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안 써질 때에는 가볍게
몸이 아픈 데다가 연달아 며칠 마감을 하고 나니 마땅히 글 쓸 거리가 떠오르질 않는다. 이럴땐 역시 약간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는 것이 좋은 듯하다.
1. 글과 일은 다른 곳에서
한참 일을 하고 나오니 거실 식탁이 정말 혼돈의 카오스이다. 아이가 혼자 놀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지만 일단 한숨 좀 쉬고 짐을 한쪽으로 밀고 노트북을 올려놓는다. 글 쓰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은 가급적이면 분리하려고 하는 편이다. 글은 즐거움을 위한 것인데 일하는 책상에서 쓰면 왠지 일처럼 느껴져서 그렇다. 하는 일이 번역 혹은 교정 등 글을 다루는 일이라서 브런치 글마저 책상에서 쓰면 왠지 더 일이 늘어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글쓰기는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즐거운 일로 하고 싶다.
2. 여전히 불닭볶음면
여전히 나는 불닭볶음면을 좋아한다. 한국에서도 비건 버전으로 출시되면 좋은데 그러질 않아 늘 100% 채식을 포기하고 먹곤 한다. 최근 아이가 아프고 나도 좀 아픈 데다가 일이 계속 들어와서 일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럴 때 힘이 되어주는 것은 에너지 드링크와 불닭볶음면이다. 몸무게가 3kg이나 늘어서 한동안 먹지 않다가 이번에 다시 꺼냈다. 그나마 맥주와 함께 먹지 않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1일 1 불닭 하면서 이 시기를 견디고 있다.
3. 밥 천천히 먹기 어렵네
밥을 정말 빨리 먹는다. 거의 씹지 않고 넘긴다고 보면 된다. 의식하지 않으면 5분 만에 밥을 먹는다. 고등학교 때에는 점심시간 내도록 먹기도 할 정도로 느리게 먹는 사람이었는데 아이 낳고 완전히 바뀌었다. 아이를 안고 서서 먹거나 잠든 사이 허겁지겁 먹는 일상이 거의 몇 년간 지속되었다. 외식을 해도 남편과 번갈아 가며 아이를 보며 들이키다 보니 느긋하게 앉아서 밥 먹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의식하지 않으면 밥을 삼키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더구나 일하다가 중간에 밥을 먹는 경우에는 시간이 아까워서 더 빠르게 먹게 된다. 아무리 맛있고 좋아하는 걸 빠르게 먹게 된다.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는 직장인이 아니고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일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다 먹고 디저트와 커피까지 준비하는데 길어야 15분이다. 그래서 점점 살이 찌는지도 모르겠다. 천천히 조금만 더 천천히 먹길 오늘도 다짐해 본다.
4. 운동하기 어렵네
몸이 아프고 일이 바빠 일상이 흐트러지면 가장 먼저 티 나는 게 운동이다. 운동은 금세 잊히고 만다. 오전으로 시간을 옮겨도 쌓여있는 일감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사실 30분 운동한다고 마감시간에 큰 지장을 주는 게 아닌데도 마음이 그렇게 가질 않는다. 아마 내가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래도 이제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이와 체력이라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운동루틴을 다이어리에 적어본다.
5. 그래서 어떤 다이어리를 샀나
그래서 어떤 다이어리를 샀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조금은 계시지 않을까 싶다. 결국 산 것은 알라딘 서점에서 사은품으로 주는 위클리 다이어리와 데일리 다이어리이다. 샀다기보다는 얻었다에 가깝지만 포인트를 주었으니 산 것으로 한다. 남편과 내가 합쳐 한 달에 10만 원 정도의 도서를 구입하는 편인데 5만 원씩 나눠서 2개의 다이어리를 받았다.
여전히 스타벅스 다이어리에 마음이 가긴 하지만 꾹 참고 올해는 이 두 다이어리로 보내보려고 한다. 사실 다이어리에 캐릭터가 들어있는 것을 그렇게 선호하진 않는데 피너츠와 무민이라 받아들이기로 했다. 늘 매일이 똑같은 것 같지만 그래도 2023년 마지막 장을 쓰는 날과 1월 1일 새로운 장을 쓰는 날은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날이 따뜻하다. 이런 날이 원래 12월에 있었나 고개를 갸웃한다. 따뜻하니 아이와 병원 가긴 좋은데 12월은 역시 추워야 하지 않나 걱정된다. 아이가 컸을 때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여전히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 바닷가 조개 줍기, 가을 단풍놀이를 할 수 있는 날들이 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