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이 느린 아이와 함께 자라 가는 시간
우리 반에는 발달이 느린 아이가 한 명 있다.
전체적인 발달이 느려,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선과 관심이 필요하다.
3월부터 걱정이 많았던 아이였다.
부모 상담을 하며 집과 어린이집에서의 모습을 서로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는 오래 이어졌다.
부모님도 아이의 발달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었고,
결국 소아정신과를 방문했다.
진단은, 예상대로 ‘전체적인 발달장애’.
막연히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진단을 받고 돌아온 아이를 마주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여러 치료 센터를 다니며 조금씩 나아지던 모습에 희망을 가졌는데,
다시금 커다란 벽에 막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건 단지 한 아이의 문제가 아니다.
보육교사로서 일한 지 13년째,
나는 해마다 아이들의 발달 속도가 점점 더 양극화되는 걸 체감한다.
빠른 아이는 더 빨라지고, 느린 아이는 점점 더 뒤처진다.
적당히 또래 수준에 맞게 발달하는 아이를 만나는 것이 오히려 드문 일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책을 읽고, 영상 강의를 찾아보고,
방송통신대학교 유아교육과에 등록해 다시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배웠던 내용이 머리에 남아 있긴 했지만,
10년 넘게 지나며 달라진 것도 많았다.
특히 발달장애 관련 과목에서는 오랜만에 교과서를 꺼내 다시 읽어보았다.
책을 읽으며 ‘OO 이는 이런 특성과는 좀 다른데…’ 혹은
‘이건 OO 이와 비슷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10년 차까지는 나름 ‘전문가’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한순간에 현실감각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정말 보육교사로 잘 맞는 사람일까?’
‘이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을 던졌다.
그 아이가 소리를 지르거나 감정을 폭발시킬 때마다 나는 자주 놀랐지만,
이제는 그 모습조차도 조금씩 이해가 간다.
그리고 마음속 깊이 되뇌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이 아이의 고통을 얼마나 몰라줬을까.’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침대에 누워 이런 생각에 잠기던 어느 날 밤,
나는 벌떡 일어나 다시 발달장애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더 배워야 할지,
이 아이를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하나씩 하나씩 공부해 나가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번 일로 교사로서 큰 현타가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아이를 위해, 또 우리 반 아이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왜냐하면,
나는 보육교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