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맥(麥)씨 가문이 완탕면을 팔기 시작한 것은 약 200년 전이다. 60여 연 전에 중국 광저우에 맥씨 집안에서 '지기(池記)'라는 음식점을 내고 완탕면을 팔았는데 당시 광동의 군벌인 진제당과 연극배우였던 설각 등이 단골손님이었다고 한다. 국공내전이 끝난 후 지기는 홍콩으로 이전하여 아들인 맥망과 손자인 지충(志忠)으로 이어져, 지금의 '청키면가(忠記麵家)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인용 출처: http://travel.chosun.com/site/data/ html_dir/2011/05/31/2011053101961.html)
사진은 「충기면가(忠記麵家)」라고 읽는다. 중국 음으론 '청키미엔지아'. 완탕면― 따뜻한 육수에 카이란 같은 잎채소와 새우·닭고기·돼지고기 따위로 채워진 완탕 또는 교자[만두]를 고명으로 얹어 먹는 면 ―을 파는 집인데, 오랜 전통이 있는 국숫집이다. 충기(忠記)란 의미는, 인용문에 의거하면, '지충(志忠, 인명)이 이은 지기(池記, 음식점 이름)'란 의미인 듯싶다. 사진의 가게는 홍콩 본점이 한국에 낸 지점이다(사진은 수년 전 아내가 서울에 갔다가 찍어온 것이다).
이 곳에서 파는 완탕면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상당히 걸쭉한 모양이었다(아래 사진). 사진을 보노라니 문득 한·중·일의 국수를 한 자리에 모아 보고 싶었다. 뭔가 차이점이 있지않을까 싶었던 것.
차이점이 느껴진다. 중국은 출발지, 한국은 중간 기착지, 일본은 종착지 같은 느낌. 출발지의 중국 완탕면은 투박한 느낌이고, 중간 기착지의 한국 잔치 국수는 소박하게 다듬어진 느낌이고, 종착지의 일본 메밀 소바는 완결된 느낌이다. 연장선에서 요리를 하는 한·중·일의 칼을 한데 모아 보니 이 역시 비슷한 느낌이 든다. 중국의 칼은 출발지의 칼답게 투박하고, 일본의 칼은 종착지의 칼답게 세련되었으며, 한국의 칼은 중간 기착지답게 양국 칼의 중간 모습 같은 느낌이다.
이런 차이는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문화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줄 것 같은 것. 무리는 있지만, 두 사례에서 보는 우리 문화의 특징은 중용(中庸)이다. 타 문화를 받아들여 절장보단(截長補短, 긴 것을 잘라 짧은 것에 보탬)의 중용적 변형을 이뤄내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문화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과도하게 우리 것을 주창하기보다는 선진 문화의 적극 수용과 이의 적절한 변용이 아닌가 싶다. 창의가 생명인 시대에 이 무슨 망언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창의가 꼭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를 새로운 유로 변형시키는 것도 창의이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발을 디디고 있는 땅을 바라보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발을 헛디뎌 다치면 별을 못 볼 상황도 생기지 않겠는가.