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 독전

“숨만 나올 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by 장희명

“1등을 하는 것보다 끝까지 하는 게 의미가 있다구요?”

단이가 강 선생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강 선생은 지그시 단이의 눈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 1등을 하는 것도 물론 어렵겠지만 끝까지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란다.”

단이는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생님 말씀은 틀렸어요. 사람들은 상황이 떠민다면 끝까지 어떤 일을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1등을 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구요. “

강 선생은 잠시 먼 곳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너는 꼭 1등을 하고 싶다는 말이냐? 그래, 너의 희망대로 1등을 했다고 치자, 그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이냐? 매번 1등을 한다고 해서 네 마음이 기쁘겠느냐? 1등을 하기 위해서 너는 또 얼마나 아등바등 너 자신을 힘들게 하며 살 것이냐 말이다.”

단이는 주먹을 꼭 쥐고 강 선생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백발이 된 노인, 검은 눈동자가 퇴색되어 투명 필름을 씌운 듯 탁했다. 입가에 미소를 띠며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듯했지만 맑지 않은 눈동자로 인해 사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집에 돌아와 피아노 앞에 앉았다. 목을 가다듬었다.


‘아아아아아~~’

목을 풀고 결승에서 부를 곡을 불렀다. 배에 힘을 주고 최대한 숨을 천천히 고르게 내뱉었다. 입 안이 넓어지고 콧구멍을 최대한 넓게 하고 모든 공기를 머리 위로 보냈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바울의 모습이 떠올랐다. 늘 콩쿠르에서 1등을 거머쥐는 바울을 이번에는 기필코 이기고 싶었다. 주먹을 쥐었다. 손에 땀이 배어 나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여유 있게 웃으며 우렁차게 뽑아내는 바울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지금 내는 목소리가 자신의 목소리인지 바울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목에 갑자기 힘이 들어갔다. 목이 갈라지며 쇳소리가 나왔다. 거세게 기침을 했다. 피아노를 쾅 내리쳤다. 그만하고 싶었다.


늘 바울의 뒤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자신의 앙다문 입이 떠올랐다. 수고했다는 말 말고 축하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강 선생은 이제 콩쿠르에 그만 나가라고 했다. 경연이 너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냐고 했다.

지금까지 너는 충분히 잘 해낸 거고 너의 길을 즐겁게 가면 그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단이는 꼭 1등을 해보고싶었다. 콩쿠르를 포기하는 것이 마치 내비게이션 없는길을 가는 것만 같아 두려웠다. 강 선생은 좀 늦게 가더라도 그 길을 가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단이는 더 이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혼자만의 길을 가는 게 버거웠다. 어떻게 해서든 1등을 해서 인정받고 싶었다. 다시 목을 가다듬고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숨만 나올 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소리를 내려고 해도 노래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벌어진 입 속으로 찝질한 눈물이 흘러들어 갔다. 목안으로 눈물을삼켰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잠이 왔다. 백발의 강 선생이 희미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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