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훈이

"영아, 뒷산에 참꽃이 만발하였는데 너만 보이지 않는구나!"

by 장희명

나는 어려서 소꿉친구 영아가 있었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착하다. 여섯 살 때부터 만나서 소꿉친구로 꼭 3년을 놀았다. 영아는 나를 보고


"나는 엄마 할게. 너는 아빠 해."


그릇 깨진 것 주워서 솥을 걸어놓고 흙을 파서 밥을 짓고, 흙을 반죽하여 떡을 만들어 먹고 풀을 뜯어 썰어서 반찬을 만들어 상을 차려서 맛있게 먹으면서 매일매일 재미있게 놀았다. 때로는 선생님도 되고 때로는 학생도 되면서 가르쳐 주고 배우면서 놀았다. 하루도 만나지 못하면 보고 싶고 무엇하고 있을까 하며 영아 걸어오는 길만 보게 된다. 너의 또렷한 말이 내 귀에 쟁쟁하다.


그러던 어느 날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하면서


"내가 없어도 잘 살아. 마지막 인사야."


눈물이 흐르면서 내 손을 꼭 잡아주면서 그렇게 뒤돌아서 갔다.

나는 "몰라 몰라"하면서 펑펑 울었다.


"잘 가"

"잘 있어"


우리는 헤어지면서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서로 뒤돌아보며 그렇게 헤어졌다.


나는 날이 가면 갈수록 보고 싶고 영아의 말이 귀에 쟁쟁하게 들린다.


'어디를 가면 너를 볼 수 있니?'


나는 너의 생각에 잠도 잘 수가 없고 밥도 먹을 수가 없다.


'영아, 나 혼자만 두고 너만 그렇게 훌쩍 가버렸니? 우리는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니?'


참꽃을 꺾어다 꽃길을 만들어놓고 둘이서 손뼉을 치며 좋아라 웃었던 그 시절을 잊을 수가 없다.


"영아, 뒷산에 참꽃이 만발하였는데 너만 보이지 않는구나. 어서 와. 빨리 와. 달려와라. 오늘도 내일도 너만 기다리고 있을게."




엄마의 눈에서 빛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초점 없는 눈빛이 무엇을 보고 있는 건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재작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엄마는 점점 빛을 잃어 간다.


"왜 이렇게 오래 사는 건지 알 수가 없구나."


엄마가 써 놓은 예전 글들을 다시금 살펴보면서 이런 글을 썼던 사람이

지금의 엄마가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아무도 돌볼 사람이 없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사는 엄마는

마음에 그리움만 켜켜이 쌓아두고 있는 듯하다.


훈이가 엄마인지, 엄마가 영아인지 알 길이 없지만,

엄마가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엄마의 꿈에 나타나 만나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잠시라도 엄마에게 빛이 보였으면 좋겠다.


이전 06화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