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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Feb 03. 2021

카드값이 1/10로 줄어들었다

소비 단식 일기 (21): 소비 단식 일기 6개월 정리

Photo by Sharon McCutcheon on Unsplash


이제 소비 단식을 시작한 지 만 6개월이 지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카드값은 1/10으로 대출은 690만 원 정도 줄어들었다.


카드값 500여만 원에서 현재 40여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대출은 1600만 원에서 910만 원 정도로 줄어들었다. 내가 보고서 작성 알바일을 해서 번 돈은 거의 대출을 상환하는 데 사용했다. 물론 커피도 마시고 빵도 사 먹고 책도 몇 권 구입했다. 1월에 만 6개월이었는데 조금 더 지나고 정리 글을 쓰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기다렸다. 이제 나의 카드값은 여러 가지 할부 값만이 남아있다. 아마 3-4개월 안에 모든 카드대금은 끝날 것 같다. 노트북을 24개월 할부로 산 줄 몰랐는데 그게 길게 남아있다.  돈을 모아서 남은 금액은 한 번에 상환할 예정이다.


그리고 카드론(...)을 한 것이 카드대금으로 나가서 아직 남아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대출금을 갚았더니 다달이 원금 상환하는 것에는 신경을 못썼다. 그래도 야금야금 갚아서 100만 원이나 상환을 했다. 역시 꾸준한 게 중요하다. 카드론 상환을 제외하면 카드대금은 사실 한 달에 20여만 원 정도이다. 노트북과 가을에 샀던 옷 할부 값이 남아 있다. 또 엄마가 사달라고 했던 전자제품을 할부로 사고 엄마 한데 현금을 받았는데 그건 받아서 홀랑 다 써버렸다 (...). 어찌 되었든 꾸준히 갚는 것 꾸준히 소비를 줄여가는 게 중요하다. 꾸준한 소비가 거대한 대출과 카드값을 가져오듯이.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더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엄마가 뭔가 인터넷으로 구매를 구입해 달라고 부탁할 때만 사용하고 엄마에게 돈을 받아서 즉시결제를 하곤 한다. 내 돈을 사용하면 내가 사용할 때 돈이 부족하면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렇게 하게 되었다. 12월까지도 사실 약간씩 카드값이 있었고 1월을 목표로 허리띠를 졸라맸더니 1월에 이렇게 되고 나서 약간 지치기도 했다. 뭘 위해서 이렇게 달려오고 있는가에 약간의 회의감도 긴 했지만 그래도 이제 카드값고지서가 날아와도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이제 예상 가능한 만큼의 카드값을 가지게 되었고 예산을 정해서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부끄럽지만 이 와중에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 후원을 하고 있는데 카드값이 많이 나오는 달에는 후원을 못한 달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후원을 끊이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그간 6개월간을 돌이켜보면 끊임없는 번뇌와 고난 (?)의 시간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돈을 많이 쓰나 하나하나 깊이 고민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결코 끊어지지 않는 소비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소비 단식 처음 글들은 뭐랄까 좀 가볍게 줄여가는 과정이었으면 좀 지나고 나서는 철학적인 글로 변해간 것은 정확히 나의 상태를 반영한 것이었다. 돈을 별로 안 쓰는 것 같은데 카드값이 많이 나오는 달에는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나기도 했었다. 그만두고 싶다고 몇 번이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마음 변치 않고 지금까지 온 나에게 대견하다고 쓰담 쓰담해주었다. 대견해하며 기념으로 뭘 하나 살까 하다가 (버릇이 쉽게 어디 가진 않는다) 그냥 책 한 권을 샀다.


지금 소비 단식 시작할 때 재정상황과 현재의 상황을 비교해보았다. 아마 이 부분이 많은 분들이 궁금하지 않으실까 싶다. 원글은 '나는 빚이 1400만 원 있다'인데 더 있었다... 원글은 수정 예정이다. 암튼 이렇게 정리도 안될 만큼 돈을 마구잡이로 썼다는 결론이며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소비 단식 6개월 중간정산


빚은 총 910만 원이 남았다.


