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굳히기

by 서로

일주일 내리 잠만 잤다.

오늘은 오전에 친구와 예당에 갔다가 오후엔 선배의 사무실에 들러 인사를 드리고, 여행 짐을 쌌다. 오가는 택시에서는 또 잠을 잤다. 눈만 감으면 잠이 솔솔 온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초치기 하면서 글을 머리에 넣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좋다. 너무 좋아서 돌-아-버리겠다. 피부가 원래대로 돌아왔고 만성 두통도 가셨다. 시험은 두 번째인데도 힘든 건 적응이 안 된다. 닷새를 죽어나면 내 몸이 내 몸이 아니게 된다. 왜 떨어져서 이 고생길을 더 왔는지 슬프지만 그래도, 도 닦는 마음으로. 발표날까지 더욱 심성을 가다듬고 태도를 단정히 할까 한다.


시험 마치고 후기 찾아보다가 재밌는 팁을 읽었다.


“미리 살을 4kg 정도 찌워 두세요!”


굶을 걸 대비해서 지방을 채워두라고. 마치 동면을 대비하는 곰처럼. 경험치라는 건 신기하다. 4kg이라는 정확한 수치는 어찌 얻은 건지? 살크업 미리 해놨으면 좋았을지도. 웃겼을지도… 그래도 이제 입맛이 돌아와서 뭐든 먹을만하다.


시간이 참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로 무섭다. 물리적이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낀다. 어떤 시간은 중력을 부린다. 루틴의 급류를 탄 선형에 온몸을 밀착시켜 딱 달라붙는 느낌이다. 그러면 시간은, 더, 빨리 간다. 멈출 수 없으며 뒤로 돌릴 방법도 없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깨달아야 한다. 멍 때릴수록 가차 없이 깎여 나간다. 그것이 시간의 고약한 점이다.* 시간을 잘 사용한다는 건 대단한 능력이다. 나는 늘 그게 부족하다. 죄스러울 정도로.


소소하게 깨닫는다. 이거는 수험의 귀한 면모다. 이를테면 놓쳤고 몰랐던 것들을 할부로 갚는 셈이다. 아무튼 뭔가를 갈고닦게 된다. 나는 두들겨 맞을 데가 많은 편이다. 이미 발을 들인 이상 받아들이기로 했다. 부족해도, 가야지, 어떡해… 공부를 하면 머리 쪽에서 해상도가 높아진다. 책상 앞에서 사는 시간은 확실히 좀 다르게 흐른다. 내가 공부하는 인간이라는 걸 깨닫지도 못한 채 반쯤 보낸 것 같다.


계속 가야지. 가기로 했으니깐. 결과가 내 손을 떠났다는 사실은 위로가 돼. 기다림은 길다. 늦기 전에 자소서 손 보고 면접 보러 가야 하는데… 일하다 짐 빼는 일 없게 해요. 붙여줘 법무부.

진지모드로 오늘의 일기 대충 마무리.


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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