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카드값이 500이 나왔었을까?

소비 단식일기 번외: 카드 명세서는 내 마음의 거울

by 서박하

지난겨울부터 시작해서 얼마 전에 소비 단식일기 책에 들어갈 원고를 마무리하고 나니 근 2년간 하나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소비 단식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왜 카드값이 500이나 나왔을까?


나는 왜 그랬을까. 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카드값 명세서를 열어보며 항목 하나하나를 손으로 짚어가며 그 이유들을 적어내려 갔다. 그래서 스타벅스도 끊고 (줄이고) 옷 사는 것도 줄이고 책도 줄여서 사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1년 10개월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들이었다. 그 사이에 몇 차례 소비 단식을 중단하느라 1년이 1년 10개월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겉으로 보이는 것들도 결국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내 컴퓨터의 폴더가 복잡한가? 대부분 본인의 머릿속이 복잡하다고 생각한다. 옷장이 흐트러져 있는가? 내 마음이 어딘가 힘들진 않은지 삶이 벅차진 않은지 생각해보자. 먹는 것이 절제가 안되는가? 아마도 과중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내 카드값 500은 내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의 카드값도 그 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에 누군가의 영수증을 보며 진단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영수증을 읊어주면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소비하는지 명확히 보인다. 그 사람의 가치관과 생각이 소비에 다 드러나는 것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뭔가를 사고 있는 것 같지만 잘 들여다보면 분명 이유들이 있다.


나는 카드값 500의 긴 명세서의 이유를 찾는데 2년 가까이 걸렸다. 누군가는 아마 3개월이면 이 여정이 끝날지도 모르겠다. 또 나처럼 1년보다 더 오래 걸릴지도 또 필요 없는 많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감사히도 그 답들을 알아 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힘들고 공허한 마음들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소비했다. 내 삶에서 이루지 못한 성취들을 소비로 대신하려고 했었다. 택배 상자를 열고나면 사라질, 물에 담근 솜사탕 같은 것들을 갈망했다. 내 삶을 이 프라이팬이 채워줄 거야, 나의 우울함을 이 화장품이 채워줄 거야 믿었다.


카드값 500으로도 채울 수 없는 내 마음을 직시하고 나서야 멈출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내 마음을 뭘로 채우고 싶은지 나 자신에게 묻기 시작했다. 신기루 같은 미래와 뜬구름 같은 꿈보다 현실을 살아가게 되었다. 그동안 소비로 쌓아 올린 거대한 물건의 산 위에 올라타 위태롭게 서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야 땅을 밟고 선 나는 자유롭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작은 노트에 오늘 하루의 소비를 정리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쓰지 않은 날에 스티커를 한 장 붙인다. 매일 날아오던 카드값 문자 대신 스티커가 채워질수록 내 마음도 채워진다. 내 마음을 이제야 들여다볼 수 있어 감사하다.





책에 들어갈 소비 단식일기 후반부 원고를 마무리하였습니다. 후반부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어서 이렇게나마 글을 적어봅니다. 뒤의 글들은 차차 기회가 되면 이곳에서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소비 단식을 마무리하는 것도 또 책이 나오게 되는 것도 모두 지금까지 격려해주신 여러분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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