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좀 찍어 주시겠어요?"
교정 다비드상 앞에서 새 하얀 원피스에 양갈래 머리를 가지런히 땋은 그녀가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 졸업반이었던 나는 서너 살 어린 동기들과 특별할 것도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한창 수동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에 재미를 붙였던 여름날, 발목까지 오는 새하얀 원피스에 그 보다 더 뽀얀 얼굴을 한 그녀가 청량음료를 입에 넣었을 때의 톡 쏘는 상쾌한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저 사진 한 장만 찍어 주시겠어요?”
휴대폰을 건네는 그녀의 손이 나에게 살짝 닿았을 뿐인데 손이 덜덜 떨려왔다. 휴대폰으로 사진 한 장을 찍고 용기를 내서 말을 했다.
“저 죄송한데 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그녀는 빤히 내 눈동자를 바라보더니, 그렇게 해도 된다고 했다. 사진을 인화하면 전해 주겠다고 하고 휴대폰 번호를 전달받았다. 그녀에게서 나는 머스크향이 그날 밤 계속 코 끝에 맴도는 듯했다.
며칠 뒤 인화한 사진이 나왔다. 머릿속에 수없이 떠올렸던 그녀의 모습을 보고 또 보며 그녀를 다시 만날 생각에 한없이 달뜨게 되었다. 급해진 손끝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휴대폰 번호를 눌렀다.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번호를 확인하며 몇 번을 눌러보아도 공허한 메시지 소리만 반복될 뿐이었다.
‘내가 귀신을 본 걸까? 귀신도 사진에 찍히나?’
다비드상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눈물이 흘렀다. 왜 울고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결국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껴 울었다. 온 캠퍼스를 헤매며 돌아다녔고, 그녀와 비슷한 모습만 봐도 자석에 끌리듯 따라가 보기도 했다.
“사진 좀 찍어 주시겠어요?”
목소리가 귀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데 그녀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녀의 모습을 눈에 각인한 채 시간이 흘렀고, 나는 졸업을 하고 신문사에 취직을 했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적당한 여자를 만나 결혼도 했다.
어느 날 모교에 볼 일이 있어 캠퍼스에 들렀고, 다비드상 앞을 지나갔다. 잊고 있었던 그때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 한켠이 서늘해졌다.
‘그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일까?’
‘나는 일장춘몽을 꾼 것일까?’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오래된 다이어리를 찾아 그때 그 사진을 꺼내 보았다. 사진 속에는 아내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