 다뤄지죠. 조지가 자살을 결심했을 때,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이 갑작스럽게 그의 앞에 나타나 삶을 살 의욕을 불어 넣죠. 그가 처음으로 그 아름다움을 실제로 보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이처럼 영화의 소재는 동성애지만 그들의 사랑이 다르게 느껴지지 않게, 그것을 은근하게 전달하는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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