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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걸 좋아할 수 없다면

보통사람의 진로 찾기-1

by 비기너
애니와 그림을 좋아하던 아이는

초등학생 때는 하루 종일 TV애니메이션만 보고 중학생 때는 미술부를 해서, 미술을 계속 할 수 있는 특성화고 같은 곳에 가고 싶었다. 근데 '미술은 돈을 벌 수 없다', '미술은 재능이다', '너는 특출 나게 재능 있는 게 아니니 취미로 해라'라는 엄마와 미술선생님의 설득으로 인문계에 진학했다.

솔직히 어린 나이에 이런 말들이 큰 상처였지만, 나에게 큰 재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납득을 했었다. 애매한 그림실력과 애매한 성적이라면 성적을 올리는 게 더 쉬울 거란 판단도 있었다.

그 후로 미술의 꿈은 아예 접고 공부만 하다가 진학상담에서 '이과생인데 그림을 좋아하니 건축은 어때?' 하는 권유로 건축을 알게 되었다.


건축은 뭐지?

내가 생각한 건축은 건설현장밖에 없는데 그림이랑 관련이 있나? 주변에 아는 사람은 없고, 인터넷에 찾아보면 원론적인 얘기만 있고.. 그래서 건축이 뭐지?

고3인 나는 전공 선택까지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다짜고짜 건축책들을 읽었고, 당시에 건축가 승효상의 책을 많이 접해서 건축은 철학적이고 심오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으로도 좀처럼 건축을 알 수가 없어서 고3 여름에 건축캠프를 신청하였다. 건축학과 1학년 학생분들과 하루 종일 파빌리온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는데 이 프로젝트를 하면 흥미와 적성이 맞는지 찾을 수 있겠지? 하는 기대를 했었다.


건축캠프 즐겁다-!

오전엔 간략한 강연을 듣고 건축학과 설계실을 둘러보았고, 오후는 정육면체 나무프레임과 골판지, 테이프 같은 것들로 파빌리온을 만들었다. 밝고 행복해 보이는 건축학과 언니오빠들, 우연찮게 잘 만든 파빌리온, 건축캠프 마지막에 건축과에서 또 만나자는 희망찬 이야기로 점점 꿈은 부풀었다. 그렇게 나는 건축을 목표로 입시를 하였고, 힘든 재수 시절도 보냈지만 목표가 뚜렷해서 힘들어도 모든 게 희망찬 하루하루였다.

결국 원하던 대학에 갈 수 있게 되었고, 조명, 가구, 전시, 조경 등 다양한 강의로 꽉 차있는 커리큘럼을 보면서 정말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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