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30일 챌린지 3일 차 기록
집밥만 먹기로 한지 3일 차가 지났다. 챌린지를 혼자 시작해 놓고 덜컥 여러 가지 걱정이 되었다.
이런 걸 글이라고 쓰나
나 집밥 해 먹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챌린지까지 만드나. 다른 사람들은 이미 잘 살고 있는데 괜히 눈에 피로한 더하는 글을 쓰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집밥만 해 먹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아마 살림을 꾸려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집밥을 해 먹는 게 더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양념부터 새로 사야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적당히 시켜 먹거나 사 먹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매일매일 식재료를 점검하고 요리를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정신적, 육체적 부담을 주는 일이다. 그러니 그래도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있지는 않을까 하며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글을 써보려 한다.
그리고 사실 내 글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하면 땅끝까지 파고들어 갈지도 모른다. 그러니 마음을 비우고 쓸 수 있는 글을 쓰는 것, 누구나 못쓰는 글을 견딘다는 것, 그것이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가장 큰 힘이 된다.
과연 가능한 일인가
의외로 빠르게 위기가 찾아왔는데 딸이 쌀국수가 먹고 싶다고 한 것이다. 쌀국수 육수도 없고 면도 없고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 동네 이마트 에브리데이에서 쌀국수 키트를 배달시켜서 해결할 수 있었다. (당연히 광고 아님) 그러면서 꼼꼼한 식단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식단을 꾸려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쌀국수나 짜장면처럼 내가 도저히 할 수 없는 요리들의 경우에는 레토르트를 사다 두던지 하는 대책을 미리 세우는 게 필요하다. 아주 꼼꼼하게 식단을 세우지는 않아도 우리 가족이 주로 먹는 것들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앞서 말한 쌀국수나 짜장면 키트, 아이가 좋아하는 떡국떡 그리고 아이와 남편이 좋아하는 고기들은 갖추고 있어야 식사를 늘 챙겨줄 수 있다.
예전에 한참 소비단식 일기 쓰기 전에 막 카드 긁어댈 때는 아이가 떡국이 먹고 싶다고 해도 시켜주고 감자튀김이 먹고 싶다고 해도 햄버거 주문하며 같이 배달시켜 주었다. 아이는 햄버거는 관심이 없고 나도 입맛이 없을 때라 냉장고에 들어갔다가 버려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쓰레기통에 돈을 버리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이번에는 그 정도로 심하진 않았지만, 한국 들어와서 이사하고 새로운 도시에 적응하며 꽤 배달음식을 많이 시켜 먹었다. 배달음식 1번이면 장을 꽤나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식단정리가 필요하다.
매일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MBTI에서 가장 P스러운 사람이 바로 나인데 내가 식단을 정리하겠다니 놀라운 변화이다. 뭐든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면 변화가 시작된다. 어제도 쌀국수를 먹고 싶다는 딸을 위해서 배달앱을 열었었다. 최소주문 13500원에 배달비 2000원까지 다해서 15500원이나 하는 거였다. 쌀국수 2인분 키트가 5000원도 안 하는데 말이다. 다행히 사과와 간장 등이 떨어져서 같이 주문해서 한고비 넘길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내가 감사했다. 이제 조금씩 나사가 조여지고 있다. 오늘은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났다. 그래도 미리 준비해 둔 재료들로 금방 도시락을 준비하고 아이의 아침을 준비했다. 식기세척기를 정리하고 아이를 깨운다. 궁중떡볶이를 맛있게 먹어주는 딸이 고맙다. 도시락을 늘 감사히 먹어주는 남편이 고맙다. 집밥에서 시작하지만 이 작은 변화들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니 이미 감사로 챌린지를 이어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