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허리를 펴고 주방에 서서
한국에 들어와 최근까지 거의 신혼집 시작하듯이 물건들을 사야만 했다. 포크나 접시 같은 기본 생필품부터 가을겨울 옷까지 그동안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정착을 하려니 사야 할 물건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아무리 쇼핑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택배박스 뜯고 정리하는 일이 지겨울 정도였다. 그리고 이제 거의 모든 것들이 자리를 잡았다. 가을겨울 옷들도 장만하고 정리를 마쳤고 냉장고 정리도 거의 끝났다. 이제는 소비를 점검하고 생활을 제자리로 돌려야 할 시간이다. 특별히 옷이나 책, 가전을 더 사지 않는다면 다음 달부터는 아마 가계부도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간 병원을 다니며 마음을 추스르면서 제일 놔버린 영역이 식생활이었다. 도저히 요리할 기운이 없었다. 카메룬에서 어떻게 매일 집밥을 해 먹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양가에서 보내주신 밑반찬도 꺼내먹기 싫을 정도로 요리에 손을 놓았었다. 겨우겨우 밥을 하고 채소들을 곁들여 먹었다. 아이에게는 정말 온 힘을 짜내 계란국을 끓이고 궁중떡볶이를 해주었다. 입이 짧은 아이라 그나마 먹는 것이 몇 개 없어서 그 안에서 돌려 막기를 했다. 배달음식도 많이 먹고 외식도 종종 하게 되었다.
저녁에 밥을 하기 싫으면 아이에게 뭐 시켜 먹을까? 묻곤 했다. 집밥을 제일 좋아하는 아이라 답을 얻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종종 초밥과 중식, 떡볶이를 시켜주었다. 그리고 가계부를 들여다보니 청소기사고 프라이팬 사는 비용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부분이 바로 식비였다. 배달음식을 일주일에 2번만 먹어도 6-7만 원은 금방이다. 그렇게 한 달을 시켜 먹으면 금세 30만 원은 넘게 된다. 여기에 외식도 하면 금액은 금세 늘어나게 된다. 사실 짜장면 이외에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걸 가장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게는 조금만 시간을 내 요리하면 건강과 재정 모두 잡을 수 있다.
물론 집밥도 싸진 않다. 식재료 값이 너무나 비싸다. 오이 5개에 7천 원 하는 것 보고 기절할 뻔했다. 근처에 재래시장도 없고 재래시장이라고 싸지도 않다. 동네 마트에서 장 조금만 보면 5-6만 원이나 하는 통에 식비는 줄이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챌린지를 하는 것은 다시 한번 마음을 조이기 위해서이다. 그동안 낡아버린 내 마음을 풀어서 기름칠을 하고 잘 닦아 준비했으니 이제는 조여야 할 시간이다.
오늘 아침은 5시에 일어났다. 그나마 쿠팡으로 식재료를 사는 게 저렴해 일주일 식단을 짜고 모자란 식재료를 구입했다. 버섯과 양파, 파프리카, 소고기 등을 구입했다. 새벽에 도착한 식재료를 정리하고 남편의 도시락을 준비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공부하는 남편에게 늘 점심은 사 먹으라고 이야기했는데 이제는 조금 시간을 내어 도시락을 준비해 주기로 했다. 메뉴만 생각해 놓고 채소들만 미리 다듬어 놓으면 2-30분이면 금방 도시락을 쌀 수 있다.
그리고 아이를 데려다주고 단골 카페를 가는 대신에 집으로 돌아와 네스프레소를 내렸다. 짬짬이 청소하고 정리하며 글도 쓰고 빨래도 돌리니 아직 10시도 되지 않았다. 앞으로 30일 재미있게 집밥만 먹는 챌린지를 해보려 한다. 이러다 짜장면 한 그릇 정도는 시켜 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늘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게 나의 장점이니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이런 덜 쓰는 삶을 위해서는 늘 외부자극도 함께 따라줘야 한다. 최근에 보고 너무 좋아하게 된 책 '퇴사하겠습니다'의 이나가키 에미코가 출연한 다큐의 짧은 영상을 소개한다. 냉장고도 가스도 없이 살아가는 그녀를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진정한 미니멀리스트가 아닐까. 나는 그녀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그 삶의 태도를 닮아가고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0elxtPAEeCs&t=6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