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남녀를 차별한다

아파트와 경제위기, 그리고 젠더이슈

by 서박하

Photo by Dainis Graveris on Unsplash


"재현아 뛰지 마! 가만히 있어! 누나처럼 좀 가만히 있어봐!"


아이를 낳기 전 이란성쌍둥이를 기르고 있는 친한 언니 집에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 언니는 끊임없이 남자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이는 한시도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탐험을 했다. 식탁의자를 넘어뜨리고 기분이 좋으면 누나에게 다가가 레슬링을 시전 한다. 언니의 딸이 조용히 앉아 색종이 찢기를 하고 있는 동안 아들은 온 집을 헤집어 놓으며 20번도 넘게 혼났다.


이시대를 살아가는 20대 남자들의 성차별에 대한 인식이 60대 이상과 같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들은 왜 그렇게 되었을까.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이 88년생 막내 남동생을 보면 80년대 후반 90년에 이후 태어난 남성들의 성평등 인식이 극단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들은 그들이 여자들에 너무나도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며 여자들이 많은 특권을 쥐고 있다고 믿는다.


모든 문제는 단편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아파트 생활과 여러번의 경제위기에서 그 원인을 어느정도 찾아본다.


나는 어릴 적 강원도 어촌마을에서 자랐다. 작은 아파트에 산적도 있지만 대부분을 단독주택에서 지냈다. 커다란 마당이 있거나 뛰어놀 수 있는 바닷가가 바로 앞에 있는 곳들이었다. 유치원이나 학교들 다녀오면 집에는 늘 나만 있었다. 오빠와 남동생은 어디를 다니는지 알 수도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산이며 들을 누비고 다니다 해가 질때즘이면 돌아와서 다 같이 저녁을 먹고 씻고 잠이 들었다.


집에서 엄마가 뛰지 마라고 이야기한 적은 아파트에서 살았던 1년 정도의 시간이었다. 5층짜리 아파트 5층에 살았는데 그마저도 집에서는 뛸일은 없었고 계단을 뛰어내려 가며 넘어질까 봐 뛰지 말라고 한 정도였다. 집은 뛰어노는 곳이 아니라 밥 먹고 숙제하고 쉬는 곳이었다.


하지만 많은 시대가 변해가고 아이들은 아파트에서 사는 경우가 많아졌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도 시간도 더 줄어들었다. 특히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들은 층간소음에 더 취약하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뛰지 마"를 반복해야 한다. 남자아이들의 에너지를 감당할 수 없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한국은 현재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가장 편한 구조가 되어버렸다. 사소한 집 관리부터 쓰레기 문제부터 육아환경까지 아파트에 최적화되어있다. 아파트 아닌 곳에 살면 놀이터 하나 찾기도 이렇게 어렵고 친구들 사귀는 것도 어렵다. 비슷한 환경에 사는 친구를 만나길 선호하게 마련이니까.


아파트를 좋아하지 않아 신혼집도 주택에서 꾸렸던 친구는 아이를 낳으며 아파트로 이사 갔다. 아이 친구도 만들어줘야 하고 보다 안정적인 환경 필요하다는 고민의 답은 아파트였다. 한국에서 아파트를 벗어나 살기는 어렵다. 아파트 선호도는 날로만 높아간다.


이런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여아에 대한 선호로 이어진다.


그리고 97년 IMF,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를 거치며 많은 가정들이 맞벌이를 해야만 유지가 되는 구조도 바뀌어 갔다. 그러면서 기관에서의 돌봄을 받는 나이가 점점 어려졌다. 기관에서는 생활은 활동량이 많은 남아보다는 여아에게 보다 유리한 점이 많이 있다. 미술활동이나 단체 활동은 아무래도 여아들이 더 협조적일 테니. 대부분의 돌봄 교사들이 여성인 것도 여아들이 더 편안하게 적응하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아들은 여아들에 비해 혼도 더 나고 활동이 제약되며 자라게 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코로나로 인해 실내보육이 늘어난 지금은 이러한 구조가 심화되었을 것이다.


katie-manning-P1b9yuyOrFs-unsplash.jpg Photo by katie manning on Unsplash


어린 시절부터 여자아이들과 비교당하며 자라는 남자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손해 감정을 쌓아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들은 이렇게 차별당하며 자랐는데 군대도 가야 한다는 사실이 이들에게 더 큰 손해 감정을 가져온다. 이후에 사회에 나와보니 자신들보다 늘 대우받고 있다고 생각한 여자들을 위한 많은 법들이 있다는 것, 제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불공평한 세상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자신들은 너무도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는 것 차별당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이들에게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가 어떠한지 여자들이 느끼는 직장에서의 차별과 유리천장, 성희롱, 폭력 등은 느낄만한 마음의 여유는 없다. 이미 어린 시절 받아온 차별로 인해 마음에 쌓여있는 벽이 너무도 높기에.


여자들은 사회에 나오기까지 불편함 없이 지내다가 겪게 되는 엄청난 차별과 벽이 너무도 버겁다. 나보다 더 능력이 없는 남자들이 더 많은 대우를 받으며 앞으로 달려 나가는 모습에 당황한다. 부모님의 보호 없이 마주하는 세상은 너무도 폭력적이고 위험하다. 구시대적이라고 보기에는 늦게 그리고 혼자 다녀서는 안 되는 사건들이 수시로 발생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말해주던 세상과 너무도 다른 세상해 당황하고 분노한다.


우리들은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운 평행선을 걸어가게 되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이렇게 쌓아온 벽을 어떻게 허물 수 있을까. 아파트에 살지 맙시다라고 이야기하거나 맞벌이는 안됩니다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이미 이렇게 구조가 되어버렸고 아마 이러한 구조는 오래도록 더 심화될 것이다. 남과 여, 계층 간, 지역 간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미세먼지에 코로나에 문제들은 더 심해지고 마음의 여유는 점점 없어진다.


놀이터를 더 많이 늘리면 될까? 보육시설을 더 늘리면 될까? 엄마 아빠들에게 육아휴직을 많이 할 수 있게 하면 될까? 아파트 층간소음문제를 해결하면 될까? 남자 보육교사를 늘리면 될까? 체육활동을 더 늘리면 될까? 많은 질문과 고민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앞으로 하나씩 뜯어보며 고민해보려고 한다. 나 혼자 고민한다고 바뀔 세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고민들이 모이면 분명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플라스틱 줄이기도 작은 고민들이 모여 빨대 줄이기에서 제로 웨이스트까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으니까. 분명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젠더 문제에도 빛이 나타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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