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완벽주의 보육교사

ADHD와 함께 일하는 나의 방

by 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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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 보면 마감이 정해진 서류들이 있다.
이번에도 마감일까지 2주가 남았다고 했다.
2주면 넉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또 미뤘다.


며칠이 지나자 ‘해야지’라는 생각은 사라지고, 압박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했다. ‘2~3일이면 끝내겠지.’
그 생각에 안심이 되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늘 그렇듯,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와서야 서류의 존재가 떠올랐다.
절망과 후회가 밀려오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 집중이 잘 된다.


노트북 앞에 앉자마자 주변의 소음이 사라지고
나는 온전히 일에 빠져든다.


시간이 부족한데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고치고 또 고친다.
결국 마감에 맞춰 내 마음에 드는 완성본을 만든다.


이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면,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그건 게을러서 그런 거잖아.”


하지만 나와 같은 ADHD를 가진 사람들은 다르게 반응한다.
“그거 나도 그래.”


서류를 미루고, 압박이 와야 불이 켜지는 나를 그들은 이해한다.

ADHD는 단순한 ‘산만함’으로 설명할 수 없다.
흥미 있는 일에는 누구보다 깊게 몰입하고,
시간이 촉박할수록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그게 내 안의 또 다른 리듬이다.


물론 보육교사로 일하면서 ADHD는 불편할 때가 많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약을 먹는다.
하지만, 나는 이 ADHD를 아이들과의 놀이 속에서 잘 활용하고 있다.


산만한 에너지를 아이들과 함께 뛰노는 힘으로 바꾼다.
완벽주의는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지만,
그 덕분에 서류를 끝까지 다듬고, 남들보다 꼼꼼하게 완성한다.


그래서 나는 ADHD를 미워하지 않는다.

이건 나의 결핍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이다.


어느 작가님이 말했다.
“ADHD는 병이 아니라, 특별함이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ADHD를 가진, 특별한 보육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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