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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Dec 16. 2020

지극히 개인적인 2020 어워드

 2020년을 견디게 해준 소중한 것들을 소개합니다.

2020년 한 해를 정리하며 올해 나에게 의미 있었던 것들, 길고 어두운 터널같았던 2020년을 견디게해준 소중한 것들을 소개하려한다.


올해의 작가: 메리 올리버 Mary Oliver


https://images.app.goo.gl/EfwoKyMFETLWDpA76

올해 처음 알게 된 것이 아쉬울 정도로 사랑하게 된 작가이다. 미국의 시인인 메리 올리버의 시는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있고 아름답다. 삶과 죽음, 바다, 숲, 물고기, 여우, 솔방울, 나무를 애정 어리지만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늘 읽을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벅차오른다. 그녀는 이미 숲으로 돌아갔지만 그녀의 글들은 남아서 나에게 말을 건넨다. 살아있는 글이란 이런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글이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 누구나에게 말을 건넨다. 시대를 관통하고 삶을 아우른다. 아름답다는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고귀한 글에 찬사를 보낸다.


올해의 책: 긴 호흡/아이들의 계급투쟁/인간의 조건/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하나만 꼽을 수는 없어서 5개나 골랐다. 굳이 하나만 고르자면 메리 올리버 '긴 호흡'이다. 이 책을 읽고 나의 글쓰기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 가식과 사념을 걷어내게 되었다. 진실로 내가 보는 것, 내가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문장을 위한 문장을 쓰지 않기로 했다. 알 수 없이 멋들어진 문장을 나열하던 글쓰기에서 조금 넘어선 것 같다. 긴 호흡, 그리고 메리 올리버 덕분이다.

나머지 책들은 워낙 잘 알려진 책들이라 특별히 사족을 달지는 않겠다. 다만 아이들의 계급투쟁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하면 일본인인 필자가 영국의 탁아소에서 저변층(빈곤층) 아이들을 돌보며 적나라하게 적어낸 현실이다. 정말 적나라한 현실에 마음이 너무 아프고 속상하지만 영국이라는 배경이 조금은 거리를 두고 소설처럼 읽히게도 한다. 필자도 영국인이 아니기에 조금은 담담하고 거리가 있게 바라보는 시선이 더 현실적이고 적나라하다. 현재 한국에서도 분명 진행되고 있을 일일 텐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답답한 마음과 고민 또한 던져준다. 분명 가속화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올해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정말 내 인생 드라마라고 감히 말한다. 드라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아직도 매일 미드 프렌즈만 보던 나에게 새로운 드라마가 찾아왔다. (물론 요새 펜트하우스 클립 영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역시 치정극!) 정말 매력적이기 그지없는 사람들과 이야기로 가득한 드라마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까. 다정하고 슬프고 아름답고 가슴 시린 이야기가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이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정경호배우님의 매력을 안 것도 커다란 수확이다.


올해의 영화: 작은아씨들

출처: 네이버영화

소설도 너무 좋아했고 예전에 만화로도 즐겁게 보았다.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에 좋은 양장보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쏟아져 나와서 이때다 하고 사들였다. 글 쓰는 사람들이라면 역시나 조에게 당연스럽게 몰입하게 될 것이다. 나도 조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았다. 그녀의 커다란 원고 뭉치를 보며 뭉클했다. 나도 저런 원고 뭉치를 일단 만들어야지 생각했다. 작은아씨들의 이후 이야기, 특히 조의 아이들은 더 좋아한다. 만화로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아주 새로운 만화인 줄 알고 봤는데 아무리 봐도 뭔가 느낌이 있어서 알아보니 작은아씨들의 뒤 이야기였다. 어찌나 반가웠는지. 작은 아씨들, 4 자매의 이야기는 조처럼, 메기처럼, 에이미처럼, 베스처럼 자신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이다.


