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가 글이 될 때 (feat. 김은희 작가 & 킹덤)

리뷰 같지 않은 리뷰 (1): 넷플릭스 킹덤 1. 리뷰

by 서박하

작가는 쓰는 사람이니 일단 쓰라고 하는 작가님들이 많아서 일단 매일 쓰고 있다. 매일 글을 브런치에 올리지는 않지만 뭐라도 항상 노트 앱에 쓰고 있다. 생각날 때마다 뭐라도 끄적여두어야 나중에 글을 적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한다. 전업작가가 되려고 한 건 아닌데 작가 지망 생활을 한 지 1년이 되어간다. 글로 밥 벌어먹고 살고 싶다고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을 해오긴 했는데 본격적으로 글을 이렇게 꾸준히 많이 쓴 건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매일 일기를 올리던 시절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공모전에 내려고 소설을 3개 정도 초안을 적어놓고 밥벌이에 좇겨 결국 퇴고를 못했다. 올 겨울 내내 퇴고해서 내년 봄이 오면 어디든 투고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나는 작가인가? 그렇지 않은가? 브런치 구독자님들이 나를 "작가님"이라고 불러주시면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내가 쓰는 글이 언젠가 책으로도 나오고 그걸로 빵도 좀 사 먹고 그럴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아직은 갈길이 멀고도 멀다. 여기저기 취업 시도를 하다가 다 탈락하고 축 쳐 저 있는 나에게 남편은 글을 계속 써보면 좋겠다고 해서 놀랐었다. 내가 취업을 하길 원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그래서 올 겨울에는 다른 생각은 조금만 하고 (물론 매일 취업사이트에 들어가고 원서도 여기저기 내긴 한다) 글을 매일 쓰려고 한다. "열심히"라는 말은 사실 너무 추상적이다. 열심히 말고 그냥 매일 담담하게 글을 쓰려고 한다. 그러한 결심의 일환으로 브런치에도 주 5일 글을 올리려고 하는데 너무 글을 짜내지 않는 선에서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다. 나는 내 글로 빵을 살 만큼 돈은 못 벌지만 전업 작가가 된 것이다.


최근에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김은희 작가님이 나오셔서 여러 번 돌려서 보았다. 가장 인상적인 건 대본을 쓰실 때 화면을 오래도록 쳐다보고 계속 생각하신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놀랐다. 나는 나 같은 작가 지망생 나부랭이만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 논문을 쓰던 시절 한 줄도 못 적고 화면을 밤새도록 노려보고 있던 게 내가 능력이 없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김은희 작가님 같은 대작가님도 그러시다니 어찌나 위로가 되고 격하게 공감했는지 모르겠다.


김은희 작가님은 장항준 감독님으로부터 듣던지 아니면 직접 인터뷰를 하시던지 좋은 말씀이 많아서 계속 찾아보게 된다. 사실 나는 겁이 많아서 장르물을 거의 못 보기 때문에 김은희 작가님 작품을 본적은 거의 없는데 기사와 짧은 클립 영상들을 보면서 그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인터뷰들을 찾아보며 정말 작가님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알 수 있어서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쓰게 하는 힘에 대해 묻자, 김은희 작가는 “내가 이런 이야기들을 자꾸 쓰게 되는 건 아직 더 나은 세상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라고 답했다.

이어 “실제의 나는 정의롭기보단 투덜대는, 불의를 보면 피해 가는 겁 많은 사람”이라며 “많은 이들이 그럴 것이다. 정의로운 일을 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니까. 어쩌면 그래서 내 작품의 주인공들에게 그런 일들을 시키는 게 아닐까? 다른 분들도 그렇기에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 한다”며 고백했다.

김은희 작가는 좋은 세상이란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며 “당연한 것이 지켜지고, 나와 다른 이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우리 딸 같은 평범한 사람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BTS가 될 순 없으니까. 특출 난 존재가 아니어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밝혔다.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 역시 전했다. 김은희 작가는 “‘킹덤’ 시즌1이 배고픔, ‘킹덤’ 시즌2에서는 피와 혈통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스핀오프인 ‘킹덤: 아신전’은 ‘한’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 밝혔다.

