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만큼의 아름다움과 믿을 수 없는 만큼의 누추함
프롤로그
처음으로 마다가스카르에 가겠다고 한 것은 2007년 혹은 2008년 즈음이었다. 왜 그때부터 마다가스카르에 가고 싶었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외우다시피하여 들려주는 대답은 이러하다. 십여년 전의 나는 그저 아프리카에 가보고 싶었고, 다만 가난한 학생이었기에 차를 렌트하고 드라이버를 고용하지 않아도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어야 했고, 그런 조건이 맞아 떨어진데다가 여러모로 매력적으로 보인 곳이 마다가스카르였다고. 그리고 아마 사람들이 잘 가지 않은 곳에 가보고 싶다는 치기도 한 몫 했을 것이라고. 따지고 보면 그런 조건이 맞는 곳이 마다가스카르만이었던 것도 아니고, 또 마다가스카르는 사실 아프리카 대륙과는 또 다른 문화와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어 온연한 아프리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하지만 이제 와서 보아도 근 십년동안 가겠다고 노래를 부르던 그 곳 외에는 딱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 없었다.
십여년의 시간 동안 마다가스카르에 대한 동경도 세월에 따라서 당연히 변화를 거쳤다.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있던 동안 스쿠버 다이빙에 약간 맛을 들이면서, 마다가스카르는 스쿠버 여행으로 가려고 했었다. 모잠비크 해협에 연해있는 마다가스카르 서부 해안에는 영국계 해양 생태학자들이 기획한 프로젝트로서, 지역사회와 협력을 통해서 어족자원 보호활동을 하는 에코투어리즘을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인 "Blueventures"가 있다. 블루벤쳐스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은 6주간 그 지역에서 살면서 지역 어족 자원을 관찰하고 기록하기 위해 주5일 이상 매일 같이 다이빙을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노가다지만 다이빙을 좋아한다면 더 없이 좋은 기회인 것. 게다가 관광객으로서는 지역사회와 의미 있는 접촉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와 깊이 연계된 것이니 체험의 무게감이 다를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블루벤쳐스에 대해서 알게 된 후 줄곧 여기 참가하는 것이 내 버킷리스트 제일 위에 있었고, 시간이 주어지면 반드시 가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다.
하지만 제대하고 이것 저것 하는 와중에도 6주 시간을 낼 기회가 2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게으름으로 가지 못한채 대학원에 진학했다. 마음 속으론 첫 학기 끝나고 그 여름방학엔 가야지 했었다. 하지만 한 한기 공부를 해보니 방학이라고 6주나 시간을 낼 수는 없어서 계획은 다시 변경되었고, 결국 총 일정 2주, 현지에서 약 11일 시간을 내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일단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는 학기 중 부랴부랴 항공권만 예매했고, 따로 계획을 세울 여력은 없어서 학기가 끝나기까지 별다른 준비도 하지 못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출국 이틀전이었다. 출발 직전에 에어비앤비로 첫날 숙소만을 예약하고 아무런 일정도 계획도 서지 않은채 공항에 도착한 것이 2017년 6월 20일, 화창했던 화요일.
첫 비행기는 방콕까지만 데려다 줄 것이고, 이제 거기서 두번의 환승을 거치면 그렇게 노래부르던 마다가스카르에 닿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