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어린 시절 다락방에서 펼치던 상상의 나래나, 젊은 시절 바다를 동경하며 기차를 타고 떠난 모험담과는 다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며 때로 마주하는 위험과 삶의 무게에서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곳, 현실이 더는 여의치 않을 때 찾아가는 곳, 바로 누구나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내면의 은신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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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하루만 지나면 손꼽아 기다리던 11월이 오고, 드디어 나는 1년을 기다린 끝에 「카페 11월」로 향하게 됩니다.
「카페 11월」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곳은 조금 특별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이 카페는 1년 중 단 한 달, 오직 11월에만 문을 여는데, 언젠가 주인장에게 왜 하필 11월이어야 하는지를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볼 수 있는 달이 바로 11월이라서, 11월의 황혼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죠. 그래서 카페를 남향에서 서쪽으로 30도 틀어 높은 언덕 위에 지었답니다.”
「카페 11월」을 한 번이라도 다녀온 사람이라면 압니다. 매년 11월, 저녁노을을 바라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는지를.
낮이 짧아지고, 차분한 고요함이 자연스레 내리는 11월은 그곳을 찾아가기 가장 좋은 때입니다.
「카페 11월」은 도시의 번화함과 떨어진 고요한 언덕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곳에 가려면 언덕을 오르고 숲을 지나, 나무들 사이의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걷는 발소리와 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은 마치 나만의 안내자처럼 느껴집니다.
카페에 도착하면, 마치 시간의 한 페이지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듭니다. 낮은 지붕과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바람, 나무, 물소리가 어우러진 새로운 음악을 연주합니다.
마당에는 익을 대로 익어버린 붉은 감이 아직 달려 있는 감나무가 서 있습니다. 감나무를 지나 왼편으로 돌아 돌계단을 오르면 소박한 입구가 나오는데, 낡은 문은 높이가 낮아 들어갈 때 머리를 숙여야 합니다. 종종 낮은 문에 이마를 부딪히는 손님들조차 그 문을 더없이 정겹게 느낍니다. 그 문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카페 내부에는 인공 조명이 없습니다. 노을이 지기 전 문을 열고 일몰 후에 닫기 때문에, 별도의 조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움직임이 실내를 비추는 유일한 조명입니다. 두 개의 긴 탁자가 전부인 이곳에는 스무 명 남짓한 손님이 앉을 수 있지만, 카페 안은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비좁은 공간에 한 손으로 커피잔을 들고 몇 시간을 서서 기다리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 불편마저 즐기고 싶어 해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지도 모릅니다.
태양 고도가 낮아질수록 서쪽으로 난 격자 창을 통해 햇살이 「카페 11월」을 깊숙이 파고듭니다.
빛의 다발이 창틀과 기둥 사이를 가로지르며 천장과 벽을 붉게 물들이고, 사람들 얼굴에 황혼의 빛이 춤추기 시작합니다. 작은 축제가 점차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입니다.
내려진 커피에서 피어오르는 짙은 모카 향, 창을 넘어오는 태양의 붉은 빛깔, 그리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기쁨이 뒤섞여 「카페 11월」은 그렇게 환상의 공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