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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로 Sep 02. 2023

채집생활

1

이렇게 하면 어때 탁자 위에 까만 선글라스가 있고 오른쪽 허벅지 중간에는 동그란 버튼이 나 있어 선글라스를 끼면 원하는 만큼 원하는 삶을 체험하고 버튼을 누르면 즉시 고통 없이 죽어 모두 한 번씩은 선택권이 주어져


2

생각에 필터를 입혀 생각한다. 한창 신나게 하다가 이 필터는 예전에도 한 번 사용했던 기억이 났다.

이럴 때 정신이 번쩍 든다.


3

상어는 부레가 없다. 가라앉지 않으려면 자면서도 헤엄쳐야 한다. 아가미는 남들 같은 운동기능이 없다. 입을 쫙 벌리고 또 바삐 움직여야 물이 아가미를 지나며 산소를 취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상어가 숨을 쉬려면 사나운 이빨을 다 드러내고 쉴새없이 누벼야 한다. 그러니까 그게 물고기들 겁주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살려고 그러는 것이다.


4

살기 위해서

계속 살기의 어려움


5

실행을 위한 명상노트

인지심리학자는 “우유”를 발음하라고 주문했다. 소리 내서 열 번 어때요 말하다 보면 그건 단지 “우”와 “유”라는 두 글자일 뿐이지요. 마시는 우유가 생각이 나던가요. 네. 나는데요. (아니면 열 번 더?) 아무리 곱씹어 발음한들 그 모두가 여전히 나에게 무엇이다. 기표에 지나지 않는 그것들을 지치도록 생각한다. 강박적으로 물고 빤다. 미처 배출 못한 것들이 주저리주저리 노폐물마냥 땀구멍에 박힌다. 팔다리가 자꾸만 따갑고 아프다. 반신욕을 하면 그나마 낫다.


6

They made a statue of us.


7

주말만 기다리며 살았다. 시간을 과소비했다. 꼭짓점에 다다라 굳이 비교하고 너무 많이 좌절하거나 너무 많이 우쭐하며 끝내 초조했다. 휴일과 일상, 보상과 과정을 분리했다.


감정과 상황의 파동을 뚝 뚝 끊어 단절된 페이스로 보던 것을 나는 이제 직선과 곡선으로 잇는다, 대자연 앞에서. 그리고 일희일비하지 않게 해 주세요! 좀 크게 보고 싶어. 여기 사방이 다 파래서 눈이 아리다. 뒤통수에 구멍이 뚫린 건지 뇌가 줄줄 샌다.


8

여장은 남자가 할 수 있는 가장 남성스러운 일이다. - 어느 대학 교수의 말

포저의 悲哀


9

저 아저씨는 길바닥에 자리 펴고 누운 곳이 곧 집이다. 나도 그만큼 허름하게 입고 맨발로 신문지 몇 장을 챙겼다. —그러나 어디로? 나는 구글 GPS부터 켠다. 아저씨와 나는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이 다르다. 그래서 노상의 질이 다르다.


10

Vous allez aller france avec moi?


11

기   찻길은전생   에

도   기찻길이었   다

다   니는사람은   있

어   도실제디뎌   본   

사   람은없었다   가

상   화된땅이래   도

믿   을뻔했다풍   수

지   리라는것도   타

고   나는데가있   다


12

동경은 못 가본 길에 대한 것이다

전혀 새로운 것은 어디에도 없다

지구는 닫힌계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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