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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 11일 - 6일차(1)

이살루 국립공원에서 아침을 맞다. 여우원숭이들과 함께

by 김새벽

럭셔리 아침식사


IMG_3309.JPG 사실 아침 식사 전에, 캠핑장 화장실

물론 우리는 아침식사 이야기를 하기 전에 화장실에 대하여 이야기해야 한다. 사실 소변이야 산 속에서 적당히 안 보이는 숲 뒤에 가서 해결한 것은 아니고, 물론 나는 문명인 답게 화장실을 이용했다. 하지만 큰일은... 적당히 해결하기가 한층 더 어려운데, 생각지도 못하게 캠핑장에 화장실이 있었다. 안에는 어둑했지만 나름 수세식! 배관까지 있었다. 다만, 제대로된 상하수도가 있을리 만무하므로, 자연 수력의 힘을 빌려 하류로 떠나보냈을 것이라고 추측만할 따름이다. 수세식이라고 해도 열악하기는 그지 없지만, 아무튼 적잖이 놀랐었다. (근데 3년만에 글을 쓰다 보니, 사실 정말 수세식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게으른 자의 여행기는 부정확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움을 맞기 위해 옛 것을 보냈으므로, 이제 다시 채워야 할 시간이 되었다.

IMG_3317.JPG 숲 속의 아침 식사

바게트에 버터와 잼, 따뜻한 커피와 우유, 과일과 디저트 빵에.. 따뜻한 차까지. 그것도 한 상 차림 다 차려서 나오다니. 트레킹 하면서 이렇게 편하게, 거저, 얻어 먹어도 (물론 ㅠ 돈은 내 주머니에서 나갔지만) 좋은 것인지 모르겠었지만, 어제의 갈증에 시달리며 퍼질까 두려움에 떨던 기억에 비하면 아주 만족스럽다. 오늘은 내려가는 날이니 (그래봤자 어제 하루 올라왔지만) 가이드 피터 아저씨도 왠지 여유로워 보인다. 그렇게 럭셔리 아침식사를 마치고(상차림을 다 먹은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 남은 일정을 위해 떠날 준비를 했다.

캠핑장 풍경과 새소리



안녕, 여우원숭이들아! 호랑꼬리 여우원숭이들아!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생명을 외모로서 평가하지 않아야 하겠지만, 여우원숭이들중에 단연 가장 귀여운 아이들은 이 호랑꼬리(또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이다. 학명은 lemur catta, 영어로는 ring-tailed lemur. 마다가스카르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아이들인데, 이살루까지 와서도 못 보고 가나했는데, 소원풀이하였다. 사람을 경계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모계 중심의 무리를 지어 산다고 했다. 덕분에 귀여운 호랑꼬리들이 단체로 우루루 지나가주니, 대만족.

나뭇가지 위의 알락꼬리 여우원숭이
안녕, 호랑꼬리 여우원숭이야
IMG_3320.JPG 호랑꼬리여우원숭이 가족. 항상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고 한다. 귀여움 배가.


호랑꼬리 원숭이의 울음소리!

그렇게 한참, 호랑꼬리 여우원숭이 무리를 구경하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물도 충분히 챙겼고, 어제보다는 길이 험하지 않다고 해서, 조금은 더 편한 마음으로 길에 나선다.


마다가스카르는 엄청난 종 다양성으로 유명한 섬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나가는 길에 나무로 보호색을 하고 있는 카멜레온도 만났다!

IMG_3329.JPG 카멜레온..! 이라고 했던 것 같다.




다시 만난 세계.. 또는 계곡

IMG_3344.JPG 물은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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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살루 트레킹 중에는 이렇게 몇번 piscine naturelle, 그러니까 '자연 풀장'을 만나게 된다. 이 계곡은 바닥이 얕고 길이가 긴 형태.

이살루 국립공원에는, 그 건조해보이는 외관에도 불구하고, 솓아 오른 고원지대 사이 깊이 패인 지형 아래로는 계곡이 흐르고, 중간에 계속 물이 고여 만들어진 잔잔한 풀장 같은 곳들이 몇군데 있다. 이름도 검은 풀장, 파란 풀장(piscine noire, piscine bleu) 등으로 붙여져 있는데 사실 내가 들린 곳들 이름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다만 첫날이 물이 깊고 검어 아마 검은 풀장이었을 것이고, 오늘 것이 바닥이 얕고 물색이 연하여 파란 풀장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무튼 원래 이 풀장에는 성수기에는 사라들이 많이 몰려서, 조용하게 즐기기 어렵다고 했는데, 여기에는 나뿐이니 약간 심심하면서 어색하다. 수영이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데, 특히 혼자 있으니 재미가 없어서 약간은아쉬웠다.

계곡은 이런 느낌이다. 뭔가 캐리비언의 해적에 나올 것만 같은. 하지만 막상 보면 그냥 산속에 계곡.

그래도 왔으니 수영은 하고 가야한다. 안 그러면 나중에 아쉽겠지 하는 마음에 옷을 갈아입고 물에 들어간다. 사라도 없으니 옷이야 그냥 계곡 가 아무데서나 갈아입는다. 물은 제법 차다. 오늘도 심장마비 안 걸릴려고 물 속에서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계곡이 꽤 길게 이어져서 어제보다 이곳이 수영하는 재미가 조금 더 있다. 마냥 검지 않아서, 조금 더 비주얼적으로 기분이 좋은 것도 있고. 하지만 혼자 첨벙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도 조금 아쉬워서 계곡을 서너바퀴 돌고 나와서 잠시 쉬었다가, 두 바퀴 더 돌고 나왔다. 그 때는 한국 산 속 계곡이나 다를게 없네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고 사진이랑 동영상으로 보니 엄청 이국적으로 보인다.


갈색 여우 원숭이들!

수건으로 몸을 말리고, 옷을 갈아 입고, 다시 산으로 들어가니 이번에는 갈색 여우원숭이들이 있다. 안녕 갈색 여우 원숭이들아. 오늘도 또 반갑다.

나무 위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갈색 여우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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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wok 처럼 생겼다. 긴 꼬리 빼면.


다시 걸어오다 보니, 이번에는 도로 호랑꼬리 여우원숭이들이 나무에서 그루밍을 하고 있었다.

나뭇가지 위에서, 평화로운 오전을 즐기며 서로 이를 잡아주는 호랑꼬리들?
각자 그루밍 중이 호랑꼬리 여우원숭이들

아이들을 뒤로 하고 피터 아저씨를 따라서 다시 걷다보니, 아까 떠났던 캠핑장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캠핑장에는 사람들이 남기고 간 음식을 노리고 어슬렁거리는 갈색 여우원숭이가 있었다!

사람은 무서워 하지도 않고, 능숙하게 캠핑장을 돌아다녀서 신기했는데,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익숙하게 먹을 것을 찾아내서 잽싸게 낚아채고 나무위로 도망간다. 이 녀석, 제법이잖아.


그렇게 캠핑장을 지나서, 오늘 트레킹의 본격적인 코스를 시작하였다.


to be continued!








IMG_3369.JPG 정체 불명의 영장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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