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함을 모르고 자란 딸이 아빠에게
아빠는 원래 고기 잘 안 먹어
집이 가난한데 아빠는 항상 웃고계셔서 장난만 치셔서 우리집이 가난한지 모르고 살았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할머니를 모시고 돼지갈비집에 갔는데 아빠가 고기를 통 안 드시길래 물어보니 ‘아빠는 원래 고기 잘 안 먹어’ 라며 고기만 열심히 구워서 할머니 접시에, 또 내 접시에 올려주셨다.
고기를 다 먹고나서 밥을 볶는데 아빠가 볶음밥 한 공기를 담아먹고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아~ 잘 먹었다! ’ 라며 계산하시던 아빠의 지갑은 다 닳고 닳아서 헤져있었다.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내가 가난을 깨달은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우리집은 아빠 혼자 세 식구를 책임져야 해서 주머니 사정이 빠듯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급식비를 내야 하는데 내지 못해서 매번 담임선생님의 호출을 받았다. 집에 가서 급식비 얘기를 하면 아빠는 ‘아! 맞다! 미안해... 아빠가 깜빡했어! ’ 라며 웃으셨다. 그리고 다음날 자고 일어나서 학교에 갈 채비를 하면 머리맡에 흰 봉투에 급식비가 동전까지 정확하게 담겨있었다.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아빠는 사실 고기도 좋아하고, 우리집은 그 때 급식비를 낼 사정이 되지 못했고, 할머니는 노인연금에서 수령한 돈으로 나에게 짜장면을 사주곤 하셨었다는 걸.
내가 생각하는 진짜 가난이란
아빠의 책장에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라는 책이 꽂혀있었다. 그 때는 그 책이 아빠의 책장에 꽂혀있던 이유를 모른채 지나갔다. 어른이 되어서야 아빠가 나에게 가난한 아빠로 남기싫어서 가난을 대물림 해주고 싶지 않아서 고민이 많으셨다는 것을 어렴풋이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
어른이 되어 다시 바라본 아빠는 가난한 아빠가 아니었다. 딸만은 착하고 바르게 건강하게 키워낸 부자 아빠이고 현명한 아빠였다. 내가 생각하는 가난은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풍족함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모자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것처럼 삶도 마음가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따뜻함을 전하는 글
나는 아빠의 희생과 사랑으로 가난을 모르고 자랐다. 하지만 나로인해 그 때 아빠가 가난을 더 많이 느껴야 해서 미안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랑하는 아빠와 할머니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을 글로 기록하고, 또 세상의 모든 가족으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들에게 따뜻함을 전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