사실 정기예금을 헐면 단번에 갚을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예전에 카드값이 어마어마하게 된 적이 몇 년 전에도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정기예금으로 한 번에 갚았는데 소비습관이 변하지 않으니 금세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렇게 남아있는 대출금을 천천히 갚는 것은 내 습관을 고치는 일이고 속죄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6개월에 많이 갚은 것이면 갚은 것이고 소소하다면 소소하겠다. 애를 썼지만 그렇게 많은 변화가 없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이제 신용카드 쓰는 습관이나 감정적인 소비가 많이 줄어서 다행이라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기로 했다.




소비 단식은 진행하다 보니 총 3부로 진행되고 있다. 의도한 건 아닌데 글을 적고 실천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재테크 책처럼 쓰고 싶었는데 자아성찰에 가까운 에세이가 되어서 약간 당황했다. 하지만 이 자체로도 일단은 만족하고 있다. 뭐 별수 없다.


1부는 시작과 원칙: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아보자

2부는 소비 단식 실천: 어떤 부분들에서 가장 많이 돈을 쓰는지 알아보자

3부는 빚 갚기의 기술: 마이너스에서 플러스의 삶으로 나아가자


이제 남은 6개월의 소비 단식은 이렇게 자리 잡힌 부분을 더 적응하고 체화(?)하고 빚을 줄이는 것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1년이 되는 날 모든 대출을 0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혹시 다 못 갚게 되더라고 실망하지 않고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좀 더 적응되면 하루 만원 쓰기라던가 그런 것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소비 단식 초기에 시도해봤는데 과한 스트레스로 더 큰 소비를 불러일으켜 포기했었다. 다이어트를 무리하게 하면 살이 더 찌듯이 말이다.


뭔가 더 수입이 생길 수 있도록 이제 노력할 수 있을 것 같다. 외주가 더 꾸준히 들어오면 좋겠지만 박사과정을 막 마친 조무래기 박사에게 일이 들어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여기저기 도전하고 있다. 정규직 일을 시작하면 장단이 많이 있는데 꼭 수입이 있다고 저축이 많은 것은 아니라는 건 많이들 알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돌보는 비용이나 출퇴근, 점심값, 사회적 비용, 의류, 등등 여러 가지 많은 비용이 수반되는 활동이다. 그것을 빼면 사실 그렇게 남는 게 많지 않을 때도 많고 심지어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최대한 아이가 등원한 사이에 할 수 있는 일들, 아이를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있는데 많은 엄마들이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듯이 나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뭐든지 새로 배워서 하는 것은 아직 어려워서 유튜브니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니 하는 것들은 리스트에만 올려두고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글 쓰는 일이다. 결국 외주 들어오는 것도 보고서 작성이라 글 쓰는 일이다.


소비 단식의 가장 큰 적은 역시 심리 상태이다. 나는 집이 해외에 있다 보니 신용카드를 안 가지고 있을 수는 없기에 (티켓팅이라던가 호텔이라던가; 구차하다...) 한도가 좀 큰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다. 병원에 갔는데 지난번보다 더 상태가 안 좋아졌다거나 하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병원 근처 (광화문) 좋은 빵집에 들어가서 마구 사거나 책을 마구 산적도 있다. 백화점이 가까운 곳에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명동은 좀 애매하다). 그래서 건강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다. 남편이나 친정엄마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들과 사이가 안 좋으면 소비가 늘어난다는 걸 몸소 여러 번 경험했다.  


매달 저축이 가능한 삶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 줄은 미처 몰랐다. 수많은 재테크 책을 읽으면서 돈 벌 생각만 하고 지출을 줄일 생각을 하지 않은 나의 어리석음을 되돌아본다. 더 이상 마이너스의 삶이 아닌 플러스의 삶을 살고 싶다.



더 이상 마이너스의 삶이 아닌 플러스의 삶을 살고 싶다.




2개월 차 정산 글이 궁금하시면


https://brunch.co.kr/@seoparkha/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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