출처: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170966626001472&mediaCodeNo=258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가 멋진 사람에게서 좋은 글이 나온다. 살아가는 방식과 세계관은 당연히 작품에 드러나게 마련이다. 작품들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후에도 여전히 소박한 옷차림에 작업실에만 계신다는 이야기도 좋았다. 성공할수록 태도가 변하는 사람은 정말이지 별로다. 작품적인 성공과는 별개로 작업실에서 계속해서 대본을 쓰시고 고민하시는 모습 아름다웠다.


킹덤에 나오는 장면과 대사들이다. 개인적으로 좀비물이나 칼과 피가 난무하는 영화를 보지 못하는 작은 심장을 가져서 예고편만 봐도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한다. 앞으로도 김은희 작가님 작품은 띄엄띄엄 보지 싶다. 하지만 킹덤의 대사들은 정말 좋아서 대본집을 구매해서 열심히 보았다.


가장 유명하고 사람들이 감동을 받은 부분은 창이 노인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외치는 대사일 것이다.

창이 백성들을 포기 하지 않겠다고 외치는 장면_킹덤 대본집 1 (알라딘 이북)


저 장면은 창이라는 인물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이다. 워낙 유명한 장면이라 영상으로도 여러 번 보았다. 이 장면도 좋지만 나는 더 중요한 지점은 그다음 장면, 힘들게 백성들을 구하고 나서 잠시 쉬면서 육포를 먹으려다가 망설이는 모습이다.


창이 육포를 포기하고 미끼로 삼아 새를 잡는 장면_킹덤 대본집 1 (알라딘 이북)



능력주의가 대두된 사회에서 부와 권력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으로 얻어진 것이라는 시각은 진리와 같다. 그것이 학벌이고 자신의 재산이다.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라는 시각은 그것을 가져가려는 모든 정책에 반대하게 된다. 하지만 사회구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가면 결코 자신의 힘으로만 벌 수 있는 것을 넘어가는 시점이 온다. 그것을 인지하고 자신의 소득을 나누고 또 나누고 태도가 변하지 않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내가 번 돈 내가 쓴다는데"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선도 악도 아닌 상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청담동 파인 레스토랑에서 한 줄에 29,000원짜리 김밥을 먹으며 폐지를 하루 종일 주워도 10,000원도 벌 수 없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가진 돈을 나누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한다 '젊을 때 얼마나 게을렀으면 지금 저렇게 폐지나 주울까' 현재의 결과가 과거의 노력의 결과인 것은 맞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그렇게 직선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자연재해를 피할 수 없고 병을 피할 수 없다면, 단 한 번의 그러한 고난이 닥쳐도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회에서 노력은 그저 시지프스의 돌처럼 제자리로 돌아올 뿐이다.


엄마가 태워주는 차를 타고 학원을 돌고 과외선생님에게 지도를 받고 몸에 좋은 식사와 침구, 모든 것을 대접받으며 받은 좋은 성적과 지방 작은 도시의 고등학교에서 어렵게 공부해 받은 성적은 같지 않다. 그 노력도 다르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그 노력을 같게 취급한다. 공무원을 선발할 때, 공기업에 지원할 때 이러한 학벌을 지워버린 것은 이러한 능력주의의 모순을 조금이나마 상쇄시키려는 것이다.


창은 자신이 먹을 육포를 뜯어 마당에 뿌려 새들을 유인한다. 그리고 새들을 잡아 백성들에게 고깃국을 끓여준다. 자신이 가진 것, 당연히 내가 누려야 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 조선시대는 더더욱 왕후장상의 씨가 다르다고 여겨지던 철저한 신분제 사회에서, 굶주리는 백성들 앞에서 육포 먹기를 망설이다 결국 포기하는 창의 모습에서 나는 작가가 그리는 이상을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느끼고 그리워한다.


내가 구해주기까지 했는데 감히 육포 먹는 것을 보다니!라고 생각하지 않고 불편한 그 마음을 지나치치 않은 창의 모습을 우리는 누구에게서든 찾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이 치열한 삶 속에서도 서로를 동등하게 존중하며 돕는 공동체를 꿈꾼다. 그러한 작가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삶의 태도가 그렇게 킹덤의 창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야기하고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그리고 나도 이런 삶을 살아내며 그런 글을 써내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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