올해의 소비: 서피스 프로 7

올해 소비 단식일기를 시작하게 된 거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250만 원에 달하는 노트북이 사고 싶어 몇 날 며칠 밤을 고민하다가 질렀다. 결제를 하고도 심장이 두근거려서 취소를 할까 말까 여러 번 고민했다. 지난번 노트북이 속도가 너무 느려서 정말 성질이 나빠져서 속도가 빠른 것, 가벼운 것, 터치스크린 겸용을 찾다가 찾다가 윈도의 노예인 나는 서피스를 살 수밖에 없었다. 하얀색이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MS에 디자인을 바라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에 그것까지 바라지는 않고 그냥 튼튼하고 때 안타게 생긴 제품으로 질렀다. 12개월 할부로... 이제 곧 1년이다. 물론 사용은 10000% 만족한다. 가볍고 빠르다. 포토샵도 잘 돌아가고 통계 돌리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돌려도 버벅거리지 않는다. 또 가볍고 얇아서 어디든 쏙쏙 들어간다. 화면도 또렷해서 눈도 덜 아프고 암튼 말하면 입 아픈 장점이 가득한 제품이지만, 단점은 하나 비싸다는 것. 내가 가진 것 중에 오래전 구입한 업라이트 피아노 이후로 가장 비싼 것 같다. 이만큼 벌면 되지 싶어 열심히 일을 해서 250만원즘 벌고 나서야 조금 죄책감이 덜해졌다. 웬만하면 핸드폰도 4년 넘게 쓰는 편인데 지난번 노트북은 2년 안돼서 포기했다. 가능한 최신 사양으로 구입하는 게 좋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앞으로 고장 날 때까지 잘 부탁해.


올해의 음악: 왜 그래 - 고아성, 이솜, 박혜수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추천 영상이 떠서 보게 되었는데 하루에 10번씩 듣는다. 노래 자체가 좋은 것도 있고 부르는 3명의 배우가 가진 에너지가 맑고 사랑스럽다. 늘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오프라인으로 저장해 두고 외출할 때면 항상 듣는다. 약간 춤을 추고 싶게도 만드는 즐겁고 흥겨운 노래.


올해의 가수: 적재

비긴 어게인 코리아에서 보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노래하는 가수를 보고 설레었다. 음색에서 이미 울림과 설렘을 주는 뮤지션은 김동률, 이적 이후에 오랜만인 것 같다. 결이 조금은 다르지만 아마 김동률, 이적, 유희열의 계보를 이어가는 음악인으로 성장해가지 않을까 기대한다.


올해의 뷰티: 도브 비누

20년 가까이 된 나의 등드름을 없애준 1등 공신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거 하나로 씻고 있는데 당기거나 건조하지 않고 촉촉하게 마무리된다. 아이도 도브 비누로 씻기고 있는데 눈 따가움만 조심하면 아무 문제없다. 앞으로도 아마 큰 이변이 없으면 계속 사용할 것 같다. 다른 비누도 써봤는데 머리다 좀 뻗뻗하기도 했고 가격이 너무 비싸기도 했다. 내 인생 비누인 도브 비누 최고! (당연히 광고아님. 광고원함 ㅎㅎ)


올해의 앱: 에버노트

글 쓰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자료 관리하는데 최고의 앱이다. 무료 버전을 계속해서 쓰다가 올해부터 유료버전을 사용하고 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장점이 많다. 제일 좋은 것은 PC와 핸드폰 연동돼서 어디서든 메모를 하고 글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글 검색도 잘되고 인터넷 자료 클리핑도 잘돼서 글 쓰기에 도움이 정말 된다. 예전에 쓴 자료들도 모두 다 쌓여있고 다 검색이 잘 돼서 내 보물창고 1위 앱이다.


올해의 장소: 아크 앤 북 시청점

내가 다니는 병원 바로 앞에 있다. 처음에 들어가 보고 어찌나 좋던지. 병원 가는 날은 여기 갈 생각에 더 반가웠다. 이곳의 식물학이라는 카페 커피도 좋다. 큰 통창 곁 의자에 커피 한잔과 빵 하나 사서 구입한 책을 쌓아놓고 읽으면 정말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요즘엔 불가능한 일이지만. 서점이 더 오래갔으면 하는 마음에 책도 잔뜩 사곤 한다. 종종 할인 판매하는 어린이 도서들도 있어 아이에게 줄 선물을 구입하기도 한다. 다른 지점은 가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이렇게 분위기가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 부디 오래가길!


올해의 인물: 박지선

처음 기사를 보고 거의 10분 정도 아무것도 못했다. 그리고 며칠을 머릿속이 깜깜했다. 그 기간에 글을 적지 못했다. 지선 씨가 나왔던 영상들을 돌려보고 또 돌려보았다.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지선 씨 선택의 문턱에 나도 종종 서기 때문에 마음이 더 아려왔다. 그 슬픔과 고통이 다가와 나의 밤도 오래도록 어두웠다. 그저 할 말은 이것뿐이다. 지선 씨 잊지 않을게요. 고마웠어요.



여기서 소개한 제품들은 당연히 광고가 아닙니다. 광고 원합니다. 연락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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