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이해하는 37번째 속성 : 죽음 (Death)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가져오듯, 잘 산 인생은 행복한 죽음을 가져온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재정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가장 강력한 계기입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우리에게 거대한 각성의 기회가 됩니다. 크나큰 슬픔과 고통의 시간 속에서 삶의 기준들은 모조리 뒤 바뀌고, 외롭고 어두운 혼자만의 심상에서 깊은 성찰로 이어집니다.
95일 된 사랑스러운 조카의 죽음과 환갑을 1년 남기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니 제가 느낀 감정은 분명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쫓았던 꿈과 명예보다는 사랑이었고, 촘촘하게 계획된 미래보다는 불완전한 지금을 충만하게 사는 일이었으며, 나 자신을 위한 삶보다는 남아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는 삶이었습니다. '나'에서 '너',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사는 게 가장 행복하고 후회가 적은 삶이란 걸 깨닫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삶의 모든 우선순위를 재정렬 했습니다. 한때는 잔소리처럼 들렸던 부모님의 걱정, 지키고 싶었던 하찮은 자존심, 상사들에게 무리해 가며 인정받으려고 노력했던 시간들, 이 모든 것이 죽음 앞에서는 먼지처럼 부질없게 느껴집니다.
필사적으로 집착했던 성공이나 물질에 대한 욕망은 무의미해지고, 그 시간에 왜 더 사랑하지 못했는지, 왜 더 이이해고 표현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깊은 아쉬움만 남게 됩니다. 죽음은 우리에게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를 가르쳐주는 가장 엄숙한 스승입니다.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라짐'에 대한 불안 때문입니다. 내가 없어지고,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의 공간이동일 뿐입니다. 불교의 사상 '윤회'를 꿈속에서 희미하게 느낀 적이 있습니다. 죽고 난 뒤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여 그곳에 삶을 살다가 다시 부활하는 경험을 통해 영원함을 느꼈고,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공감하시긴 어려울 듯합니다.)
우리도 언젠가 떠나야 할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떻게 떠날 것인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자리를 뜨는 상사처럼, 적절한 시기에 은퇴를 선언하는 축구선수처럼 환영받으면서 떠나는 방법을 말입니다. 내가 없어짐으로 인해 남겨진 이들이 행복하길 바란다면, 결국 나를 위해 사는 삶이 아닌 그들을 위해 사는 삶이 진정한 행복임을 알게 됩니다.
충만한 삶을 살아야 비로소 충만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모든 기억을 잃고 태어난 갓난아이가 그 존재만으로 산 자에게 행복을 선물하듯, 충만한 삶을 살다 떠난 이가 남긴 유산 또한 남겨진 이들에게 깊은 사랑과 행복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이 의미 있었기에, 죽음도 의미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