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일상
어젯밤 11시에 한 장짜리 급한 번역이 들어와 아픈 아이를 재우고 방에 들어와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렸다. 아주 짧은 분량이다. 한 장짜리라서 만원 남짓하는 일이지만 이 업체와 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성실하게 조사해서 번역을 마친다. 논문의 초록이었는데 생소한 분야라서 생각보다 한참 동안 용어를 찾아야 했다. 원래는 잘 모르는 분야는 안 하는 게 맞지만 그러다 보면 일의 범위가 줄어드니 이것저것 도전하며 맞는 분야를 찾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나도 약간의 감기기운으로 골골하다가 약을 먹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번달 한 일들을 정리했다. 이달 말에는 인보이스들을 보낼 곳들이다. 프리랜서의 삶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내가 챙기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아주 많다. 11월은 거의 일을 하지 못하였고 이번달에는 일이 조금씩 들어와서 수입이 생겼다. 드디어 100만 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게 되었다.
12월 1일에 받아서 한 일이 너무 힘이 들었던 지라 일 마무리하고 들여다 정리도 안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양이 얼마나 되는지 몰랐는데 생각보다 많은 양이라서 수입을 올리는데 한몫을 하였다. 그리고 최근에 반정기적으로 받고 있는 일들이 꽤 괜찮은 수입을 가져다주고 있다.
역시 치료 중의 치료는 금융치료라고 했나.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나의 12월이 참으로 보람 있게 느껴진다. 물론 이것들이 다 내 통장에 들어와야 진짜 내 돈이 되는 것이지만 일단 일 한 곳들이 다 이름난 업체들이라 아마 돈을 안 주지는 않을 것 같다.
어제는 원서 낸 곳에 최종후보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로 연락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계속 떨어지기만 하다가 뭔가 가능성이 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급여를 너무 적게 줘서 충격적이었지만 그래도 집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곳이라서 시도해 보기로 했다. 물론 최종 계약을 해야 말이지만 그래도 하나의 가능성이 생겨 기쁘다.
그리고 역시 인생에 버려지는 경험은 없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스타트업 마케터로 일하며 정말 다양한 일을 했는데 특히 고객서비스나 CRM과 같은 고객 관련한 일들을 했던 것들이 현재의 일들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또 공대생들과 대학원을 다닌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기술문서나 공대 쪽 논문 번역에 그래도 어느 정도 익숙함을 주기 때문이다. 역시 인생은 길게 살아봐야 알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대기업이나 교수 등으로 잘 나가는 동기들을 보다가 내 소박한 월급과 현 상황을 보면 가끔은 현타가 올 때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인생은 길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은 길고 각자의 속도는 다르기에 나는 내 길을 성실히 걸어가는 것, 그것 이외에는 신경을 쓸 것이 없다. 마음에 기쁨이 되고 감사하는 생각 이외에 다른 생각은 하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오늘도 감사일기를 쓰고 나의 소박한 일들에 감사한다.
남은 12월, 그리고 내년에도 이렇게 성실하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연재 브런치 북에는 30개까지 밖에 글을 쓸 수 없네요. 앞으로는 월별로 브런치북을 만들어볼게요 :)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