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놓아주는 연습

말 한마디가 남긴 기억을 지나며

by 서온


아프지만, 나는 회복 중입니다..png

그날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그때 들었던 말 한마디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속 깊은 곳에 박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왜 아직도 기억해?”, “좀 잊어.”
하지만 가슴 깊이 생긴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상처가 클수록 더 오래 남는 법입니다.


그 사람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참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상냥하고 유쾌했고, 작은 선물로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었지요.
그래서 저는 잊고 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요.


함께 일을 하게 되면서 그의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명령하듯 말하고, 상황을 자신의 편한 방향으로만 해석하고,

누군가가 보고 있을 때는 부드러웠지만

뒤에서는 사람을 가르는 이야기들을 내뱉곤 했습니다.
처음엔 실망이었고, 그 실망이 쌓이면서

결국 제 감정은 어느 순간 무너져 내렸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저는 상처를 표현하는 방법도 몰랐고

스스로를 지킬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기억을 더 오래 붙잡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상처는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지워지지 않지만,

그 상처가 나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바라보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요.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어른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을 수 있고,

어른이기 전에 한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말 한마디’가 얼마나 오래 사람을 흔들어 놓는지,

얼마나 무섭게 마음에 남는지도요.


그래서 지금의 저는 같은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남기지 않기 위해

말을 더 신중하게 하려 합니다.
아이들에게도, 동료들에게도

더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 사람에게 남아 있는 감정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때의 감정에만 머물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그 기억을 제 안에서 천천히 놓아주려고 합니다.


비슷한 상처를 가진 당신의 마음에도 평온이 찾아오길 바라며,
저는 오늘도 조금씩 단단해지는 내일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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