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도 복숭아를 파는지 궁금해서 과일가게에 갔어 복숭아를 파는지 궁금했는데 철이 지나도 복숭아가 아직 과일가게에 있는지 알아내려던 건 아니고, 사실은 마지막 식사가 언제였는지 모르겠고 뭘 좀 먹어야겠는데, 복숭아 한 알이 딱 궁금해지던 시점이었던 것일지 몰라 공복에 쌀밥은 무리니까 딱복이든 물복이든 복숭아면 됐어 나는 배가 고팠고 복숭아를 먹고 싶었으니까… 과일가게 있지 길모퉁이 그 집, 주인한테 복숭아 하나만 달라고 했는데 아가씨 여기는 도매시장이라 한 알씩은 안 팔지, 그냥 하나 가져가라며 인심도 좋게 복숭아 한 알을 박스에서 꺼내 주는데 보기에 그건 막 따온 설익은 복숭아는 아니었고 약간 무른 복숭아였는데 아무튼 나는 그냥 복숭아면 됐으니까… 와, 공짜로요? 고맙군요 하고 그걸 받아먹는데 내가 알고 있는 약간 무른 복숭아 맛이었어 약간 무를수록, 달아지잖아, 나는 막 따온 복숭아의 떫은맛도 알고 딱딱하거나 말랑하거나 사지도 않을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너무 꽉 눌러본 나머지 그 부분만 약간 짓무른 복숭아 맛도 알고 또 철 지나 들른 과일가게에서 주인이 베푼 공짜로 먹는 복숭아 맛도… 주인한테 되물을 이유가 없었어(왜 나에게 약간 무른 복숭아를 주는 거요?) 사실은 주인이 가진 복숭아가 그게 다일 수도 있잖아 조금 무른 복숭아가 나의 몫일 수도, 그것이야말로 복숭아의 본연일 수도 있지 아니면 묻는 말에 주인은 이렇게 답했을 지도
복숭아를 내게, 맡겨 뒀나?
나는 그날 과일가게에 가서 조금 무른 복숭아를 얻어먹었고 10월의 복숭아는 10월의 복숭아 맛이 났고 씻지도 않고 껍질부터 베어 문 한입은 처음엔 솜털 같더니 미끄덩하니 미지근한 과즙이 주르륵 흘렀고 입맛을 다셨고 달았고 과장할 만큼은 아니었고 그래도 더는 배가 고프지 않았단다.
다 왔니? 여기서 내리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