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동안의 저탄고지를 중단하며

비건 일기 (1): 자연식물식 100일 프로젝트

by 서박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합니다. 각자 체질에 가장 잘 맞는 건강한 식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저탄고지 식단을 유지했다. 큰오빠가 저탄 고지로 몸무게를 많이 줄이고 건강을 회복했고 주변에 키토 베이커리를 시작한 친구들이 있어서 더 영향을 받았다. <최강의 식사>를 비롯한 다양한 저탄고지 관련 책을 읽어보니 잘 이해가 되었다. 좋은 단백질과 좋은 지방을 챙겨 먹었고 키토 빵을 구워 먹었다. *켓컬리 우수고객이 되도록 좋은 식재료에 집착했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획기적으로 좋아지는 것이 없었다. 몸무게는 그럭저럭 유지가 되었지만 (원래 표준체중이었다) 불면증과 변비가 나아지질 않았고 종종 찾아오는 키토 플루와 키토 래쉬는 나를 괴롭게 했다. 가끔 친구들과 떡볶이나 햄버거를 먹고 몸이 며칠이나 잔뜩 부어오르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또 일반식에 대한 갈망이 사라지지 않는 것도 너무너무 괴로웠다. 하지만 다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댁에서 일주일 머물면서 다채로운 음식을 대접받고 즐긴 후 도저히 몸무게가 줄어들지 않고 부기가 빠지지 않아 3-4주 정도 아주 엄격한 저탄고지를 실행했다. 저울을 옆에 놓고 식재료 무게를 재가면서 실행했다. 그 결과, 생애 최대 생리통과 빈혈을 경험했다. 생리 중 빈혈은 처음이었는데 자리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생리양도 어마어마했다. 또한 변비가 너무너무 너무 심해 약 없이는 화장실을 가지 못했다. 또한 수술한 곳의 켈로이드 증상이 너무 심해졌다. 가장 힘든 건 불면증이 너무너무 너무 심해진 것이었다. 수면제를 먹어도 자다가 깨서 잠이 들지 않았다. 나는 평생 수면제를 먹고살아야 하나 고민했다.


그렇게 잠이 들지 못하던 어느 밤에 자연식물식에 대한 자료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15여 년간 종종 채식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돈가스와 햄버거, 짜장면과 탕수육, 연어, 초밥, 곱창 앞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기억한다. 나는 채식을 할 때 가장 건강하다는 것을. (feat. 금음 체질 in 8 체질) 원래 삼겹살을 먹으면 종종 화장실을 들락거렸고 치킨은 먹는 족족 체하기도 했다. 물에 빠진 고기는 냄새부터 싫어해서 미역국에도 소고기 대신 조개를 넣거나 그마저도 없이 참기름만 넣고 끓이곤 했다. 당연히 족발이나 보쌈은 먹지를 못한다. 유당불내증도 있다. 카페라테라도 한잔 마시면 화장실을 당장 가거나 하루 종일 속이 부글거린다. 그렇다. 나는 육식이 잘 안 맞는 체질인 것이다.


Photo by Anna Pelzer on Unsplash
다시 비건이 되기로 결심했다.


동물실험 화장품들 대신 비건 화장품 사용을 시작한 지 오래되었고, 동물의 털과 가죽으로 만든 제품도 오래전부터 사용하지 않는다. 이제 다시 식단만 돌이키면 된다. 물론 그동안도 동물복지+목초 먹은 계란, 우유, 고기, 유제품만을 소비했었다. 최근 동물복지 달걀이나 고기에 대한 인식과 소비가 늘고 있어 정말 좋다. 코로나로 인해 답답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가고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물친구들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자연식물식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지난 1년 반 동안 나를 괴롭히던 모든 증상이 사라졌다.


불면증이 사라졌다. 수면제를 끊게 되었다.

변비가 사라졌다. 아침마다 아주 좋다.

식탐이 사라졌다. 떡볶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가장 좋은 점은 좋아하는 채소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탄 고지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채소 과일도 가려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태초에 에덴동산에서도 과일은 마음껏 먹을 수 있었는데 그걸 가려먹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이다. 이제 비건, 자연식물식을 시작하며 다시 과일과 채소를 마음껏 먹기 시작했다. 제철과일을 잔뜩 먹었다. 현미밥을 해서 3끼를 먹었다. 양배추와 고구마, 감자를 쪄서 먹었다. 푸른 잎채소를 잔뜩 씻어서 큰엄마가 농사지은 콩으로 직접 담근 된장에 쌈을 싸 먹었다. 행복했다. 마음이 편해졌다.


식탐이 사라진 것도 놀라운 일이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마*컬리에 장바구니를 채우며 통장잔고를 확인하던 나였는데.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고 나서 그런 집착이 사라졌다. 집에 있는 현미를 자기 전에 불려두고 양배추를 쪄놓으면 그만이다. 채소와 과일은 근처 한살림과 과일가게에서 얼마간 구입하면 한참을 먹을 수 있다. 시골에 계시는 돌아가신 할머니 친구분이 직접 지은 농작물들을 잔뜩 보내주셨다. 통통한 밤을 쪄서 먹고 깻잎에 쌈을 싸서 야무지게 먹었다. 마*컬리와 *마트 앱을 여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 또한 감사한 변화이다.


앞으로 비건을 넘어 100일간 자연식물식에 도전하기로 했다.


앞으로 비건을 넘어 100일간 자연식물식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미 떡볶이 끊기 100일 도전을 한지 한 달이 지나고 있었는데 함께 해도 될 것 같다. 100일 정도는 걸려야 몸의 습관이 바뀐다고 한다. 뇌에 뭐가 생긴다고 한다 (카카오 프로젝트 100에서 그렇게 말했다). 2-3주에 한 번씩 체험기를 올리려고 한다. 오늘 몸무게도 쟀다. 몸무게 전후는 100일이 지난 후에 공개하기로 한다. 이참에 커피도 끊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저탄 고지 식단은 커피를 적극 추천하기 때문에 끊기가 어려웠는데 자연식물식은 커피도 줄이거나 끊기를 권유한다. 일단 원두는 유기농으로 사두었으니 조금씩 줄여가려고 한다.


점점 더 욕망을 줄이고 단순하게 살고 싶다.

소비 단식-자연식물식-단순한 삶-제로 웨이스트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어떤 논쟁도 원하지 않습니다. 각자 체질에 가장 잘 맞는 건강한 식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탄 고지가 맞는 분, 골고루 먹는 게 맞는 분, 채식이 맞는 분 등등. 자신의 경험이 100% 모두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 지구에 살아가는 동물들이 자라는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